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야 간 쟁점인 연금개혁 문제와 관련 "구조개혁 전체보다는 모수개혁 결정에 필요한 사항은 같이 논의해야 된다"며 "상임위보다는 특위 논의가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앞서 야당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 차원의 신속 논의를, 여당은 국회 연금개혁 특위 구성을 통한 논의를 각각 주장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조 장관이 여당 안에 힘을 실은 것이다.
조 장관은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복지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구조개혁 전체를 논의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는가'라는 취지의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의 질의에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기초연금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크레딧과 지급보장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은) 재 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때문에 구조개혁 전체보다는 모수개혁에 필요한 사항들을 같이 논의해야 된다"고 했다.
연금개혁에 있어 모수개혁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작업을, 구조개혁은 기초·개인·퇴직연금 등 소득보장 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작업을 뜻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야당이 모수개혁 선행을, 여당은 모수·구조개혁 병행을 각각 주장하며 대립한 끝에 결국 연금개혁 논의 자체가 무산된 바 있다. 다만 최근 국민의힘은 '모수개혁부터 논의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고, 정부도 이에 보조를 맞춘 셈이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정부와 여당이 모수개혁 선행 논의에 합의한 것인가' 묻자, 조 장관은 "'공감된 부분부터 먼저 시작을 하자' 그런 것으로 의견을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또한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는 건 여야 간에 이견이 없어 보험료율은 당장 신속하게 합의해서 처리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여야는 개혁 논의의 방식을 두고 또 다시 대립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선 여당 안에 힘을 실었다. 그는 "대략적인 방향은 (모수개혁 먼저로) 그렇게 하고 있는데, 모수 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구조개혁의 일부 사항들은 같이 추진해야 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상임위보다는 특위의 논의가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빠른 논의를 위해 복지위 소위 차원에서의 연금개혁 논의를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모수개혁 부분엔 이견이 없다'면서도 "연금개혁 특위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반발, 상임위를 통한 논의 시작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측에선 이를 두고 "이번엔 어디서 (연금) 논의를 처리할지를 가지고 여야가 맞서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여야가 연금개혁 의견을 접근한 상태에서 돌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김남희 의원)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선 "여야 합의를 통해 연금개혁안을 빨리 만들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며 "연금개혁이 빨리 법제화될 수 있도록 정부도 노력할 것"이라고 원론적 답만 했다.
조 장관은 2년째를 맞고 있는 의정갈등 상황에 대해선 '의료인력수급추계위'를 통해 의대정원 문제를 합리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정부 측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조 장관은 의료계와의 대화 난항 상황에 대한 지적이 야당으로부터 이어지자 "여러번 정부의 (대화) 의지를 밝혔는데도 아직은 (난항이 있다)"며 "수급추계위원회가 법제화되면 해결의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추계위에 대해선 위원 구성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복지위 주최의 추계위 관련 공청회에서 의료계 측은 '전문직이 위원의 3분의 2이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환자·소비자 단체 등은 공급자 추천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는 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조 장관은 야당이 '추계위 위원 구성에서부터 큰 이견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자 "추계위 법제화로 모든 게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것"이라며 추계위 구성 문제에 대해 "전문가 의견이 많이 반영이 돼야 될 것 같다", "그 (전문가 위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해서 최종적으로 교육부에 권고할 안을 결정할 때에는 공급자뿐 아니라 수요자, 전문가, 환자단체 의견이 골고루 반영돼야 한다"고 중재안을 제시했다.
조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 포고령에 '미복귀 전공의 처벌' 항목이 포함됐던 데 대해서는 "전공의 처벌과 관련된 포고령은 적절하지 않았고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재강조했다. 다만 그는 윤 대통령 측이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 이와 관련 '계도의 의미로 넣었다', '웃으며 놔뒀다'는 등의 진술을 내놔 의료계의 반발을 산 데 대해선 "제가 그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만 했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이 같은 태도가 의료인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나'라고 추궁했지만, 조 장관은 다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제가 코멘트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구체적 답을 피했다. 그는 자신이 당시 포고령의 존재를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는 "받은 바가 없다", "그때는 정식 의제를 보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조 장관은 계엄령 선포 직전 국무회의 개최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답을 피했다. 그는 '계엄 전후 대통령이 의료에 대해 지시했나'라고 묻는 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질의에 "(최상목) 기재부 장관하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지시했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저한테 직접 말씀하신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백 의원이 '헌법재판소에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의 증언이 확인됐다'고 추궁했지만 조 장관은 거듭 "기억에 없다"고 했다.
또 그는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계엄 전에) 담화문을 받았나' 묻는 질문에도 "수사기관에 가서 제가 알고 있는 사실과 기억하고 있는 사실을 숨김없이 말씀드렸다"며 "수사기관하고 제가 약속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다"고만 했다. 기재부·외교부 장관이 받은 지시사항에 대해서는 "'경제와 외교 분야를 잘 챙겨 달라'는 일반적인 말씀 정였던 걸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한편 같은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가 출석해 "계엄과 관련해 일체 관여한 바 없다"고 계엄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박 청장대리는 계엄 당시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었는데, 계엄 선포 직후 그가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및 조지호 경찰청장 등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밝혀져 '계엄 관여' 의혹이 인 바 있다. 현재 박 청장대리는 치안정감 승진 및 서울청장 보직 발령이 내정된 상태다.
박 청장대리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계엄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경찰국장으로서 계엄 관련 기본적 상황 정도는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당시 생각해 관계자들과 통화했다"고 설명하며, 계엄과 관련한 일체의 업무 명령을 받은 적이 없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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