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도 "15일까지 인질 석방 않으면 전투 재개"…가자 휴전 '풍전등화'

모호한 조건 내걸어 협상 전망 불투명… '이스라엘이 인도적 지원 여전히 거부' 증언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5일(이하 현지시간)까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향해 인질을 풀어주지 않으면 전투를 재개하겠다고 압박해 가자지구 휴전이 깨질 위기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요르단 국왕은 가자지구 어린이 등 일부 수용안을 밝혔지만 주민 전체 이주엔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집트는 주민 이전 없는 가자지구 재건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11일 연설을 통해 "하마스가 토요일(15일) 정오까지 우리 인질을 돌려 보내지 않으면 휴전은 끝나고 이스라엘군(IDF)은 하마스를 최종적으로 물리칠 때까지 격렬한 전투를 재개할 것"이라며 이는 이날 4시간 동안 가진 내각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내각 회의 결정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15일까지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모든 내기가 끝나고 지옥이 터지도록 내버려 둘 것"이라며 하마스에 새 조건을 제시하고 휴전 파기를 위협한 뒤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관련 최종 결정은 "이스라엘이 내리게 할 것"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언급된 "모든 인질"이 1차 휴전 때 석방하기로 합의한 33명인지,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 전원인 73명인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네타냐후 총리의 11일 발언도 요구하는 인질 석방 범위에 대한 모호함을 남겨 협상에 어려움을 더했다. 앞서 10일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 귀환 및 구호품 반입을 지연하고 주민에 총격을 가하는 등 협상 조건을 어겼다며 15일로 예정됐던 인질 3명 석방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합의 준수를 위한 5일의 시간을 준 것이라며 협상 여지를 남겨 뒀다. 하마스가 인질 석방 지연을 발표한 배경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주민 전체 이주 구상에 대한 반발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외신은 이스라엘 당국자들의 발언 또한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가 소식통을 인용해 15일에 예정됐던 3명의 인질이 풀려난다면 이스라엘 쪽이 휴전을 준수할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리 레게브 이스라엘 교통장관은 소셜미디어(SNS)에 "우리는 인질 석방에 관한 도널트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성명을 지지한다. 토요일에 모든 사람이 풀려날 것"이라고 적었다. 이 성명이 말하는 "모든 사람" 또한 휴전 1단계에서 석방하기로 한 전원인지, 15일 석방하기로 한 3명인지 불분명하다.

<AP>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대변인 사미 아부 주리는 11일 "트럼프는 양쪽이 존중해야 할 합의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합의 준수가 인질을 돌려받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협의 언어는 가치가 없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양측의 휴전 합의는 어느 정도 준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이 점진적으로 진행돼 왔고 휴전 이후 가자지구에 반입되는 구호품 양이 늘었으며 지난 주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넷자림 회랑에서 완전 철수했다.

11일 옌스 라에르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대변인은 휴전 뒤 가자지구에 상당한 지원 확대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정책 감독 조직 민간협조관(COGAT)은 휴전 3주 동안 1만2600대의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환산하면 하루 600대 꼴로, 전쟁 이전 수준으로 구호 물량이 회복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인근 국경 근처에서 발포해 팔레스타인인 3명이 숨졌고 이스라엘에 의한 구호품 전달 지연이나 거부 증언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로이터> 통신은 이집트와 가자지구 국경에서 목격자들이 이스라엘 당국 검사 뒤 옷, 의료 용품, 청량음료 등 일부 구호 물자가 가자지구에 들어가지 못하고 트럭에 실린 채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라파 검문소 인근에서 일부 트럭 운전사들은 건설 자재, 텐트 등은 휴전 시작 때부터 진입이 막힌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요르단 지원 트럭을 운전한 아메드 후세인은 통신에 "트럭 절반 이상이 되돌아간다"며 "텐트나 다른 종류의 지원 물품들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주 가자지구 주민 전체를 영구 이주시키고 미국이 소유해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가자지구 주민 이주 대상지로 지목한 국가 중 하나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을 만나 자신의 구상을 재차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둘라 국왕과 함께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우리는 그것(가자지구)을 가질 것"이라고 재확인하고 이 구상이 중동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지역이 "이집트 및 요르단 땅의 한 구역"이라고 직접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린 이집트와 요르단에 많은 돈을 기여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하지만 그런 위협을 할 필요는 없다. 난 우리가 그 이상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지원에 대한 언급만으로도 요르단엔 상당한 압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기자들에게 요르단과 이집트가 가자지구 주민 수용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원을 "보류할 수 있다"고 한 말과도 배치된다.

압둘라 국왕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암 환자를 포함해 아픈 팔레스타인 어린이 2000명을 자국에 받아들이겠다고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다운 표시"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압둘라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 구상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우선 이집트 쪽 계획을 들어 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압둘라 국왕은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한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이주를 반대하는 요르단의 변함없는 입장을 재강조했다. 이는 아랍의 단합된 입장"이라고 분명히 했다.

요르단과 함께 가자지구 주민 수용 압박을 받고 있는 이집트 외교부는 11일 성명을 통해 "미 행정부와 협력"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의 땅에 남는 것을 보장하는 가자지구 재건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가자지구 구상을 밝힌 뒤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지역 전체가 자체적 해결책"을 가져올 것을 주문한 바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 만났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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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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