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추경호와 통화 1분 후 국회 봉쇄를 명했다

[박세열 칼럼] 내란, 그날 밤의 재구성…추경호는 무엇을 알고 있나?

우리 모두는 지난해 12월 3일 밤을 잊지 못한다. 몇 가지 퍼즐 조각이 빠져 있다는 것도 안다. 그 와중에 윤석열의 당일 통화 내역이 나왔다. 계엄 해제 표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와 통화한 시간이 찍혔다.

12월 3일 밤 11시 22분. 1분간 통화했다.

퍼즐 하나가 끼워졌다. 괴롭더라도 우린 이 나라의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가 일어난 지난해 12월 3일 밤으로 시계를 돌려 다시 돌아가 봐야 한다.

윤석열은 밤 10시 27분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0시 42분, 민주당이 긴급 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10시 49분, 한동훈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이고 "국민과 함께 막겠다"는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처음 보도됐다. 국민의힘은 바빠졌다. 밤 11시 3분, 추경호는 첫 비상의총 장소를 국회로 공지한다. 11시 4분, 서범수 의원은 "국회는 폐쇄되었다 합니다. 의원님들께서는 당사로 모이시죠"라고 말한다. 이후 11시 9분, 추경호는 의총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한다는 공지를 냈다.

11시 24분 "민주당 의원들은 담을 넘고 있다", "즉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는 한동훈 대표의 메시지가 공유됐다. 11시 27분에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발표된다. 추경호는 11시 33분 다시 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 예결위회의장으로 변경했다. 11시 48분, 계엄군이 국회에 도착한다. 그리고 자정을 넘어선 00시 3분, 추경호는 의총 장소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다시 당사 3층으로 변경 한다는 재공지를 냈다.

당시 혼란상은 TV조선이 공개한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00:05 박대출 "추경호 원내대표가 정리해주세요."

00:05 한지아 "군인들이 총을 갖고 국회 진입했습니다. 국회로 와주세요 의원님."

00:05 서지영 "못들어갑니다."

00:05 한지아 "군인들 본청 들어오려고 합니다."

00:05 김희정 "집결장소 명확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00:05 이인선 배준영 공지 언급하며 "뭔가 혼선이 있네요."

00:05 서지영 "충전소쪽도."

00:06 한지아 "집결장소는 국회 본회의장 휴게실입니다."

00:06 이인선 "비서실장이라도 메시지 주세요."

00:06 서명옥 "당사로 갑니다."

00:06 김소희 "처음에는 되다가 지금은 안 되는 상황 같아요."

00:06 우재준 "대표님 지시 사항입니다. 본회의장 와주세요."

00:07 우재준 "방금 옆에서 보고 지시하셨습니다."

00:07 박정하 "국회 본회의장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와야합니다."

00:07 우재준 "최대한 각자 방법을 써서라도 와주세요."

00:07 조정훈 "지금 당사에 약 18분 넘게 있습니다."

00:09 박정훈 "본회의장으로 오셔야 합니다."

00:10 우재준 "당대표 한동훈입니다. 본회의장으로 모두 모이십시오. 당대표 지시입니다."

00:10 송언석 "우여곡절 끝에 예결위회의장에 도착했습니다. 아무도 안 계시네요."

00:11 우재준 "본회의장입니다. 예결위 아니에요."

00:13 박덕흠 "중앙당사입니다."

00:14 박정훈 "대표님 본회의장에 들어와 계시고, 여기서 모여달라고 하십니다."

국회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은 12월 4일 01시 01분에 가결됐다. 의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18명. 전체 의원 108명의 4분의 1도 채 안 된다. 추경호는 11시 3분 비상의총 장소를 국회로 공지했다가 11시 9분에 당사로 변경했고, 11시 33분에 다시 국회 예결위원장으로 변경했다가, 00시 3분에 다시 당사 3층으로 변경했다. 이 혼란 속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이 아닌 여의도 당사나 길바닥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비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가 윤석열과 통화했을 시점, 윤석열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나?

추경호가 윤석열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시점은 11시 22분, 1분간이다. 윤석열과 통화 한 후에 추경호는 두 번이나 장소를 바꿨다. 국회에서 당사로 바뀐 시점(11시 33분~00시 3분) 사이에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11시 48분)했다. 군 진입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던 의원들은 최종적으로는 국회가 아닌 당사로 결정된 의총 장소를 받아들여야 했다. 정작 추경호는 국회에 있었다. 공교롭다.

