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4일 6.3 조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번 대선의 직접적인 원인인 12.3 비상계엄의 위헌성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홍 전 시장은 "이제는 탄핵 찬성, 반대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대선 승리를 위해,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문을 연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정권이냐, 이재명 정권이냐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이번 대선"이라며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 후보를 사법 심판대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겨눈 홍 전 시장은 "풍부한 경륜과 검증된 능력을 갖춘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자신을 내세웠다.
건물 안을 가득 메울 만큼 지지자들이 몰렸고, 유상범·김대식·박덕흠 의원 등 17명의 현역 의원이 얼굴을 비췄다. 홍 전 시장 지지 의사를 밝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참석해 "이재명을 물리쳐 달라"며 축사를 했다.
홍 전 시장의 슬로건은 "제7공화국 선진대국시대"였다. 그는 "개헌으로 6공을 넘어 제7공화국으로 힘차게 달려가야 할 때"라며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대통령 직속으로 개헌추진단을 바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안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통상 압력'을 언급, "취임 즉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와 한미정상회담 통해 이 문제를 풀겠다"며 "그 어느 때보다 올바른 안보관, 강력한 의지와 확고한 정책, 스트롱맨 리더십이 필요한 때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트럼프와 당당히 맞설 후보는 감히 홍준표뿐"이라고 자청했다.
노동·복지 등 민생 분야에 대해 홍 시장은 "노동의 유연화를 이뤄야 한다. 해고가 자유로워야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이 없다"고 했고, "불법과 폭력을 일삼는 강성 귀족노조의 잘못을 바로잡고 미래지향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또 "무작정 복지만을 추구하는 복지는 미래세대의 부담만 키울 따름"이라며 보편적 복지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고, "사회정의를 세우기 위해 흉악범 사형은 반드시 집행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특히 홍 전 시장은 "나는 좌파 논리에 현혹되지 않는다. 집권하면,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는 반드시 6개월 내에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학 입시제도를 단순화하겠다며 "수능 두 번 보고 두 번 중에서 잘 본 그 점수로 대학가게 하겠다"고도 언급했다. 홍 전 시장은 또 "가족중심주의, 패밀리즘에서 시작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 "차별금지법은 반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이 세 번째 대선 출마인 홍 전 시장은 "지난 대선에서는 패전처리 투수였다면, 이번 대선은 구국과 승리의 구원 투수가 되겠다"고 했다. 그는 "2017년도 박근혜 탄핵 대선 때처럼 정권을 그저 상납하는 그런 대선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탄핵소추 직후부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준비의 준비를 거듭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 전 시장은 마지막 대선 출마임을 시사했다. 그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삼세판"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질문에서 홍 전 시장은 탄핵국면 이후의 민심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출마 선언문에서 "계엄을 반대했고, 탄핵도 반대했다. 탄핵을 반대한 것은 계엄을 옹호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밝힌 홍 전 시장은 막상 비상계엄의 위헌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자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거지 제가 할 얘기는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5년 대통령 하려고 출마하지 3년짜리하려고 출마하는 그런 바보가 어디 있나"라며 언짢음을 드러냈다.
당 일각의 '한덕수 추대론'에는 반대 견해를 못 박았다. 홍 전 시장은 "제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잘 아는데, 그런 경거망동, 본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실 분이 아니"라며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대행이 대선에 나오는 건 비상식이다. 윤석열 정부가 탄핵됐고, 총리로서 제일 첫 책임자인 분이 대선에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 전 시장을 비롯한 '탄핵 반대파'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이날 대구·경북(TK) 지역 방문,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 등 핵심 지지층에 대한 표심 호소에 나섰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안동을 찾아 경북도청 앞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참배하고 페이스북에 "'하면 된다'는 박정희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하면서 이 같은 문구가 쓰인 모자를 착용한 모습이 앞서 보도된 바 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오후 이 전 대통령을 예방, 환담 자리를 가졌다. 나 의원 측은 이 전 대통령이 "지금은 나경원의 경험과 경륜이 필요할 때", "자유민주주의를 끝까지 지킬 적임자"라고 격려했다며 "나 의원이 나라를 위해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응원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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