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에 몰린 진보진영, 위기의 이유와 활로는?

[대담-탄핵광장 이후 진보의 길] 下 대안 - 진보진영의 현재와 변화를 위해 해야 할 일

보수정권의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로 자멸을 앞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정치권에서는 진보적 담론이 사라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스스로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우클릭'에 열을 올리고 있고,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며 '극우클릭'에 나섰다.

광장으로 눈을 돌리면, 탄핵 찬성 집회에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표출됐음에도 진보 의제인 사회대개혁에는 큰 관심이 모이지 않고 있다. 반면, 탄핵 반대 세력은 기세를 끌어올리며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내전에까지 비유되던 탄핵 찬반 시민의 광장 세 대결은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석방 이후 더욱 격화할 듯한 조짐도 보인다.

2017년 탄핵 광장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재벌도 공범이다'라는 구호가 나오고, '촛불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소득주도성장',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와 같은 정책을 추진한 데 비춰보면, 2025년 탄핵 국면의 한국사회는 우경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우경화의 이유가 무엇일까. 구석으로 밀려난 진보진영에 활로는 있을까. 세 명의 학자·활동가를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진보진영의 대안을 물었다. 노동법·노동인권 연구자인 권오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보적 경제학자인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플랫폼·하청노동자 등과 함께 현장에서 활동해 온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이다.

이들의 대담을 두 편으로 나눠 싣는다. 첫 편 '진단'에 이은 둘째 편은 '대안'이다. 이번 대담에서는 먼저 진보진영에서 긍정적 대안과 함께 사회변화를 위한 기초 직업인 조사와 통계, 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서사가 사라졌으며 이를 복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다.(☞관련기사 : "왼쪽이 무너진 한국사회, 오른쪽으로 넘어지고 있다")

'전부 아니면 전무'가 아닌, 가능한 변화를 하나씩 만들어 가는 실사구시적 접근과 소송과 입법에 앞서 운동을 조직해 변화를 만들려는 노력을 강화하자는 제언, 자기 이익에 매몰돼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지 못하는 일부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희망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전 국민을 무권리 상태의 노동자로 만들려는 가진 자들의 기획에 맞서 프리랜서·플랫폼·특수고용·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에게 호소할 수 있는 가치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제시됐다. 탄핵 찬성 광장에 나오는 시민 중에도 그런 이가 많다는 것이다.

보다 거시적으로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져 가는 상황에서 비슷한 일을 먼저 겪은 국가들의 사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축소되는 경제에서는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분배 등을 통해 경제적 균형을 잡아줄 세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함께였다.

다음은 권 교수와 나 교수, 오 실장과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 인근 모임공간에서 진행한 대담 중 진보진영의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한 것.

▲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 인근 모임공간에서 대담 중인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프레시안(박상혁)

진보진영, 긍정적 대안·조사와 통계·다양한 서사 만들어야

프레시안 : 진보진영의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앞서 정치권이 보수화되는 바탕에 진보진영의 무력함이 있다고 진단했다. 진보진영이 최근 호소력을 가진 자기 대안을 못 만들고 있는 건 사실 같다. 왜 그럴까?

오민규 : 계급정치, 진보정치에 세 가지가 실종됐다고 본다.

하나는 긍정적인 대안과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 저쪽은 뭔가를 계속 내놓으면서 공격하는데 여기는 '하지 말라'고 하는 데서 그친다. 예를 들면 재계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에 대해 지난 몇 년 노동의 대응은 '하지 말라'는 거였다. '차등적용 반대'였다. 작년에 처음으로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최저임금 확대적용을 꺼냈다. 그랬더니 저쪽이 움찔하고 보수언론조차도 이 요구를 굉장히 호의적으로 다뤘다. 차등적용 저격수는 '반대'가 아니라 '대안'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노동조합 회계공시도 마찬가지다. 양대노총이 거부하고 말 게 아니라 '재정이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공개하겠다'고 하면 됐다. 대신 '너희들이 만든 공시 시스템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원리에 따라 하겠다'고 대안을 냈으면 국면이 달랐을 거다.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라면 예비 조합원인 미조직 노동자, 국민에게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회계를 공개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를테면, 지난 대선 때는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굉장히 공격적인 대안이 있었다. 이 구호가 최저임금만 올려 달라는 게 아니었다.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요구를 쭉 드러내는 장치로도 작동했다. 지금 보수층이 '스탑 더 스틸(stop the steal)', 이 한 마디로 부정선거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시민의 뜻, 여론을 훔쳐가지 마라', '원래 우리 것이었던 것을 훔쳐가지 마라' 이런 저런 말을 다 한다. 지금 진보 진영에는 그런 게 없다. 무조건 저지, 분쇄, 박살이다.

