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외국인 가사 관리사 시범사업이 연장됐다. 귀국 희망자를 제외한 가사 관리사들의 근로, 계약기간은 12개월 연장되며, 취업 활동기간은 시범사업 7개월을 포함해 총 36개월(29개월 연장)이다. 이는 외국인 가사 관리사들에게 발급하는 E-9(비숙련 외국인근로자) 비자 기간인 36개월에 맞춘 것이다. 근무조건은 최소 근로시간(주 30시간) 보장, 임금 수준(최저임금) 등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다만 시간당 이용 가격은 최저임금 인상과 퇴직금 등을 반영해 20%(2860원) 인상된 1만 6980원이다.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도입된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시행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돌봄과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와 존중, 공공성에 대한 깊은 논의 없이 이주여성을 단순히 저임금 인력으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둔 결과였다. 서울시는 중산층의 부담을 이유로 가사관리사들의 최저임금 적용 배제를 검토했으며, 업무 범위를 두고서도 양국 정부 간의 설명이 달랐다. 필리핀 정부는 자국 가사관리사의 주 역할을 '아이돌봄'으로 규정했으며, 모든 송출 인력이 돌봄 전문 '케어기버(Caregiver) NC2'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중개업체는 아이돌봄 외에도 이용자 요청 시 성인 대상 가사도 병행할 수 있다고 안내하며 업무범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이는 '업무 관련 외 지시사항' 이라는, 가사노동자들이 오랫동안 겪어온 열악한 노동환경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업 시행 이후의 결과는 어떠한가. 시범사업 기간 중 가사관리사들의 이탈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들의 숙소가 위치한 강남구는 서울시 주택가격지수(매매) 1, 2위를 앞다투는 자치구다. 최저임금으로는 좁은 숙소의 월 평균 40~50만 원의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욱이 안전을 구실로 한 밤 10시 통금시간과 외박 금지는 명백한 인권침해였다. 여기에 과도한 노동강도, 쪼개기 노동과 이로 인한 휴게시간(점심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평가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비자 기간만 연장하였다.
이에 우리는 이 사업의 목적에 대하여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 국가 여성들의 저임금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인가?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이용 가구의 73%가 월 평균 소득 900만 원 이상이며, 44%가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득과 지역 편중이 뚜렷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고소득층이 과연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망설인다고 볼 수 있을까? 이 시범사업이 부자정책이라 비판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사사용인' 역시 주목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특정활동(E-7) 비자 대상 직종에 돌봄서비스업을 추가하여 '가구 내 고용방식(가사사용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법무부는 외국인 유학생과 졸업생, 결혼이민자의 가족,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 등이 가사사용인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개인 이용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가사사용인은 가사업무에 종사한다는 점에서 가사관리사와 유사하지만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제11조 1항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2021년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선주민 가사관리사들이 노동권을 보호받는 노동자로 인정받았고, 이에 앞서 국제노동기구는 2011년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협약(Convention concerning Decent work for Domestic Workers)'을 제정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근로기준법 적용이 배제되는 '외국인 가사사용인'을 고려하는 것은 국내 정책 방향에도, 국제 흐름에도 역행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국가 간 협약으로 이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권 보호는커녕 이들이 제공하는 가사와 돌봄이 젠더화, 인종화, 계급화된 형태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중국 동포 간병인의 노동권이 사회적 의제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제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필리핀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또 다른 개발도상국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싱가포르의 비정부기구 '인도주의적 이주경제기구(HOME)'가 2022년 6월 <보이지 않는 상처: 싱가포르 이주 가사노동자의 정서적 학대>라는 제목의 보고서(☞관련자료)를 공개했다. 22명의 이주 가사노동자 인터뷰와 HOME의 사례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가사노동 부문에서의 정서적 학대 실태를 다루고 있다. 가정 내 12대의 감시카메라 설치, 휴대폰 이용 금지, 화장실 사용시마다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 – 이것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반복적으로 언급해온 싱가포르 이주 가사노동자의 실상이었다. 과연 한국에서는 제2의 '보이지 않는 상처'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근거가 있을까.
돌봄노동의 주 대상자는 스스로를 돌보기 어려운 사람(아동, 장애인, 노인, 환자 등)이므로 돌봄노동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관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는 일이다. 그러므로 돌봄노동은 윤리적 의무가 수반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필수 노동이기도 하다. 또한 가사노동은 오랫동안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2018년에 이르러서야 그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국가 공식 통계가 처음 작성되었지만 가족의 삶을 유지하는, 살아있는 한 지속되는 필수적인 노동이다.
이러한 돌봄과 가사노동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이주여성의 인권과 국가 간 협약에 대한 존중 없이, 이런 방식으로 연장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이주 여성 가사노동자들에 대한 복합적 차별을 구조화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모든 시민사회 구성원들의 권리와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사회적 돌봄체계의 구축이란 점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은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돌봄 공공성과 형평성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과 형식을 탑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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