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방어권 보장하라"던 인권위, 파면 결정엔 "편향성 우려" 침묵

"尹 방어권 보장" 권고안 주도하던 김용원 상임위원은 회의 내내 입 닫아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 동조세력에 대한 방어권 보장을 촉구하던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는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제9차 상임위원회에서 인권위가 탄핵 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세력을 비호했던 행위들에 대해 사죄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남규선 상임위원의 요구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상임위는 헌재의 파면 선고 이후 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처음 모이는 자리였다.

상임위에서 남 상임위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123일간 우리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그 와중에 인권위는 방어권 보장 권고를 통해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인권위를 향한 사회적 비판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남 상임위원은 지난 2월10일 인권위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 동조세력을 비호하는 취지의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 대책 권고 및 의견표명의 건' 내용이 헌재의 판단과 정반대라는 점을 거세게 비판했다.

남 상임위원은 "결정문에는 계엄이 단기간 지속되는데 그쳤고,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은 없다며 불법이 아니라는 견해가 실려 있다. 그러나 헌재는 비상계엄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했고 헌법기관 권한을 훼손하는 중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인권위가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한 결정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2024 인권의날 기념식' 행사장 앞에서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원회바로잡기공동행동 관계자들이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지 않은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의 입장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결정문의) 해당 문장은 인권위 입장이 아닌 다양한 견해를 소개한 것"이라며 "논리적 일관성을 위해 반대 의견을 담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파면) 환영 성명은 오히려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어 탄핵 선고 전 낸 성명으로 대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 위원장은 탄핵선고를 앞둔 지난 2일 "인권위는 오는 4일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결과를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존중해야 함을 천명한다"며 "이는 헌정질서 최종 수호기관의 결정에 대한 존중이자 사회통합의 시작"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성명에서 "탄핵 심판 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주장과 견해들이 공방하기도 했지만, 이번 선고를 계기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기반으로 구성원 모두가 자유와 권리를 누리며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성숙한 인권국가로 나아가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안 위원장의 주장과 달리 인권위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 세력을 비호한 행적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 상임위원은 이날 <프레시안>에 "그동안 인권위가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킨 점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인권위의 독립성이 바로 설 수 있을지 의문이고, 인권위가 내리는 권고 결정이 우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도 "인권위는 헌재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거나 국민들의 50%가량이 헌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등 탄핵정국에서 내란 공범들을 옹호하는 입장을 계속해서 내왔던 만큼 그동안의 행적에 대한 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에 연루된 장성들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온 김용원 상임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침묵을 유지했다. 그는 지난 2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재판소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거슬러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국민은 헌법재판소를 두들겨 부수어 흔적도 남김없이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을 두고 "재판도 뭣도 아니고 완전 미친 짓", "야당으로부터 대통령 탄핵 용역을 하청받은 싸구려 정치용역업체가 돼 재판이라는 이름의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등 극우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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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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