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휴전 깨지나? 트럼프, 하마스에 "15일까지 전원 석방않으면 지옥" 위협

외신 "하마스, 더는 美 신뢰 안해·협정 파기될 수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휴전의 핵심 조건인 인질 석방 무기한 연기를 선언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인질 전원을 석방하라며 협상 파기를 위협해 휴전이 위기에 처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AP> 통신 등에 따르면 10일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 귀환을 지연시키고 가자지구 여러 지역에서 주민들을 표적으로 삼아 총격 및 포격을 가했으며 합의된 모든 형태의 구호품 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오는 15일로 예정된 다음 인질 석방을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다만 하마스는 "이 발표는 의도적으로 수감자 인계 예정 5일 전에 이뤄져 중재자들이 (이스라엘이) 의무를 준수하라는 압력을 가할 충분한 시간을 허용했다"며 협상 여지를 열어 뒀다.

지난달 19일 휴전이 발효된 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휴전 조건을 위반했다며 서로를 비난해 왔고 지난달 25일엔 하마스가 인질 석방 순서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 귀향을 막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이후 이를 다시 허용했고 지난 주말엔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를 가르는 넷자림 회랑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등 양쪽 공방 속에서도 휴전은 위태롭게 지속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가자지구 주민들을 쫓아내고 가자지구를 미국이 소유해 개발하겠다고 밝힌 뒤 상황은 급변했다.

10일 <로이터> 통신은 이집트 보안 소식통 2명이 하마스의 인질 석방 중단 발표 뒤 휴전 협정 파기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협상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주시키겠다고 밝힘에 따라 미국의 휴전 보장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은 중재자들이 미국이 단계적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명확한 명확한 의사가 전달될 때까지 회담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하마스 발표는 가자지구 주민 영구 이주 구상을 재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 폭스뉴스 인터뷰 공개 뒤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일부 공개된 해당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에서 이주시킨 팔레스타인인들이 이후 돌아올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왜냐하면 그들은 훨씬 더 나은 주택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는 그들을 위한 영구적 장소 건설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가자지구 개발을 "미래를 위한 부동산 건설이라고 생각하라"며 "그동안엔 내가 이곳을 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마스 발표 뒤 맞불을 놓으며 협상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하마스의 성명이 "끔찍하다"며 "모든 인질이 토요일(15일) 12시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그것을 취소하고 모든 내기가 끝나며 지옥이 터지도록 내버려 두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협상 파기를 위협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모든 인질"이 현재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모든 인질인지, 1단계 휴전 기간 석방이 약속된 인질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이는 1단계에서 33명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900명을 점진적으로 석방 중인 현재 합의 이행 과정을 무시하고 조건을 바꾸는 것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

휴전 1단계 조건이 이행되며 현재까지 이스라엘인 인질 16명과 태국인 인질 5명이 풀려났다. 태국인 인질은 협상 조건에 포함되지 않아 휴전 1단계 기간에 인질 17명이 더 풀려나야 한다. 가자지구엔 여전히 인질 73명이 억류돼 있고 이스라엘군은 이 중 34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휴전 지속 관련 최종적으로는 "이스라엘이 결정을 내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일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 연설에서 "하마스 제거, 모든 인질 귀환, 가자지구가 다시는 이스라엘을 위협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 우리 주민을 북부와 남부로 귀환시키는 것 등 우리의 모든 전쟁 목표를 실현하는 데 있어 미국 행정부와 완전히 견해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인 카츠 이스라엘은 10일 하마스의 인질 석방 지연 선언은 "휴전 협정 전면 위반"이라고 비난하고 이스라엘군(IDF)에 "최고 수준 경계 태세를 갖추라"고 명령했다.

이스라엘 극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쟁 재개를 요구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가자지구 휴전에 항의해 사임한 극우 성향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전 국가안보장관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린 전쟁으로 돌아가 (하마스를) 파괴해야 한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중과 지상에서의 대규모 공격과 함께 전기, 연료, 물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을 완전히 중단하고 이미 반입돼 하마스의 손에 들어간 구호품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낸 뒤 이들을 받아줄 국가로 지목한 요르단과 이집트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들 국가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보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미국의 군사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 중 하나다. 회계연도 2023년 기준 미국은 이집트에 군사, 경제 등 분야에서 약 15억 달러(약 2조1786억 원), 요르단에 17억 달러(2조4690억 원)의 지원을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지렛대로 11일 만나기로 한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과 이집트는 트럼프 대통령 가자지구 구상에 이미 반대 의사를 표현한 바 있다. 이들 국가의 반대 배경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연대 의식 외에도 난민을 대량으로 받아들일 경우 무장 세력도 함께 흘러들어 이스라엘을 공격해 보복을 초래할 수 있는 등 안보 위협도 깔려 있다.

이에 더해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1기 때 시리아 담당 미국 특사를 지낸 제임스 제프리가 이미 요르단 국민의 절반가량이 팔레스타인계로 추정된다며, 추가로 대량의 팔레스타인인을 받아 들일 경우 "정권이 파괴"되고 "존재론적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아랍 전문 연구소인 미 워싱턴DC 아랍센터의 이사 칼릴 자샨은 "요르단의 가장 강력한 정치 운동은 요르단이 팔레스타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 일은 요르단 왕국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린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문은 이스라엘 극우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들을 몰아내고 이들을 요르단으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장기간 주장해 와, 요르단인들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받아들일 경우 이에 그치지 않고 서안지구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 중 난민이 된 주민들의 휴전 기간 귀향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부 가자시티와 중부 누세이라트 사이 알라시드 거리에서 주민들이 말이 끄는 수레에 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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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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