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계엄해제 뒤 尹 전화, 질책 아니었다"…'뼈 있는 말' 檢 진술 부인

혈액암 투병 중 증인 출석…대부분 질문에 "공소사실 포함" 답변 거부

조지호 경찰청장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 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덕분에 잘 끝났다'는 말을 전화로 듣고 '뼈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검찰 진술을 뒤집었다.

조 청장은 20일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10차 탄핵심판에서 '박현수 경찰국장에게 윤 대통령의 '덕분에 빨리 잘 끝났다'는 이야기를 뼈가 있는 말로 알아들었다고 한 적 있나'라는 국회 대리인단 질문에 "뼈가 있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박 국장과 대화 내용에 대해 그는 "'인간적으로 죄송한데 이런 상황에서 제가 경찰청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면직 절차를 좀 밟아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윤 대통령의 말을 뼈 있는 말로 알아들었다 진술했다고 보도됐다'는 질문에도 조 청장은 "기억에 없다. 뼈 있는 말이라는 표현은 제가 잘 쓰는 표현도 아니다"라며 "그때 대통령님의 전화를 질책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조 청장은 '검찰에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으로부터 국회를 셧(shut)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는데, 봉쇄해달라는 말 아니었나'라는 국회측 질문에도 "구체적인 워딩(발언)을 기억하는 건 쉽지 않다"며 "제 언어로 그렇게 표현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박 사령관이 어떤 워딩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없다"고 명확한 답을 피했다.

다만 조 청장은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변호인 입회 하에 조사를 받고 사실대로 답했나'라는 국회측 질문에는 "맞다. 조서별로 제가 다 서명 날인했다"고 답했다.

조 청장은 이날 혈액암 투병 중임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병실에서 경찰·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에 섬망 증세가 있었나'라고 물었다. 조 청장은 "조사시간이 적게는 한 시간부터 많게는 7시간까지 됐지만 사이에 계속 휴식을 취하면서 했고, 죄송하지만 병원에 있을 때는 베드(침대)에 거의 누워서 조사받다시피 했다"며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수사기관에 진술할 때 계엄 당시 상황을 명확하게 진술했나'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조 청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갑자기 폐렴 증상이 와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면서도 "섬망 증상이 있다든지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이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직전 안가 회동 때 국회 경력 배치를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나', '윤 대통령이 무기, 수갑, 장구를 사용해서라도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끌어내라고 지시했나' 등 대부분의 질문에 "공소사실에 포함된 내용"이라며 답을 거부했다.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은 자신의 유죄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

조 청장은 답변 거부 이유에 대해 "죄송하지만 제가 증인으로 출석하며 성실하게 준비했어야 하는데 제 건강이 그 정도까지 여력이 없었다"며 "공소사실에 포함된 증언을 어떻게 동의할지 변호인과 협의가 아직 안 된 상태라서 말씀드리기 조금 어렵다"고 말했다.

조 청장 증인 신문 뒤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받은 윤 대통령은 "건강 빨리 회복하기 바란다. (의견) 없다"고 짧게 발언했다.

재판부는 다음 탄핵심판 기일을 오는 25일로 잡고 재판을 마쳤다. 다음 기일에는 양측의 종합변론과 최후진술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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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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