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부설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 윤희숙 원장이 당을 대표해 한 정강정책 방송연설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면서 국민의힘이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계엄·탄핵 문제에 대한 전향적 접근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출신 대선주자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를 여전히 거부하고 나섰다.
김 전 장관은 25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공약 발표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윤 원장 연설 관련 의견을 묻는 질문을 받고 "'우리 당이 변화해야 된다. 살아야 된다.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된다. 발버둥 치지 않으면 나라에 죄 짓고 국민에게 죄 짓는다'는 간절한 목소리가 윤 원장 목소리였다"면서도 "간단한 O, X 문제가 아니다"라고 사과는 거부했다.
정당법 38조에 따른 국민의힘의 공식 정책연구소인 여연의 윤 원장은 전날 한국방송(KBS)으로 방영된 정강정책 연설에서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며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다.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해 12월 16일 사퇴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후임으로 당을 이끌게 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한 여의도연구원장으로, 한 전 대표가 임명한 유의동 전 원장의 후임이다. 윤 원장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나기 전까지는 계엄·탄핵에 대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윤 원장이 자기가 계엄을 한 것도 아니고 탄핵 책임 인사가 아니지만 사과했는데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고 해석할 수도 있다"면서도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는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역동적인 데가 없다. 어떤 역경에도 불구하고 도도하게 흘러가는데 그 핵심이 다양성에 있고 단순히 O표 치는 건 공산당식이다. 흑백식이니까"라고 강변했다.
이어 "계엄, 탄핵에 대해서도 제가 생각하는 건 간단하지 않다"며 "민주당이 저지른 줄탄핵, 입법독재, 예산에 대해서도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횡포, 구석구석 신기록을 얼마나 세웠나"라고 계엄에 민주당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김 전 장관은 "사과도 할 때 되면 하겠다. 하는데. 국회에서 민주당에서 지금 국무총리 불러다 놓고, 각료 불러다 놓고 고개 숙이라고 고함지르고 정상적인 의정이 아니다"라며 사과를 거부하는 데 대해서도 민주당 탓을 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전날 김 전 장관과 맞붙은 당 2차 경선 TV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원장 연설에 대해 "사실 제가 했던 이야기다.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죽 썼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라고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날 권성동 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서는 비대위원장이나 제가 이미 여러 차례 국민께 실망과 혼란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했고 그런 점을 강조해서 연설에 반영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전반적으로 윤 원장의 (연설) 취지에 대해 대체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윤 원장의 연설문 전문은 방송 5시간여 전 언론에 미리 공개됐다.
권 원내대표는 "윤 원장 발언의 전체 취지는 '당정 간 불통과 민주당의 폭압적이고 위헌적인 입법권 남용이 작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라며 "저도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건강한 당정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대통령 취임 첫날 탈당', '거국내각 구성' 등의 주장은 개인적으로는 책임 정치에 반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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