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의 후보이지만 동시에 온 국민의 후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장을 강조했다. 빨간색이 섞인 파란 점퍼를 입은 이 후보는 이날 대선 후보 첫 일정으로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태준 포스코 초대 회장 등 묘역을 참배했다.
이 후보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가 국어사전 뒤져서 찾아봤는데 여러 의미 있지만 국민을 크게 통합하는 우두머리라는 의미가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 후보에게 '더불어민주당 지금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색 점퍼를 입혀줬다. 당 기호인 숫자 '1' 밑에 일부는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특히 이 후보는 이날 회의에 앞서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배경에 대해서 "지금 나라가 너무 많이 찢어졌다. 서로 분열하고, 갈등하고, 대립한다"며 "최소한 정치는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다른 점을 찾아내서 서로 경쟁도 해야겟지만 같은 점, 또 함께 지향할 공통점들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묘역 참배가 새로운 갈등의 도화선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들과 시민사회가 하면 되는데, 정치 영역까지 끌어들여와 이를 갈등의 소재로 삼는다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직 뭐 대통령 된 건 전혀 아니니까 '오바한다' 혹시 생각하실지 몰라서 한말씀 더 드리면 대통령 후보 역시도 그 길로 가야한다"며 "세상이 힘들고 국민들도 지쳤다. 갈가리 찢어지지 않도록 통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아침 후보 선출 후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후보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이 주인공인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꼭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후보는 이날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그간 민주당에서 논쟁거리가 돼 왔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중도·보수 확장을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전직 대통령들 묘역 참배 후 자민련 총재를 거쳐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국무총리를 지낸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역도 참배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는 선출 직후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참배 문제를 비껴가기 위해 최규하 전 대통령만 안장돼있던 대전 현충원을 찾았다. 2022년 당 대표 취임 당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어 "오늘 저의 행보 때문에 의구심을 갖거나 서운하게 생각하는 분들 많으실 것"이라면서도 "저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만 갖는 것은 전혀 아니다. 양민학살이라든지 민주주의 파괴라든지 장기 독재라든지 이런 어두운 면 분명히 있고 또 한편으로 보면 근대화의 공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음지만큼 양지가 있고 동전은 앞면이 있는 것처럼 뒷면이 있는 거 아니겠나"라며 "'다 묻어두자'는 얘기는 아니고 평가는 평가대로 하고 공과는 공과대로 하되, 지금 당장 급한 것은 국민 통합이고 국민 에너지를 색깔과 차이를 넘어 다 한 데 모아서 희망적인 미래 세계로 나아가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꾸리는 선대위 역시 보수 색채를 더 한 '통합' 선대위로 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는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현충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전 장관이 평소 조언과 고언을 해주셨다"면서 "선대위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는데 다행히 응해주셨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30일 윤 전 장관과 오찬 회동을 하며 외연을 확장해온 바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이제 민주당은 원팀"이라며 "이 후보를 중심으로 굳게 단결하고, 민주, 민생, 평화를 바라는 모든 세력들과 연대해 압도적 정권교체를 이뤄주길 기대한다"고 이 후보를 중심으로 한 통합을 주문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에게 큰 박수로 축하를 보낸다. 아름다운 경선으로 끝까지 함께 한 김동연, 김경수 후보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며 "퇴행의 시간이 끝나서 대한민국이 다시 비상하고 국민이 행복해지길 국민들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는 대선후보 선출 이후 첫 공약으로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반도체에 최대 10% 생산세액공제를 적용해 반도체 기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며 △반도체 특별법 제정 △RE100 인프라 구축 등을 골자로 한 '반도체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 공약을 발표한 뒤, 같은날 오후에는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AI(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간담회'를 열고 '성장'에 초점을 둔 대선 행보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간담회에서 "국가 경제는 결국 기업 활동에 의해 유지될 수밖에 없다"며 "민생을 책임지는 정치도 경제성장·발전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다만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주 52시간 노동시간 예외' 문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로부터 '주 52시간 노동시간 예외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에 대한 질문을 받자 "논쟁적 이슈보다는 실질적으로 기반시설 확보나 세제 지원 등 관련 업계에서 당장 필요한 것부터 해결할 필요가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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