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구 집회 5만명이 대단한 성과? 잘못된 판단"

"국민의힘, 과거 집착 극우와 같이가선 희망 없다…이재명 '잘사니즘', 현실감각 가까워져"

여야 양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번갈아 지낸 이력의 정치 원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지난 주말 대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5만여 명이 모인 데 대해 "그것을 가지고 무슨 보수가 결집하고 대단한 세력처럼 과시하는 것은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전 위원장은 1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보수의 결집속도가 상당히 대단하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건 착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토요일에 대구에서 5만 명이 집회를 해서 대단한 집회의 성과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잘 아시다시피 대구와 경북지역이라는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배하는 지역"이라며 "그곳에서 의도적으로 아마 그런 집회를 하지 않았나", "자기 지역이니까 그 많은 숫자가 참여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 광화문에 소위 '태극기 부대'라는 게 전광훈 목사 중심으로 집회가 많이 열렸는데, 그 집회의 결과라는 것이 지난번 선거(2020년 총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나"라며 "당이 그것을 믿고 거기 쫓아가다가는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옛 미래통합당이 황교안 대표 시절 태극기 집회와 밀착했다가 총선에서 참패한 일을 지적한 것. 그는 그는 '최근 국민의힘의 흐름을 보면 황교안 대표 시절의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내가 보기에는 그 지적이 아마 타당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2020년 총선 패배 후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중도확장 노선을 채택했던 일을 언급하며 "과거에 집착할 것 같으면 당은 발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우세력이라는 건 항상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라며 "그 사람들하고 같이 가서는 당에 희망이 없다"고 했다.

그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그때 보수대연합을 해서 상당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을 했는데 결과는 전혀 딴판으로 나타난 것 아니냐"며 "정당이 미래지향적으로 가야지 자꾸 과거에 집착하면 희망이 별로 없다"고 했다.

정국 전망과 관련, 그는 "일반적으로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획기적인 변화를 하지 않는 이상 재집권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조기 대선이 이루어진다면 윤석열 정부는 완전히 실패한 정권으로 일반 국민에게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윤석열 정부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목표를 지향해서 가지 않는 이상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예를 들어서 비상계엄이 성공했다고 했을 적에 대한민국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했을 거라는 걸 상상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동안 대한민국이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라는 것을 세계에 참 자랑하고 살았는데 이제 그게 중단되는 상황 아니냐"며 "국민이 비상계엄에 대해서 그냥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잠잠하게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는 데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얘기하는 '국가가 굉장히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한 것이다' 그건 누구도 납득을 못 한다"며 "당시 상황이 위기라고 판단하는 건 윤 대통령 혼자만 판단하는 것이지 일반 국민이 보기에 진짜 나라가 위기상황에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일소에 부쳤다.

그는 "'자유 수호'라는 것도 대한민국 일반 국민이 도대체 그 말을 납득을 안 한다"며 "저 양반(윤 대통령이) 자유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하는데, 도대체 무슨 자유가 침해됐기 때문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이야기냐? 구체적으로 설명을 못 하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윤 대통령 본인의 상상 속에서 나오는 얘기이지 현실과는 맞지 않는 얘기"라고 그는 비판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잘사니즘'이라는 사실상의 대선 슬로건을 제시한 데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을 한 것"이라며 비교적 호평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의 이같은 행보가 중도층에 어느 정도 소구력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그건 당연한 것"이라고 답하며 이같이 평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하는 여러 가지 얘기들이 '우클릭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나는 우클릭이니 좌클릭이니 그런 것보다도 현실감각에 조금 가까워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사실 일반 국민이 생각하기에는 좌니 우니 이런 것보다도 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제일 관심이 많다. 현실을 추구한다고 생각해야지 그게 무슨 우클릭이다 이렇게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이 대표애 대해 '말 바꾸기'라며 비난하고 있는 데 대해 "정치인이라는 게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상황에 따라서 그동안 지켜오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그게 현실에 합당하게 행동하는 아니냐. 그건 비난할 요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헀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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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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