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호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파로호>를 펴냈다.
작품의 무대는 강원도 화천의 파로호. 일제강점기 강제 노역과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희생이 있었던 소다. 소설은 이 호수에 얽힌 두 개의 비극을 통해 민족의 상처와 화해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중공군을 깨뜨렸다는 의미의 파로호(破虜湖)의 원래 이름은 날갯짓 한 번에 구만리를 난다는 뜻을 가진 대붕(大鵬)이란 뜻의 호수였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원래의 이름인 '붕호'로 부르고 싶어 한다.
파로호에 깃든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은 두 가지다.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중국군, 중국 내 한국 독립군과의 전투에 필요한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북한강 상류에 발전소를 만들었다. 6년이 넘는 공사 도중 강제로 징용을 당해 난공사에 투입된 한국인 중 1000여 명이 사고로 희생되었다 하니, 지금의 화천수력발전소와 화천댐은 우리 한국인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다.
비극은 몇 년 후 다시 일어났다. 한국전쟁이 고지전으로 이어지기 직전인 1951년 5월에 후퇴하던 중공군 수만 명이 강원도 화천 일대에서 숨졌으며, 그중 상당수의 시신이 이곳 호수에 수장됐다. 중공군을 깨뜨렸다는 의미의 파로호(破虜湖)라는 이름은 그렇게 생겨났다.
송 작가는 "이 호수가 두 개의 아픔과 슬픔을 여전히 담고 있듯이, 그것으로 비롯된 안타까움은 먹구름이 되어 아직도 한국 사회를 덮고 있다. 일제는 위안부와 징용의 강제를 여전히 부정하고, 이제는 독도까지 침탈하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제의 침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 사회가 아직도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만 구의 중공군 시신이 수장돼 있는 호수에서 위령제라도 지낼라치면 '빨갱이'로 매도하는 사회다. 철 지난 이념 논쟁을 일으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인간 세상의 근본인 휴머니즘보다 이념이 더 위에 있는 안타까움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 글은 소설 형식이지만 사실을 토대로 한 것이다. 송 작가는 "대붕호에 얽힌 슬픔과 아픔을 되새김하면서 아직도 진행형인 일본의 침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한편으로는 이념의 굴레 속에 갇혀 허덕이는 우리의 자화상을 되돌아보는 기회도 됐으면 더없이 좋겠다"고 말했다.
송금호 작가는 전북 고창 출신으로, 인하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언론인이 되어 인천일보 사회부장을 역임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자, 한국경제문화연구원(KECI) 남북교류협력위원장, 부천문인회 상임이사다. 송 작가는 현재 소설가이자 시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권력의 발 아래서>, <1980년 5월 18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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