또 하나는 조사, 통계, 데이터가 없다. 근거를 갖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주장만 있다. 그러다 보니, 맨날 전에 내놨던 요구를 베껴서 내놓는 데 그친다. 지난 총선 때 요구, 지난 대선 때 요구가 거의 복붙이었다. 이제 'Ctrl(컨트롤) C + V' 좀 그만 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서사, 그러니까 스토리가 없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노동자나 시민을 움직이려면, 내가 왜 어떻게 각성했고, 뭐에서부터 불만을 느꼈는지를 말해야 한다. 이게 사람마다 다 다르다. 똑같지 않다. 그런 다양한 서사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다. 그런데 똑같은 피켓, 똑같은 현수막, 똑같은 문구, 똑같은 구호로 수많은 다양성과 개성을 죽여버린다. 사업계획도 단조롭다. 일 있으면 무조건 '서울로 와' 하고 대규모 상경집회를 연다. 그리고 안 풀리면 총파업. 그것 말고는 없다.

나원준 : 대안, 조사, 서사가 죽었다는데 정말 공감을 많이 한다. 내용도 고민해야 하고, 운동과 관련한 구호도 정말 고민해야 한다. 2016~2017년 탄핵 때 보면, '최저임금 1만 원'이 있었고, 또 하나 중요한 구호가 '재벌도 공범이다'였다. 말하자면, 시민들의 시선이 우리 사회의 진짜 권력을 향하도록 이끄는 목소리가 있었다. 신자유주의 재벌 권력, 그리고 한국 자본주의에 빨대를 꽂은 제국주의. 그런 문제제기가 있었다.

지금 광장에서 많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말 소중한 목소리가 많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서부터 북받쳐 오르듯 터져 나와 체제에 질문을 던지는 도전적인 구호는 잘 안 들린다.

물론 진보진영이 언젠가부터 사회대개혁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만 이런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캠프 정도에서 만든 공약자료집이라고 해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내용과 수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수많은 정책 카드가 나열돼 있다. 국방에 대해 1, 2, 3, 4번, 하는 식으로 카드가 나오고, 경제에 대해, 또 거기서 세분해 조세·재정에 대해 몇 개씩 카드가 나오고 하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그걸 굉장히 많은 시민단체가 들어가서 만들다 보니, 서로 내용 조율이 충분히 되는지도 의문이다. 이리저리 듣고 본 바로는 집중된 메시지 없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열하고 있는데, 막상 사안별로는 구체성이 없다.

진짜로 걱정하는 건 이런 거다. 민주당이 지금 보수화되고 있다. 그런데 보수화된 민주당과 큰 담론 수준에서조차 별로 차별점을 못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사회대개혁을 요구하면서, 보수화된 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가 보기에도 '그렇게 하면 선거에 떨어져요'라고 말할 수준의 과제밖에 못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도 아니고 예비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내놓을 공약집 정도 수준 아닌가 싶다. 이걸로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하겠나. '우리가 이렇게 실력이 없었나'하는 생각까지 든다.

프레시안 : 사회대개혁 의제 같은 건 이럴 때 만들 게 아니라 평소에 들고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원준 : 당연히 갖고 있었어야 되는 거다. 이번처럼 여러 단체가 다 모인다고 좋은 성과가 나올 성격의 일도 아니다. 모든 문제에 답할 필요도 없다. 정책 역량이 있고 운동을 이끌어갈 수 있는 세력이 헤게모니(hegemony, 주도권)를 잡고, 더 일치성이 높고 집약된 요구를 제시하고, 이걸 바탕으로 실천적이고 집중적인 운동을 만들어 가야 한다.

아주 거창하게 미래사회, 대안사회의 비전을 그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다못해 작은 주제나 영역 몇 개 안에서만이라도 구체적인 진보적 정책 역량을 키워나가면 좋겠는데, 잘 안 되는 것 같다. 또 정책과 관련해서는 사실 너무 많은 일이 민주당과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식인들이 민주당과 너무 엮여있다.

