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 외교'에 나선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이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줘 버린 게 아니냐 하는 의심이 제기된다"며 "한 대행의 대미 통상 협상을 믿을 수가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8일 밤 이뤄진 한 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에 대해 "우리 정부가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서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미국 측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국민이 불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 의장은 "트럼프의 '원스톱 쇼핑'이라는 말에서 보듯, 미국은 한국의 흑자, 관세, 조선업, LNG, 방위비 분담금 등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사안을 쏟아낸 것 같다"며 "백악관은 통화 직후에 '미국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 정말 긍정적이었다'면서 '테이블에 정말 많은 양보가 있었다', 이렇게 평가했다"고 했다.
자국 측 이득을 강조한 백악관의 긍정적 반응이 한국 측의 불리한 입지를 방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진 의장은 "(한 대행과 트럼프의 통화는) 우리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게 아니라 미국 측의 요청으로 통화가 이뤄졌다고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행 체제의 정부가 지닌 외교 역량으로는 역부족 아닌가", "한 대행의 협상을 믿을 수 없다는 여론도 올라오고 있다"며 "국회 통상대책특별위원회 설치를 더 미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진 의장은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미국 금융시장의 반응이 심각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로서는 불행 중 다행으로 3개월 정도의 시간을 번 셈"이라고 평가했다.
진 의장은 또 미국과 현행 무역협정 체제 유지를 이끌어낸 멕시코의 사례를 들어 "멕시코 대통령은 '주권 존중 없는 일방적 굴복은 거부한다'라고 하는 원칙 하에 미국과 협상했다"며 "우리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틀 안에서 협상한다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멕시코는) 불법 이민과 펜타닐 밀반입 등 트럼프 관심 사항은 정면으로 대응해서 성과를 내고 그것으로 미국을 설득했다"면서 "(한국도) 트럼프의 핵심 관심 사항은 수용 가능한 부분을 가려서 우선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