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자대학교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워진 시국을 이유로 '내란'이 들어간 사회주의 세미나 홍보물 게재를 막아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언론에는 '외부 동아리 홍보물이어서 막았을 뿐 학생들의 정치적 표현을 보장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학생에게 "편향된 정치"를 문제 삼았던 것으로 확인돼 더욱 학생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8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4일 성신여대 미아운정그린캠퍼스 통합지원팀은 사회주의 연합학술동아리 세미나 홍보물을 학교에 부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재학생 이주영 씨에게 '게재 불가'를 통보했다. 앞서 통합지원팀 학생 인턴은 홍보물에 게재 허가 도장을 찍었으나, 이후 교직원이 허가 결정을 취소했다.
게재 불가를 통보한 성신여대 교직원 A 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외부 동아리 포스터를 교내에 붙이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그는 홍보물의 성격이나 내용을 문제 삼은 게 아니며, 학교가 학생들의 정치적 표현을 막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같은 해명과 달리, 학생에게는 '정치적 편향성'을 게재 불가의 주요 사유로 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 설명에 따르면, A 씨는 이 씨에게 학생지원팀 매뉴얼을 언급하며 "부적합 게시물"이라며, 그 사유로는 "편향된 정치라고…사회주의 이게 좀 돼(써) 있어 가지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의 시대, 혁명의 답변' 이게 좀" 등 홍보물의 성격과 문구를 지적하며 "지금 이 시국하고 (맞물려서) 좀 그렇다"고 부연했다.
이 씨가 계속 항의하자, A 씨는 연합동아리 홍보물이라서 게재할 수 없다는 이유를 추가로 들었다. 그는 "연합동아리를 모두 게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외부 동아리이기 때문에 그 부분(정치적 편향)도 고려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 측은 '정치적 편향성'이라는 실제 불허 이유를 숨기고 언론에는 '연합동아리'를 이유로 든 학교의 태도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씨는 <프레시안>에 "내란과 혁명, 시국 등으로 게재할 수 없다고 했던 말과 앞뒤가 다르다. 꼬리 자르기에 불과한 학교 측 해명에 분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대학은 캠퍼스 관리 등을 위해 교내에 홍보물을 부착하기 전 대학본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운영 방침을 세우고 있다. 대학에 따라 외부 홍보물 게재 금지를 원칙으로 삼기도 하지만, 성신여대와 같이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연합동아리의 홍보물 부착을 막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학교 측이 정치적 성격을 이유로 학생의 게시물을 학내에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학생들의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지관 대학문제연구소장(덕성여대 명예교수)은 27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자유민주주의 내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홍보물의 내용을 이유로 게재를 불허하는 것은 명백한 문제"라며 "특히 대학이 여러 의제를 공유하고 토의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게재 금지 규정(정치적 편향)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는 대학이 학생들의 홍보물 게시를 허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2022년 인권위는 대학운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학생들의 대자보와 현수막을 허가받지 않았다며 무단으로 수거한 대학에 "학교 미관 및 홍보 게시물의 질서를 위해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학생들에게 학교의 사전 허가와 검인을 받아야만 홍보물을 게시할 수 있게 한 것은 결국 대학 내 학생회의 건전한 의견표명과 자치활동을 근본적으로 제한한 행위이며, 헌법 제21조에서 보장하는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관련 규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한편, <프레시안>은 교직원 A 씨에게 학생과 언론에게 각각 다른 불허 이유를 밝힌 것에 대해 해명을 요청했으나 A 씨는 "제3자에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당사자인 학생과 통화해 내용을 정리하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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