▲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프레시안(박상혁)

문제 해결을 위한 실사구시적 접근과 운동적 접근 강화해야

권오성 : 거대하고 그럴싸한 이야기를 하기 어려우면, 실사구시적인 일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최근에 노동조합이 하는 요구가 바뀌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도 안타깝다. 게다가 현실성도 없다.

노조법 2, 3조 개정위원회가 꾸려졌을 때 자문한 일이 있다. 마지막까지 이야기한 게 일단 3조(파업을 이유로 한 손배소송 제한)부터 통과시켜 보자는 거였다. 노조법 2조(노동자·사용자 범위 확장을 통한 노조 할 권리 강화) 개정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당시 상황에서 가능한 목표를 잡자는 거였다. 3조만 들고 가면, 윤석열도 거부권 행사가 쉽지 않을 거라고 봤다. 경제인총연합회 같은 데서도 3조만 들고 오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했다.

재계는 노조법 2조 개정으로 사용자 범위가 확장되면, 사용자 범위가 모호해진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사용자 범위를 확장하면, 부당노동행위(사용자가 불이익취급 등으로 노조 활동을 침해하는 행위) 처벌조항의 수범자도 확장된다. 이 두 개를 조합해 재계는 노조법 2조 개정이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죄형법정주의는 검사 출신 대통령에게는 너무 익숙한 논리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아무 저항감을 느끼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노란봉투법이 처음 나온 건 파업했다 손해배상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막아보자는 거였다. 2000년대 초반의 문명국가에서 그건 정말 있기 힘든 이야기였다. 그런데 입법 채널이 열리니,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문제까지 이번에 다 해결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문제 하나가 있으면 그걸 풀어야 뭔가 열리고, 그래야 효능감이 생기고 조직에 동력이 생기는데, 맨날 모든 걸 다 때려넣어서 바꾸려 하니 결국 하나도 안 된다.

나원준 : 나는 3조도 만만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손해배상이 신자유주의적 노조 통치의 굉장히 위력적이고 강력한 수단이다.

오민규 : 결국 권 교수가 말하려는 건 디테일과 실사구시인 것 같다. 또 하나 덧대자면 최근 노조의 문제 중 하나가 입법과 소송 중심이라는 거다.

권오성 : 동의한다. 노조 운동의 종국점이 입법이면 정당을 하는 것이 맞지 않나. 노조가 아니라.

오민규 : 모든 게 소송 중심이다. 불법파견, 통상임금…. 소송이 아니라 임단협으로 문제를 풀려고 만든 게 노조인데, 노조로 모여서 소송을 하고 있다. 교섭과 투쟁으로 법보다 높은 수준의 노동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만든 게 노조인데 말이다. 입법운동도 항상 '전부 아니면 전무'다. 노란봉투법도 차라리 '2조냐, 3조냐'로 전선을 좁혀서 붙어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정권과 자본이 진짜 두려워하는 게 뭔지 판단도 될 거다.

권오성 : 지금의 노조법 2조 개정 주장은 수세적 접근이기도 하다. 산별교섭 체제를 만들자는 게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식의 개별 교섭 체제에서 하청노조가 원청사와 교섭하는 것을 최대치로 잡은 요구다. 그러면 안 된다. 차라리 2조를 삭제하고 산별교섭으로 가자고 해야 한다. 지금 기업별 체계인 일본 노동조합이 사실 지리멸렬하다. 미국은 민간 부문으로 한정하면, 조직률이 10%도 안 된다. 그 두 나라 모델 쫓지 말고, 중앙집권화된 교섭 체제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노조라도 강하게 해야 한다.

오민규 : 운동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고, 법 조항 몇 개 고치는 데 마지막까지 골몰한다. 사실 노조법 2조 개정은 2010년대에 비정규직 노조들이 노조 할 권리를 위한 공동투쟁을 조직할 목적으로 개발한 구호다. 사실 그 조항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법 개정을 내걸었지만 국회 설득이 제일의 목표였던 게 아니고, 현장에서 운동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실제로 노조법 2조 개정이라는 구호를 걸고 특수고용 노동자, 하청 노동자들이 싸우면서 판례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현장의 운동이 변화를 만들어 낸 거다.

