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6일 국회 추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자신이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해 국회의장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곧바로 따라 마 후보자를 임명하겠다고 하는 대신 "(헌재) 결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예단할 수 없다"고만 했다. 야당은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최 대행은 6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헌법재판소가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명백한 헌법재판소법 위반"이라며 "임명 결정이 나오면 즉시 마 재판관을 임명하겠나?"라고 묻자 명확한 답을 피했다.
최 대행은 "중대한 결정이기 때문에 헌재에서 현명한 결정을…(할 것)"이라며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결정이 나오지 않았다)"고 추 의원에게 답변했다.
최 대행은 이후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재차 같은 취지의 질문을 하자 "결정이 나지 않았다"며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예단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지체없이 임명을 하겠다는 뜻이냐, 아니면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냐"고 물은 데 대해서도 "결정이 없기 때문에 예단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최 대행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에게 한 답변에서는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결정은 "여야의 합의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제 판단이었다"며 "지금이라도 합의해주시면 임명하겠다"고 했다. '여야 합의'를 임명의 선결 조건으로 보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그는 민주당 민병덕 의원에게도 "(3명 중 2명은) 여야의 합의 관행을 존중해서 제가 임명을 한 것이고, 그 다음에 여야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 법률 논점에 대해서는 지금 헌재 심리 중이기 때문에 제가 답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답을 피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상황에 대한 최 대행의 증언도 국정조사 청문회 석상에서 재차 이뤄졌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상목아'라고 부르면서 '이거(계엄 관련 문건) 참고해' 이렇게 말했나"라고 당시 상황을 묻는 추 의원의 질문에 "(이름이 아닌) '기재부 장관!'이라고 불렀고, 그 옆에 누군가가 참고자료라고 건네줬다"고 증언했다.
최 대행은 당시 건네받은 문건의 모양에 대해 A4용지를 가로 방향으로 3번 겹쳐 접은 형태였다며 "저는 그 당시에 쪽지로 인식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쪽지 형태로 받았기 때문에 간부한테 '가지고 있으라'고 줬고 기획재정부 1급 회의가 끝날 때쯤 리마인드시켜줘서 내용을 보니 계엄과 관련된 문건으로 인지했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의 증언은 윤 대통령의 헌재 탄핵심판 변론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재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 당시 "저는 (최 부총리에게 문건을)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서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고 주장했다.
최 대행은 이에 대해 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대통령은 헌재에서 '이런 문서를 준 적 없고 나중에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했는데 이것은 거짓말 아닌가"라고 묻자 "제가 답변드릴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만 했다.
또 윤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4차 변론기일에서 "민생입법을 방해하는 데 대해서 비상재정경제명령, 긴급재정경제명령 같은 것을 제가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얘기를 하고 장관도 아마 들었던 것 같다"고 말한 데 대해, 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회의에서 대통령의 이런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최 대행은 "저는 없다"고 했다.
대통령 비상대권인 재정경제명령권(헌법 76조)에 대한 언급은 중대한 사안으로, 대통령이 이를 언급했다면 윤석열 정부 전 경제수석이자 현 경제부총리인 그가 모를 수 없는 사안이다. 민 의원은 "(긴급재정경제명령은) IMF 때도 안 했고, 김영삼 정부 때 금융실명제를 시행하기 위해 (87년 개헌 이후 단 1차례)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최 대행은 "네", "맞다"고 이를 인정했다.
다만 최 대행은 쪽지 내용에 대해서는 자신도 당시에는 몰랐다고 했다. 문건에 적힌 '비상입법기구'의 의미와 상격을 묻는 여러 조사위원들의 질의에 그는 "그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며 "제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서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다"고만 했다.
최 대행은 자신이 비상계엄 선포에 충격을 받아 사직할 결심을 했기 때문에 "(계엄 관련 사항은) 무시하기로 했으니까 '덮어놓자' 하고 보지 않았다”며 자신을 포함한 기재부 고위층에서는 이와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 대행은 한편 지난 5일자로 단행한 경찰 고위직 인사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자 "제가 구체적 사안을 알지 못했다"며 자신은 행안부 차관(장관 직무대행)과 경찰청 차장(청장 직무대행)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절차대로 처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최 대행은 "현재 치안 공백뿐 아니라 국정 전체적으로 연말연초에 인사가 있어야 국정이 안정되기 때문에 각 장관 책임으로 정무직이 아닌 인사는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은 행안위에서 질의가 있으실 테니,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확인해서 정확히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야당은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박현수 경찰국장은 계엄선포 직후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2차례 통화하고, 국회 봉쇄를 책임졌거나 국회에 체포조를 파견하기로 했던 경찰 간부들과 통화하고, 계엄 해제 의결 후에 조 청장 및 행안부 장관과 통화하는 등 내란 주요종사자로 수사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백혜련 의원), "치안정감은 경찰청 넘버2이고 박 국장이 서울경찰청장으로 임명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경찰청장이 없으니 사실상 서울청장이 경찰 수장이다. 사실상 정무직"(윤건영 의원)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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