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우원식 만나 "경주 APEC 참석 진지하게 고려 중"

習 "내정문제 해결 한국민 지혜·능력 믿어"…禹 "韓 상황 안정적, 위기 극복할 것"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시사했다.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질 경우 2014년 7월 이후 약 11년여 만이 된다.

시 주석은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의 타이양다오 호텔에서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중한 우 의장을 만나 약 40여 분간 회담했다.

시 주석은 올해 한국에서, 내년에는 중국에서 APEC 정상회담이 잇달아 개최되는 상황을 언급하며 "(중국) 국가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인 만큼 관련 부처와 논의하고 있으며 진지하게 참석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고 국회의장실이 밝혔다. 이는 우 의장이 시 주석의 APEC 참석 방한을 요청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중국 관영 CCTV는 이 대목과 관련, '방한 검토' 등의 언급은 없이 시 주석이 "양국은 올해와 내년 각각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를 서로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국 내의 계엄·탄핵정국과 국제정세, 한중 양국관계 등에 대해 "현재 국제·역내 정세에 불확실성 요소가 많지만 앞으로 양국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희망한다"며 "한국 국민들이 내정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으며 올해 한국의 모든 일들이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수교 30여 년 동안 양국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한 가운데 (이는) 동북아 평화에도 기여해왔다"고 의미를 기리며 "중국의 대(對)한국 정책은 안정적이고 변화가 없다"고 확인했다.

시 주석은 특히 이날 회담이 이뤄진 하얼빈에서 구 일본제국의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 사업과 관련 "중국이 그동안 많은 일을 해왔다"며 "앞으로 안 의사 유해발굴에 대해 한국 측의 구체적 요구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은 또 문화·관광분야의 양국 교류를 강조하며 "문화교류는 양국 교류의 매력적인 부분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언급하고 "지난해 중국 정부의 한국민에 대한 사증(비자) 면제 이후 한국 관광객이 중국을 많이 방문하고 있다. 중국인들도 한국을 더 많이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CCTV는 관련 보도에서 시 주석이 양국 간 경제·통상 문제에 대해 "(양국 간) 상호 융합(교융, 交融), 호혜적 경제·무역 관계를 심화할 필요가 있고 이는 양국 인민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시 주석이 "올해는 중국의 인민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이자 한국 광복 80주년으로 쌍방은 그 기념사업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우 의장은 중국이 한중관계 지속 발전에 대한 의지를 표한 데 사의를 밝히고 "한국의 현 상황이 불안정하지 않고 위기를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라며 "한중 FTA 서비스 투자 후속협상에서 유의미한 성과 도출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와 함께 친환경, 로봇·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 주석의 관심을 당부했다.

우 의장은 "우리 독립운동의 주 무대인 중국 내 독립유적지 보존과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송환에도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양국 간 문화교류에 대해서도 "한국에서는 중국의 영화·드라마·게임 등 문화 콘텐츠를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한국 관련 문화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 문화 개방을 통해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호 감정을 갖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국회의장을 만난 것은 지난 2014년 12월 당시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정의화 의장을 접견한 이후 처음이며, 이날 회담은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 주석이 한국 고위급 인사와 첫 공식 만남을 가진 것이기도 하다.

회담에는 한국 측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박정·김용만 의원과 국민의힘 이헌승·배현진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김한규 주중대사 대리가 참석했고, 중국 측에서는 왕이 외교부장, 탕팡위 중국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부주임(장관급) 등이 함께 자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한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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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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