이제 그 정신이 사라졌다. 노조법 2조를 고치려고 현장의 운동을 만드는 게 아니라 법 조항 디테일 몇 개 고치는 거, 국회의원 압박해서 문구 수정하는 게 핵심사업처럼 됐다. 노조법 2조 개정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끝까지 상층, 국회로만 모이고 있다.

권오성 : 노조법 2조 개정은 사실 2018년 대법원에서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 판결 나왔을 때 거의 이긴 거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는 일본보다 한 발 앞으로 나간 면도 있다. 그러면 다음 프레임을 던지는 모습도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갇혀버렸다.

지금 꼴이 이렇다. '호부호형을 허하라'고 하니까 상대방이 '아버지라 불러'라고 했다. 그럼 다음은 뭔가. '상속분을 내놔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호부호형을 허하라'만 하고 있다. 프레임을 밀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 조합원들이 2018년 6월 1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에서 학습지 교사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학습지 교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이며 "회사가 일부 교사와 위탁사업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며 학습지 교사의 손을 들어줬다. ⓒ연합뉴스

자기 이익에만 매몰된 운동에는 매력이 없다

프레시안 : 또 진보진영이 갖고 있는 문제에는 어떤 게 있을까?

권오성 : 수년 전에 한국노총 신년하례회 자리에서 '왜 한국노총이 젊은 조합원에게 인기가 없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자리가 자리다 보니 덕담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매력이 없다'고 답해 버렸다. 매력이 없는데 인기가 있을 리가 없지 않나. 사람이 지갑을 열고, 시간을 쏟는 건 매력이 있을 때 하는 거다. 실현가능성과는 큰 관계가 없다.

그분들한테 그랬다. '당신들 30년 전 처음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할 때로 돌아가서 그때 선배들에게 들었던 만큼 설레는 이야기를 사람들한테 하고 있나. 미국식의 실리적 노동조합주의(business unionism)해서 우리 조합원 배 불리자는 말밖에 더 하나. 그게 어떻게 사람을 설레게 하냐. 다 같이 잘 살면서, 사회를 어떻게 바꾸자는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이 그나마 좋아하지 않겠나.'

말을 좀 세게 하긴 했지만, 여전히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노동조합 운동이 사회운동과 결합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사무엘 곰퍼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더 모어(the more)', '뭘 원하냐, 더 많이 줘'를 유일한 과제로 삼게 돼버렸다. 그러니까 매력이 없다. 또 '더 달라'는 것만 갖고는 사람이 파편화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산별교섭체제로 가는 거 수십 년째 못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진짜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이야기하는데 속으로 웃는다. 노동시장 자체가 없는 나라에서 무슨 노동시장 이중구조인가. 한국에 노동력의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이 있기는 한가. 그냥 젊었을 때 어느 회사에 뽑히냐에 따라 평생의 소득이 결정된다.

그걸 깨려면 산별교섭을 해서 어느 회사에서 일하든 동일한 일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는 제도나 관행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 전제가 산별교섭이다. 한국의 산별노조는 조직만 산별이지 교섭은 사업장별로 매년 창구단일화(사업장 내 노조가 다수일 경우 교섭을 일원화하는 절차)하면서 자기 것만 챙긴다.

파편적인 개별 사업장에 조합원들이 모여서 '더 모어'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떻게 아름다운 이야기에 대한 상상력이 생기겠나. 매력이 없지. 게다가 직간접적으로 87년 대투쟁의 수혜를 받은 장년층이 노조에 많이 가입해 있고, 비정규직 청년층은 노조에 가입해도 큰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됐는데, 기존 노조가 청년에게 매력이 있을 리가 있겠나. 그러니 안타까운 거다.

▲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프레시안(박상혁)

노동운동의 다음 과제…무권리 상태의 노동자들

프레시안 : 각론으로 들어가서 지금 진보진영이 집중해야 할 과제에는 무엇이 있을까.