이 통화에 대해 추경호는 "계엄과 관련해서 담화문에 있던 내용을 들었고, 또 여당 원내대표에게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취지의 짧은 통화를 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계엄 포고령을 발표하고, 계엄군이 군대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이 단지 '미안하다'고 말하기 위해 여당 원내대표에게 전화했다는 것이다.

추경호에 전화한 윤석열의 전후 사정은 어땠을까? 윤석열의 공소장을 들춰본다. 10시 27분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10시 28분, 국방장관 김용현(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혐의)은 군 사령관들과 회의를 열고 "명령에 불응하거나 태만한 자는 항명죄로 다스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윤석열은 10시 40분경 최상목에게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이 적힌 문건을 건넸다. 국회 폐쇄 지시였다.

11시 22분, 추경호에게 전화한 후(1분간 통화) 윤석열은 국회 봉쇄와 국회의원 진입 차단에 몰두한다. 윤석열은 1분 후인 11시 23분, 계엄사령관 박안수에게 전화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포고령에 대해 알려줘라"라고 지시한다. 박안수는 곧바로 조지호에게 전화해 "국회 출입을 차단하라"고 요구했고 조지호는 11시 35분, 경찰청 경비국장에게 '포고령에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가 명시돼 있으니 국회 출입을 완전 통제하라'는 취지의 명령을 하달한다.

윤석열은 11시 30분경부터 국회가 계엄을 해제한 다음날 새벽 1시 3분경까지 조지호에게 6번 전화한다.

"조 청장,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

동시에 윤석열은 계엄군에게도 명령을 하달한다. 00시 30분에서 새벽 1시 00분 사이 수방사령관 이진우, 특전사령관 곽종근에게 수차례 전화해 내린 명령들은 다음과 같다.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아직도 못 갔냐. 뭐하고 있냐.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그리고 이 무렵 국회의장 우원식은 본회의 소집 협의를 위해 00시 29분, 00시 38분 두차례에 걸쳐 '여당 원내대표' 추경호에게 전화를 건다. 추경호는 당시 우원식에 "표결을 늦춰달라"고 말한다. 윤석열이 문짝을 부수고 의원들을 끌어내려고 혈안이 된 시점에 말이다. 심지어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된 01시 01분 직후에도 윤석열은 이진우에게 전화(01시 03분)한다.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 되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

정리하면 비상계엄 직후 '국회 폐쇄' 및 '비상 입법 기구 신설'를 지시(10시 40분)한 윤석열은 11시 30분부터 다음날 1시 3분, 약 1시간 반 동안 군경 지휘부에 전화를 미친듯이 돌려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끄집어 내라고 지시하느라 혈안이 돼 있었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 시간을 쪼개 추경호에게 '미안하다'는 전화를 했다고? 추경호와 전화 통화 1분 후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국회 봉쇄 지시를 내려놓고, 다시 3분 뒤(11시 26분)에 나경원 의원에게 전화해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사이코패스가 아니고서야 이런 게 가능할 사람은 없다.

그날 밤 수많은 퍼즐 중에 겨우 한 조각이 맞춰진 것이다. 윤석열과 통화 후 왜 긴급 의총 최종 장소는 당사로 정해졌는지, "190명 들어왔다는데"라는 정보는 윤석열에게 어떻게 실시간으로 전해졌는지 의문이다. 추경호가 윤석열의 전화를 받은 후 오락가락하고 있을 때, 윤석열은 계엄군 사령관들에게 전화를 돌려 국회 본회의장의 의원들을 끌어내려고 윽박지르고 있었다.

궁금한 게 많다. 국민의힘에게 묻는다. 윤석열의 불법 계엄으로 하지 않아도 될 대선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내란당'의 오명을 뒤집어 써 가면서 윤석열과 한 몸이 되어 당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는 걸 지켜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 내란에 가담한 것인가? 아니라면 당장 수렴을 치우고 청정하는 윤석열을 내쫓은 후 양심선언을 하라. 또한 앞으로 수사기관은 추경호를 비롯해 국민의힘 내의 '내란 동조자'들이 있다면, 철저하게 가려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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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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