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이다, 아니다'…이재명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 출범 8일만에 극심 혼선

내부 갈등 표면화, 조직 해산 놓고 주장 엇갈려…대선 본선 시작도 전에 논공행상 논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이재명 전 대표의 외곽 싱크탱크로 주목을 받던 '성장과 통합'이 공식 출범 8일만에 해체 논란에 휩싸였다.

'성장과 통합'은 24일 이 조직 기획운영위원회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성장과통합' 기획운영위원회는 4월 23일 오전 11시 참석자 전원의 합의로 해체를 결정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 보도자료에는 내부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자료는 "특정 후보의 싱크탱크로 타칭되고, '성장과통합' 일부 인사들이 차기 정부의 특정 자리에 이름이 거론되면서 사전선거운동 시비와 더불어민주당 선대본 활동과 관련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성장과통합' 기획운영위원회에서의 해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해체 배경을 설명했다.

'성장과 통합'은 오는 28일 첫 공개 심포지엄으로 인공지능(AI)과 관련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심포지엄을 내달 초로 순연한다고 밝혔다. 유종일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려다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정작 기획운영위 보도자료가 발표된 뒤 '성장과 통합'의 두 상임대표는 "해체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임병식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성장과통합 해체를 운운하는 보도자료 배포는 유종일·허민 상임공동대표 입장과는 정면 배치됨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성장과 통합' 측 관계자는 "누가 성장과 통합을 의도적으로 흔들려고 하는 것 같다"며 "정책에 문제가 있어서 당과 후보에게 악영향을 미쳤다면 비판받아야 하지만, 언론과 시장에서도 호응을 하고 있는데 지엽적인 것으로 저희를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출범한 성장과통합은 34개 분과에 학자와 전직 관료, 현장 전문가 등 500여 명이 몰려 매머드급 선거 지원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종일 한국개발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상임공동대표를 맡았고, 특히 전직 국무조정실장과 전직 기획재정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물론, 대통령실 일자리수석비서관 등 국정 경험을 갖춘 이들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성장과통합이 이 전 대표의 싱크탱크로 주목을 받으며 민주당 안팎에서도 이들이 확정되지 않은 대선 공약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성장과 통합은 이재명 전 대표 선거캠프와 관계가 전혀 없다"고 아예 선을 긋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흐름이 강해지면서 이 전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상황을 상정한 논공행상 갈등이 벌써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전날 일부 언론은 민주당 정책위가 의원 전원에 "40일 후엔 민주당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각 상임위별로 주요 법안 심의를 서둘러 달라"는 내용의 공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40일 후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상정한 것이다.

친명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들뜬 당내 분위기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책위가 의원들한테 그런 법안, 정책을 물어볼 게 아니라 그냥 조용히 준비하고 있어야 되는 것"이라며 "마치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 걸 전제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성장과 통합의 유종일, 허민 공동대표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성장과 통합 해체에 관한 보도자료는 인지하지 못한 내용"이라며 "여러 정책 전문가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책 제언집을 완성한 후 향후 활동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책 제언집을 특정 캠프에 전달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각 정당에 전달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며 "정책을 제언하는 집단으로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책 생산이라는 본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 출범식에서 유종일(왼쪽)·허민 상임 공동대표가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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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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