오민규 : 자본이나 정부가 노동을 공격하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노조 혐오를 부추기는 거고, 다른 하나는 최저기준에 구멍을 뚫는 거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반도체 업종에 주52시간제 적용을 하지 말자고 한 게 사실 근로기준법에 구멍을 뚫는 거다. 노동약자지원법도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에게 근기법상 근로자가 되는 길을 포기하라는 거였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최저임금법에 구멍을 뚫으려는 거였다. 구멍 하나 만들면, 그 다음부터는 그 구멍을 넓히면 되니까.(☞관련기사 : 주52시간제 흔드는 보수 양당과 재계의 진짜 노림수)

절묘한 게 최근 광장에 나오는 사람들 심층 인터뷰를 잘 보면, 압도적 다수가 전통적인 사업장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프리랜서, 특수고용, 내지는 학생과 노동자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다. 즉 전통적인 노조 운동이 잘 만날 수 없던 사람들이고, 기존 방식대로 노조로 조직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그들 중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진 사람들이 '말벌'이라면서 또 투쟁 사업장에 간다.

사실 노동계가 근기법 확대 적용을 이야기하든, 노조법 2조 개정을 이야기하든, 일하는사람법을 이야기하든 광장에 나오는 바로 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전 국민 4대보험도 마찬가지다. 노동운동이 그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기치를 세우고, 실제로 그쪽으로 움직여야 희망이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건 아니다. 한 3, 4년 전에 5인 미만 근기법 전면 적용을 걸고 총파업을 했다. 좋은 일인데 조직노동운동이 실제로는 5인 미만 사업장 관련 사업을 안 하니까 문제다.

광장에 소수자가 많이 나오니 차별금지법을 하자는 것도 물론 좋은 의견이다. 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조 운동이 그동안 낯설어했던 사람들을 조직하는 일도 해야 한다. 전 국민을 이제는 비정규직도 아니고, 프리랜서로 만들어 버리려는 자본의 기획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이 질문에서 출발해 대안적 가치와 슬로건을 찾아야 한다.

나원준 : 비정형 불안정 노동자가 노동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은 우리 문제이면서 우리 아이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요즘 대학생들이 과외를 구할 때 사설 학원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구한다. 학원은 과외 월급에서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사업소득세 3.3%를 떼고 입금한다. 플랫폼 고용, 프리랜서 고용, 가짜 3.3 고용(사업주가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신고하는 위법행위)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예전에는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자영업자가 줄어든다고 봤는데, 지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왜냐면, 한국의 자영업자는 결국 산업예비군 성격을 갖고 있고, 말하자면 기업에 법적으로 고용되지 않은 비임금근로자다. 지금 비임금근로자 상당수가 플랫폼, 특수고용, 가짜 3.3 노동자고, 그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전통적인 노동자 바깥의 노동자를 보면서 보호 장치를 만들어 가는 건 당면한 현실이고 미룰 수 없는 과제다.

5인 미만 사업장, 작은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지방공단에 가면 5인 미만 사업장이 천지에 널려있다. 거기에 무슨 노조가 있고, 무슨 권리가 있겠나. 이들까지 포함해 수많은 노동자가 말 그대로 무권리 상태에 방치돼 있다.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에 구멍 내는 일은 제발 그만두고 기존의 사각지대를 좁혀야 한다. 사회 보험도 사각지대가 말도 안 되게 넓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된다. 보호의 수준도 범위도 다 문제고, 이걸 고치는 건 결국 국가의 책임이다.

오민규 : 5인 미만 사업장도 주목해서 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함의를 가진 데이터 중 하나가 최저임금 위반율이다. 정부가 근로감독으로 최저임금 위반을 잡는 경우도 있지만, 근로감독이 미치지 못하면 노동자가 직접 신고해서 위반을 잡아낸다.

최저임금 위반 직접 신고가 제일 많은 데를 사업장 규모로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법 위반이 많을 거라는 건 상식인데, 고소·고발이 많을 거라는 건 상식이 아니다. 5인 미만 편의점에서 일하다 우리 사장을 신고하는 건 헤어질 결심을 하고 하는 거다.

이게 보여주는 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무권리 상태의 노동자이긴 한데, 체념하고 죽어있는 노동자는 아니라는 거다. 요구가 활성화되고 있고, 불판의 열기가 누적되고 있다. 이 흐름을 읽어야 한다. 그 사람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광장에 나오는 사람들이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연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 변화에 수반하는 양극화를 조정하는 것은 결국 정치의 몫

프레시안 :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권오성 : 정말로 변혁적인 담론이 이야기되려면 상황이 너무너무 안 좋아져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임계점까지 가야 할 거다. 그걸 넘어서 진짜로 다 죽겠으면 혁명이 일어날 거다. 그런데 한국은 그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 사실 꽤 잘 사는 나라다. 그게 싫은 건 아닌데 갑갑한 거다.

