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요? 솔직히 관심 없어요. 어차피 여기(광주)는 파란색이잖아요?"
6월 3일 조기대선이 1주일 남지 않은 28일 광주 조선대학교 잔디광장은 다음 날 열릴 축제를 준비하느라 북적였다. 무대 설치 장비가 쉴 새 없이 드나들었고, 학생들은 포스터를 붙이거나 커피를 마시며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코 앞이지만 선거분위기는 찾기 힘들었다.
인근에서 만난 식품영양학과 김모씨(20)는 "광주에서 정치가 삶에 영향을 주는지 잘 모르겠다"며 "눈에 띄는 정책도 없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 생활은 똑같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들도 "유튜브 쇼츠에서 후보 이름이나 간간이 봤다"거나 "주요 후보는 알지만 아직 누가 나오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학생들로 붐비는 전남대 후문 사거리에도 각 후보들의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있지만, 지나가며 이를 쳐다보는 학생은 드물었다. 학교로 들어서자 K팝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데이트를 하거나 강의실로 향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전남대 공대생 박민수씨(24)는 "학교 안에서 대선 얘기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며 "주변에도 정치에 관심 있는 친구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 이준석 후보 지지층이 꽤 있는 것 같다"면서도 "말은 잘하는데 너무 약하다. 그냥 현실감이 없다"고 고개 저었다.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강모씨는 "무당층으로 남겠다"며 "누가 돼도 별 기대가 없고, 대선후보 TV토론을 봤는데 다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국민의힘은 못 찍겠다. 국힘에 대한 대학 내 비토 정서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소수지만 정책을 보고 판단한 학생도 있었다.
조선대 사범대 2학년 이모씨는 "TV토론을 보고 권영국 후보를 처음 알게 됐다"며 "노동과 불평등 문제를 유일하게 제대로 짚은 후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네거티브로만 흐르는 게 너무 지겹다"며 "제대로 정책 얘기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남대 치위생학과 3학년 김지웅씨는 "청년을 위한 정치는 양당 모두 실패했다"며 "유력 후보에 줄 서는 정치, 청년층에 그저 현금 뿌리기만 하는 정책은 미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연금 개혁을 외치고 정부 효율화를 말하는 이준석 후보가 유일하게 현실을 직시한 후보 같다"며 "세대교체가 답"이라는 표현도 거침없었다.
전남대 국문학과 안성연씨는 "12·3 비상계엄 상황에서 국민과 함께 극복해낸 건 결국 민주당이었다"며 "국정운영에 자신감과 안정감을 보여주는 후보는 이재명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A씨는 "이번 대선에도 청년이 주인공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청년을 얼굴마담으로만 활용했고 민주당은 여전히 과거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평했다.

조선대 학생 김모씨는 "그래도 투표는 할 거예요. 그런데 청년을 위한 후보는 어디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조기대선을 앞둔 광주 대학가는 선거의 열기도 없이 '투표일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중'이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청년층에 '내 표를 가져갈 만한 명확한 이유'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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