문형배 전 헌재소장이 직접 전한 尹 파면 결정 막전막후

"사회통합엔 관용과 자제 필요…의대 증원 협의했으면 지금쯤 500명 증원 됐을 것"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언론 인터뷰에 출연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전했다. 그는 "탄핵 결정문은 재판관 8명의 영혼과 땀이 서려 있다"며 당시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헌재 재판관에 대한 대법원장의 지명 몫은 없어져야 된다"며 사법기관 개혁 방안을 거론하는가 하면, 정치권에 사회 통합 과제를 제시하며 '관용과 자제'를 당부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2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 선고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 "완벽한 결정을 좀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구체적으로 이 사건 평의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다. 중요 사건의 일반론만 설명드리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이 제기하는 쟁점이 10개 이상이라고 가정하면 인용론, 기각론 이렇게 두 개를 쓴다. 그러면 20개"라며 "그런데 인용론에도 가를 근거로 할 수도 있고 나를 근거로 할 수 있다. 두 개만 잡으면 40개가 된다. 40개를 두 개로 압축해야 되지 않나. 그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이 생각할 때는 늦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희들은 결정의 정당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청구인 측에 쟁점 제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많았다. 그리고 저희들은 좀 완벽한 결정을 좀 하고 싶었다 이렇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5월 초 김장하 선생 만나셨을 때 오래 걸린 건 말 그대로 만장일치를 좀 만들어보려고 그랬던 것이라고 한 말도 같은 맥락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같은 맥락"이라며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저렇게 생각한다라는 게 결정문에 드러나면 그런 결정을 가지고 이 사안을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을까 저는 힘들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인용론, 최종 기각론 두 개를 놓고 표결했다. 표결은 한 번 했다"고 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 작성 과정에 대해선 "주심 재판관이 제일 많이 쓰셨고, 논거에 대해서도 충분히 다 토론했지만 문구 하나하나에 대해서 토론하고 문구를 확정지었다"며 "탄핵 결정문은 재판관 8명의 영혼과 땀이 서려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결정문 내에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수행 덕분'이라는 대목을 명기한 이유에 대해선 "시민들이 저항하지 않았더라면, 군경이 적극적으로 임무수행을 했더라면 비상계엄 해제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으로 썼고 이 표현에 대해서는 재판관 사이에 어떠한 이견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 문장은 처음 확정되었다. 아마 주심이 쓰셨던 거 아닌가. 왜냐하면 처음에 확정된다는 건 주심이 썼다는 뜻"이라고 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어른 김장하의 씨앗'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전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서도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한 것과 관련해선 "헌법을 개정한다면 재판관은 전부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장이 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권한은 폐지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입법례가 제가 알기로는 없다"고 했다.

그는 '대법원장의 지명 몫은 없어져야 된다는 말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고려돼야 한다"며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수평적인 관계라고 저는 생각한다. 그런데 거기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대법원장은 재판관을 지명하는데 헌재소장은 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 구성에도 관여 못 한다. 이게 저는 좀 이상하다"고 했다.

아울러 "판사 출신으로 재판소를 다 채우는 것은 저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질 수 있고 다양한 검토가 힘들 수 있다. 그래서 헌법 연구관이나 헌법 전공 교수들을 넣어야 된다. 판사를 넣더라도 지역 법관도 좀 넣어야 된다. 판사조차도 어느 지역에 주로 근무했느냐가 그 사람의 가치관,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헌재 재판관만큼이나 대법관 구성도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당에서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선 "그거에 대한 언급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면서 "다만 그 논의가 되려면 대법원이 상고 제도에 대한 안을 밝혀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과거에 양승태 대법원장님은 상고 법원을 제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님은 대법관 4명 증원과 상고 심사제를 밝혔다"며 "그렇다면 현재 대법원도 자신의 안을 밝혀야 되고 그 다음에 국회의 안을 보고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대안 제시를 통해서 확정 짓는 과정이 필요하지, 국회의 안을 우리가 좀 '문제가 있다' 이거는 저는 좀 논의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판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도 "그런 것까지 다 포함시켜서 논의를 해야 된다. 시간이 꽤 걸리는 주제"라고 했다.

앞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 두 명을 지명했던 데 대해선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의 지명권을 지명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예외적 정당성에 대한 인정할 그런 상황이 아니"라며 "(한 전 권한대행이 지명한) 이완규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 적당 부적당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이승엽 변호사를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과 관련해선 "새 후보자에 대해서는 제가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끝으로 민생 회복과 사회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속도전을 할 거는 민생 회복이다. 그리고 사회 통합"이라며 "(우리 사회 분열상이) 심각하다"고 했다. 이어 통합의 방법으로 "민생 회복을 하면 된다. 의식주를 해결하고 내 자녀를 어떻게 공부시킬 건가. 그 문제를 해결하면 다 해결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다음에 사회 통합을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냐? 그건 제가 볼 때 관용과 자제"라며 "그럼 관용과 자제를 어느 기관이 제일 먼저 해야 되냐? 국회가 해야 된다. 왜냐하면 사회 통합의 과제는 법률로 제정된다. 법률은 국회가 만드는 것이고 대통령은 그걸 집행할 뿐"이라고 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관용과 자제'를 강조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의료개혁' 과제였던 '의대 증원' 문제를 예로 들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이) 결단을 내렸다. 2000명. 그 결과가 지금 어떻나. 의대의 의사가 줄었다"면서 "관용과 자제를 통해서 국회도 토론하고 그다음에 의료계의 의견도 듣고 협의도 하고 했다면 지금쯤 의대 정원이 500명 이상 증원됐을 거라고 본다. 오히려 더 빠른 것이 관용과 자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법률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춰야 된다. 그렇게 하려면 국민이 입법 절차에 참여해야 된다"고 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사법 불신 해소 방안에 대해선 "시대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시대정신은 주권자의 뜻이다. 주권자의 뜻에 어긋나면 그 판결이 신뢰받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진행자가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이 시대 정신에 부합된 판단이었느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그에 대한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 재판은 심급제도를 통해서 처리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끝으로 오는 25일 울산교육청 강연을 앞두고 교육청 안팎에서 자신에 대해 "편향된 인사"라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선 "어떤 사회에서도 있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자신에 대한 평가는) 특별한 생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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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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