그 안에서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아래쪽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끔찍한 일이 너무 많다. 그런데도 신자유주의가 스스로 변하면서 늘 하는 말이 '극빈 상황에서는 지구를 구하지 않았냐'는 거다. 그걸 완전히 부정하기는 좀 힘들다. 그게 딜레마다.

내가 어릴 적 한국이라는 나라가 TV 속 '빈곤 포르노'에 나올 법한 극빈 상황을 간신히 벗어난 나라였다. 한 세기가 지나기 전에 이렇게 경제가 성장한 나라는 드물다. 그러다 보니 성공이 발목을 잡는 것 같다. 기존 시스템이 많이 망가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성과가 났다 보니까 못 고치는 거다.

예컨대, 한국이 1997년 IMF 위기라는 큰 문제를 해결이건, 극복이건, 눈 가리고 아웅이건, 어쨌든 넘어간 바탕이 된 제도 중 하나가 원하청 구조였다. 해고가 어려운 나라에서 원하청 구조를 풀어서 기업에 옆길을 뚫어주고, 그 길로 위기를 극복한 기업들이 있다.

그걸로 재벌은 배를 채웠고,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은 월급이 올랐고, 집 있는 사람들은 집값이 올랐다. 그런데 그 구조에 깔려 고통받는 사람들은 눈에 안 보인다. 내 일이 되기 전까지는 관심도 없다. 이런 상황이 진보적인 동력을 상실하게 된 근저에 놓인 문제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큰 변화에 혹하기에는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이미 가진 게 너무 많다.

나원준 : 분배 문제와 관련해 내가 그린 그래프가 하나 있다. 세금을 통한 2차 분배는 고려하지 않고, 노동과 자본 사이의 1차 소득 분배율을 그린 그래프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코로나 때까지도 계속 올랐는데 무슨 이유인지 윤석열 정권 때와 맞물려 딱 떨어진다.

▲ 2000~2023년 실질 생산성 대비 실질 임금. ⓒ나원준

이건 사업장에서 계급 역관계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는 말이다. 조직노동의 현장 영향력과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계급 역관계가 또 한 번 자본 쪽으로 기울며 무너져 버렸다. 경제적 토대, 즉 한국사회의 물질적 재생산 조건에 있어서는 상당한 정도의 반동이 이번 정권 들어 이미 많이 발생했다.

그래프가 하나 더 있는데, GDP 중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건 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기간 내내 계속 내려간다.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사람들의 구매력, 노동자 가구의 실질소득이 계속 부족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서 개선되는 것은 물론 없었다.

▲ 2001년 1월~2024년 2월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소비 비율. ⓒ나원준

이게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한국사회에서 대안을 찾으려면, 결국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과제부터 제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조세와 사회지출로 2차 분배를 해서 상황을 개선하기도 해야 하는데, 정치세력들이 그것마저 안 하겠다고 부인하는 게 지금 상황이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힘으로 1차 분배부터 개선할 수 있도록 노동권을 강화하고 노동보호 제도를 강화하는 일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여야가 다 그 모양이다.

분배 문제에 있어 윤석열 정권이 한국사회를 관리하는 방식은 아마 노동 탄압과 긴축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거다.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에서 그런 정책의 폐해가 심각하게 드러났는데, 이걸 한국의 주류 경제학자와 재정 보수주의자들이 인정하지 않는다.

권오성 : 나는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자는 아니지만, 분배가 악화되는 그래프를 보니 드는 생각이 있다. 모든 전환 과정에서 분화가 커진다. 인공지능 전환에서도 소수의 승자가 생기고 다수의 패자가 생길 거다. 인공지능을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행복해질 거고, 인공지능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 옛날에 인형에 눈붙이는 사람들처럼 이미지에 태깅하는 사람들은 불안정 노동자가 돼 나락으로 떨어질 거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는다. 어떻게 산업을 활성화할 거냐만 이야기한다. 이게 절망스럽다.

