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생 복귀 움직임에 "학생들 믿는다, 어떤 결정하든 존중"

원론적 입장…'미등록 휴학해야' 박단 의협 부회장 글에는 "공식 입장 아냐"

대규모 제적 사태 우려에도 의대생 복귀 문제에 소극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한의사협회가 "학생들을 믿고 있고 어떤 결정을 하든 존중하겠다"며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냈다. 박단 의협 부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대생들이 미등록 휴학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의협은 협회 차원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의협은 28일 서울 용산 의협 회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의대생 복귀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는 주체로서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들이 내린 결정은 어떤 결정이든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각 대학이 미복귀 의대생에게 학칙에 따라 제적 등 조치를 취하겠다며 '원칙 대응' 입장을 밝히고 있는 데 대해서는 "현재의 국가재난(대형산불) 사태에 학생들의 재난적 상황을 더해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어 정부를 향해선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의대생들에게 복귀를 당부하며 보낸 서한을 언급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학생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길 바란다"며 "지금과 같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로 일관한다면 공멸의 길만 남을 뿐"이라고 밝혔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이어진 기자 질의응답에서 "팔 한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다고"라며 의대생들의 미등록 휴학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박 부회장에 대해선 "미등록이니 뭐니 의대생들의 투쟁 방향성에 의협이 언급할 이유가 없다. 공식 입장은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 대변인은 '의협이 의대생 복귀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의료계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는 "바깥에 뭘 보여서 화려하게 해야 일 하는 게 아니다. 어느 단체보다 많은 학생과 대화하는 것도 현재 (의협) 집행부"라며 "저희가 움직이는 것이 언젠가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의협 대응과 관련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서 "제적 위기에 처한 의대생들에 대해 의대생들의 문제라며 선을 그으며 탕핑(躺平,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기)하고 있는 집행부에 각성을 촉구한다"며 "의협의 의대생 압박 위기에 대한 대응계획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회원들 앞에서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썼다.

'향후 의협이 의대생들의 운동 방향이나 투쟁 방향을 정리할 계획이 없나'라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대학생들이 어린아이가 아니다. 성인들이다. 본인들이 결정할 수 있는 지성인"이라며 "'어느 쪽으로 선도하겠다'는 입장을 내는 것은 그들이 성인임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의협은 계속해서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협이 투쟁은 우리가 할 테니 학생들은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입장을 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때 결과물이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왜냐면 그건 학생들을 믿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학생들을 신뢰하고 있다. 좋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비슷한 입장을 반복했다.

한편, 각 대학이 정한 의대생 복귀 마감시한이 이미 지났거나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의대생들은 선뜻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대 의대생들은 1학기 등록 마감일인 전날 100% 복학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의대생들도 '미등록 후 휴학'으로 투쟁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두 대학을 뺀 38개 의대 학생대표들은 전날 미등록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28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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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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