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의 블라인드 테스트?…'尹경호처' 가린 채 묻자 "직장 내 괴롭힘"

金, '계엄은 대통령 권한' 입장 유지…서부지법 폭동엔 "일어나선 안 돼" 선 그어

여당 대선주자 중 수위로 떠오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경호처 창설 60주년 행사에서 있었던 '생일 축하 합창 공연' 사례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이건 안 된다"고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경호처 행사라는 점을 가린 채 사례를 제시한 야당 측 질의에 이같이 답한 것이다. 김 장관은 야당이 '해당 사례는 경호처 행사'라는 점을 공개하자 "이 점은 자세하게 봐야 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장관은 20일 국회 환노위 직장 내 괴롭힘 및 가습기살균제 관련 현안질의에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비판하고 있는 김 장관에게 '한 회사의 사례'라며 "회사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장기자랑 준비를 강요한다. 이사장, 국장, 직원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강요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맞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장관은 "이거는 안 된다"며 "직원들이 근로자들인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적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김 의원이 '이건 고용노동부 매뉴얼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나와 있다'고 재차 묻자 "그렇다"고 긍정했다. 김 의원은 이어 "임원들이 직원들에게 회사 창립 60주년 기념행사에서 가요를 개사해 회장님 찬양, 생일 축하 합창 공연을 강요했다.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 맞나"라고 물었고, 김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강요는 안 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방금 읽어드린 것에서 임원을 경호처 차장으로, 회사 창립을 경호처 창설로, 회장님을 윤석열 대통령으로 바꾸면 경호처 직원들이 윤석열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당사자가 된다"고 지적하자, 김 장관은 "이 점은 자세하게 봐야 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김 의원은 '맞다고 하더니 왜 자세히 봐야 하나', '대상이 바뀌었다고 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가'라고 김 장관을 추궁했고, 김 장관은 거듭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있어야 되겠다"고 답을 피했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위법이 아닌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박홍배 의원이 계엄에 대한 입장을 묻자 "헌법에 나오는 권한"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1980년 신군부 시기를 예로 들며 '장관 본인이 당시에 계엄군에게 쫓겨다닌 적도 있다고 하셨다, 그때마다 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생각하나' 묻기도 했는데, 김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했다.

다만 김 장관은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등 헌법에 위배되는 내용이 담긴 계엄 당시 포고령에 대해서는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좀 잘못된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 "국회를 봉쇄한다든지 이런 거는 저는 옳지 않다고 본다"는 등 선을 그었다. 그는 해당 포고령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위헌 여부에 대한…(확인이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답을 피하면서도 "포고령에 그런 게 포함됐다면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 강성지지층에 의해 벌어진 1.19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해서도 "과거에도 없었고 또 앞으로도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다. 매우 중대하고 불행한 사건"이라고 거리를 뒀다.

그는 다만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 대한 강성지지층의 자택 시위 등에 대해서는 "제가 답변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입장표명을 꺼렸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박해철 의원이 '김 장관은 헌재 판결 내용조차도 동의를 하지 않고 있잖나'라고 지적하자, 김 장관은 "헌재 판결 중에 잘못된 것도 많다", "헌재 자체가 전부 다 만장일치 판결을 일부러 유도한다든지 이런 건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대한민국 제도 하에서 (판결에) 동의가 안 되면 대한민국을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언성을 높였고, 이에 김 장관도 "헌재를 고쳐나가야지 왜 떠나라고 그러나" 맞받으며 장내가 소란에 빠지기도 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씨 사망사건 등에 대한 현안질의 등을 위해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여야는 문화방송(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현안질의를 열었으나, 뚜렷한 논의 진전 없이 공방만 주고받았다. 해당 사건 관련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던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MBC 문제를 다루고 싶지 않다는 정치적 이유로 청문회를 거부했다'는 취지로 공세를 폈고, 민주당은 '쿠팡 청문회 등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비협조적이던 국민의힘이 오히려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구체적인 질의에서도 국민의힘은 "(MBC에선) 노조가 견제가 없는 권력으로 성장했다", "MBC의 현재 사내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게 이것"(김소희 의원)이라는 등 'MBC 때리기'에 집중했고, 민주당은 개별 방송국보다는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노동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 "지난 2월 11일부터 면밀한 사실관계의 확인과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살피기 위해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감독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원론을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법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의제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를 통해 입법을 해달라'는 수준의 요청을 남겼다.

이날 현안질의의 또 다른 주제였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정부 책임 인정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피해자와 유족들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정부는 과거와는 다른 자세로 임하겠다", "정부책임을 반영한 가습기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등 사과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정부는 구체적 피해자 지원 방안으로는 △피해 당사자와의 합의 체게 구축 및 피해구제 체계 유지 △정부 책임을 반영한 소용 재원 추계 및 제도 개선 △사회적 합의를 위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