인공지능만이 아니다. 기후위기가 오면 제일 고생하는 건 기층에 있는 노동자들이다. 더워도 일해야 하는 사람들…. 부자들은 비행기 타고 피난 가면 된다. 코로나19 같은 보건위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에게 국가가 필요한 거다. 불가역적인 외계의 변화가 생겼을 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이나 불평등을 정치가 조정하고 완화해야 한다. 그게 1인 1표제 보통선거제가 갖고 있는 장점이다. 정치가 그런 역할을 한 대표적인 제도가 노동법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노동계급에 투표권이 있기 전까지 노동법은 없었다.

프레시안 : 전환 과정의 고통을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잘 안 나오게 된 이유는 뭘까.

권오성 : 사람들이 가슴 속 깊이 신자유주의에 완전히 적응했다. 신자유주의 정서를 가장 간단하게 표현하면 인덱스(index)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보여주고 평가받는 거다. 인격이 시장화되는 거다. 그 기점이 2000년대 초반 '부자 되세요'라는 카피의 신용카드 광고가 나왔을 때라고 본다. 이전까지 좋은 학교 다니고 좋은 집에 사는 건 혼자 좋아할 일이지 드러내놓고 자랑할 일은 아니었다. 그 다음에 10년쯤 지나니까 대학생들이 학교에서 과잠을 입고 다니더라. 또 얼마 지나니, 고등학교 잠바가 나왔다.

SNS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런 일에 너무 익숙하고, 모든 사람이 그걸 갈망하는 나라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연하고 계급성을 이야기하는 건 진짜 매력이 하나도 없는 일이 돼버렸다. 얼마나 잘 사냐가 매력인 거고, 그런 사람들에게 진보연하는 건 루저들의 이야기로 들린다.

저성장 국가가 연착륙하는 길에 주목해야

프레시안 : 좌파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게 세계적인 현상인지도 궁금하다.

나원준 : 좌파들도 신자유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대다.

권오성 : 영국 같은 경우 우리보다 빨리 이런 일을 겪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작용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도 한 20년 지나면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사람이 경험을 못 이기는 것 같다. 인식의 지평이 경험을 못 벗어난다. 한국도 지금 가는 길이 얼마나 망하는 길인지를 결국 가봐야 알지 않을까 싶다.

나원준 : 어쨌든 우리가 기존에 해왔던 방식의 축적은 이제 그 한계가 명확해진 것 같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한국은 이를테면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건지 이런 데 대한 문제의식이 별로 없고, 온통 성장을 위한 산업정책 이야기뿐이다. 성장제일주의의 폐해를 한국사회, 특히 정치인들이 단 한 번도 직시한 적이 없다.

권오성 : 그게 가능한 일이냐는 거다. 자본주의 체제건 공산주의 체제건 20세기 이후에 총동원 체제, 과잉생산 과잉소비 체제로 지구를 살뜰하게 착취해 왔다. 기후위기나 코로나19 같은 보건 위기나, 불평등의 심화나, 많은 문제가 성장주의 포화에서 온 거라고 본다. 그 체제를 앞으로도 유지하는 건 매우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GDP 2%도 꽤 높은 성장률인데 저성장이라고 한다.

나원준 : 우리 경제의 파이가 이미 커졌기 때문에 2%만 해도 성장의 양이 결코 작지 않다.

권오성 : 동의한다. 그러니까 거꾸로 지금 우리가 살펴봐야 할 곳은 경제가 정점을 찍은 후 연착륙한 나라들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처럼 1년에 5%, 7% 성장하는 나라를 비교대상으로 삼을 게 아니다.

나원준 : 축소되는 경제에서는 밸런스(blance, 균형)를 잡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게 깨지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유럽은 오히려 운이 좋았다. 경제가 축소되는 시기에 노동계급의 힘이 강했다. 경제가 정체하고 쇠퇴해 가면서 자칫 무너질 수 있는 사회 밸런스를 진보 정치가 일정 정도 잡았다고 본다.

한국은 그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동 정치가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없으면 경제 안에서 밸런스를 잡아줄 세력이 별로 없다. 유일하게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는 게 노동조합이고, 노동조합이 정치적 요구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때 그 일이 가능한데 걱정이다. (끝)

▲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프레시안(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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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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