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사전투표 첫날 투표용지가 투표소 밖으로 노출된 사건 이후 '사전투표자 숫자를 직접 당에서 세어보니 선관위 발표와 다르다'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당직자가 공개 석상에서 주장하는 등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총괄선대본부장은 30일 국회에서 선거대책본부 본부장단회의를 열고 "어제 사전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 외부 반출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투표용지를 들고 밥을 먹고 온 유권자도 있었고, 이 과정에서 신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정말 있어서는 안 되고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 본부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며 "그렇지 않아도 많은 국민이 사전투표를 불신하고 있다. 선관위의 선거 관리에 대한 불신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래서야 국민들이 선관위를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이러니 아무리 헌법상 독립기관이라 해도 외부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전날 서울 신촌동의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받은 유권자들이 기표 대기 줄이 길어지며 투표소 밖에서 대기한 상황이 발생했다. 관외 선거를 위해 대기하던 일부 유권자가 긴 대기 줄에 투표용지를 받은 상태로 식사하고 돌아왔다는 보도도 전해졌다. 이에 선관위는 김용빈 사무총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까지 이어지는 사전투표를 포함해 투표 기간 투표 참관인 교육 강화, 불시 현장 방문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밤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했다는 장동혁 종합상황실장은 "몇 명이 이탈했는지, 이탈한 사람이 어디서 기표했는지, 혹시 투표용지를 다른 사람에게 주고 대리투표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 전혀 선관위는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장 실장은 그러면서 "실제 사전투표를 하는 유권자 수를 헤아리고 있는데, 선관위에서 발표된 사전투표자의 수는 그것과 큰 차이가 난다"며 "실제 투표자 수보다 많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것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하니, '2~3% 차이에 불과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게 선관위의 답변"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오늘 무작위로 투표소에 사람을 보내 실제 투표자 수와 선관위가 발표하는 투표자 수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장 실장은 "재발하지 않도록 선관위에 항의하고 당부했지만, 재발하지 않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저희도 확신하지 못하겠다"며 "어떻게 저희가 국민을 설득하고 유권자를 설득하고 사전투표장으로 나오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거듭 불신을 드러냈다.
다만 국민의힘은 불시 점검을 위해 투표소에 보내는 인사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윤 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투표소에 어떤 사람을 보내는 건가'라는 취지의 물음에 "말하기가 애매하다. 당직자일 수도 있고, 캠프에 있는 분들일 수도 있다"며 "우리가 카운트해 보고, 선관위 발표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그는 "어제 들어온 사전투표 민원 중 가장 많은 게 '(선관위) 발표 숫자와 (실제) 투표한 사람의 숫자가 안 맞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에서 투표 인원 세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라고 했다. 윤 본부장이 언급한 시민단체는 부정선거를 사실로 전제하고, 투표 상황을 직접 감시하겠다고 나선 이들이다.
윤 본부장은 일부 보수단체 인사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중국인인지 국적을 확인하겠다며 '국적 검사'를 시도해 논란이 된 데 대해 이들에게 자제를 당부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시민단체들이 자기들 입장 따라 확인하는 걸 막을 수는 없다"고만 했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와 선관위에 대한 불신을 부정선거론과 엮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부정선거 프레임 속에 넣어 질문하면 정말 곤란하다"며 "국민의힘에만 자꾸 '왜 부정선거를 옹호하냐'고 묻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투표용지가) 어디로 대량 복제됐는지,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면 그게 부정선거 주장인가"라며 "외부로 투표용지를 가지고 나간 자체로 이미 부정선거"라고 반발했다. 다만 윤 본부장의 투표지 유출 사태에 대한 비판은 상식적 수준이지만, 투표자 인원 점검을 못 믿겠다며 자체 점검을 하겠다고 한다든지, 투표자 국적을 확인하겠다는 시도에 아무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은 논란 소지가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