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에 밀양 주민들 "누구를 밟고 지나가는지 무감각"

해안 생산 전력 수도권 산업단지로 옮기는 송전망 계획…"또 농어민에 고통 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발표한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에 대해 지난 20년간 고압 송전선로 및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을 이어 온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밀양송전탑대책위)가 "지역주민에 끊임없는 고통을 전가할 것"이라며 비판 입장을 냈다.

밀양송전탑대책위는 지난 13일 "'에너지 고속도로'인가, 또 다른 '밀양'인가"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 후보의 '에너지 고속도로'는 기후위기 대응,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발전소는 지방에, 수요는 수도권에 몰아넣는 '중앙집중식 장거리 송전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은 남·서해안에 위치한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및 동해안의 발전소 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반도체 등의 제조업 공장과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으로 옮기는 송전 인프라 구축을 말한다. 이 후보는 이를 "분산형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효율적으로 연결·운영하는 지능형 전력망"이자 "에너지산업 육성 및 공급망 내재화를 통한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며 공약화했다. 이 후보가 지난 14일 발표한 조선 산업 육성 공약에도 주요 정책으로 포함됐다.

대책위는 이같은 공약에 대해 "결국 이재명 후보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은 새로운 '밀양'을 또다시 반복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11월 제8회 서울 기후 · 에너지 컨퍼런스에 참석해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을 설명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KAIST유튜브

대책위는 "그것은 단순한 전력망 구축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주민들에게는 정보도, 부동의 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 일방적인 사업 추진 방식, 반대하는 주민들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방식, 그것은 국가와 한전이 한의 동맹처럼 움직이는 구조적 폭력이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번 공약은 바다에 사는 생명, 바다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며 "불평등하고, 비민주적인 전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이재명 후보는 분산형 에너지 체계를 말하지만, 그 체계를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장거리 송전망 구조로 설계하려 한다"며 "'고속도로'는 빠르고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어디를 지나치는지, 누구를 밟고 지나가는지에 대해선 무감각하다"고 적었다. 이어 "이 익숙한 구조는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체제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며 "발전소는 농어촌에, 소비는 대도시와 공장이, 송전은 장거리 초고압망으로 이루어진 에너지 체제는 끊임없는 고통을 만들어 왔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망 부족과 출력 제한 문제가 심화하고 있지만, 해법은 다시 거대한 송전망을 짓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생산하고, 저장하고, 소비할 수 있는 소규모 분산형 체제를 갖추는 것"이고 " 기존의 송전망에 부하를 걸고 있는 노후 핵발전소들을 차례로 폐쇄하고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거리 송전 인프라 확대는 기후위기 대응을 빌미로 결국 기존의 핵발전 중심 전력 구조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라며 "나아가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도 지역의 고통을 고착화시키는 또 다른 방식의 구조적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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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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