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조 연구직 90%, '주52시간제 제외' 반대…"구시대적 발상"

국민의힘發 '반도체특별법'에 민주당 동조 기류…노동시민사회 "尹과 다를 바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여당이 주장해 온 '반도체 연구개발직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적용 제외' 입법에 동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적용 당사자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소속 연구개발직 조합원 90퍼센트가 해당 법안에 반대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서술형 답변에서도 "노동시간 증가와 회사 성과는 무관하다",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삼노가 지난달 26일에서 지난 2일까지 연구개발직 904명을 대상으로 수행해 3일 발표한 설문 결과를 보면, 814명(90%)이 반도체 연구개발 주52시간 적용제외에 반대했다. 찬성한다고 답한 이는 56명(6.2%),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이는 34명(3.8%)이었다.

'주52시간제 적용 제외가 연구개발직 업무 효율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797명(88.1%)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주52시간 적용 예외 도입이 미칠 영향'에 대한 서술형 답변을 보면, A씨는 "해당 제도 도입 시, 현재 조직문화를 볼 때 현업부서에서는 부서장이 근무시간을 늘리는 취지의 행동을 할 것이고 고과를 받기 위해 시간만 채우는 인력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전혀 회사 성과와 관련이 없고 근무시간 스트레스만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B씨는 "연구개발직으로 3년 연속 상위고과를 받았지만 월 초과 근무시간은 평균 5시간을 거의 넘지 않는다.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며 "52시간 초과 근무를 통해 혁신적 연구를 이뤄내겠다는 것은 연구 업무의 성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노총과 참여연대도 반도체 연구개발직 주52시간 적용 제외에 반대하던 민주당이 선회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 "윤석열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양대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날 이 대표가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 제외 어떻게'를 주제로 한 당 정책토론회를 주재하는 점을 언급한 뒤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인 노동시간 적용제외 도입 논의에 강력히 반대하며 동 법안을 비롯해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생명·안전을 내팽개치는 그 어떤 시도에도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대노총은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노동시간 적용제외와 같은 반노동·반인권적 논의에 헛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시급히 우리 사회 저임금, 장시간 노동관행 근절, 우리 노동자의 일과 삶의 균형, 생명·안전 확보를 위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며 "실용주의, 성장주의 운운하며 오로지 정권창출에만 혈안이 돼 친기업·반노동 정책을 추진한다면 노동자들의 눈에는 윤석열 정권과 매한가지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성명에서 이 대표의 반도체특별법 입법 동조 움직임에 대해 "정책의 우클릭을 넘어 집권을 위해서라면 노동자 권리도 훼손할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내란수괴 윤석열의 노동시간 연장 시도를 비판해 온 민주당과 이 대표가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것도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산자산 과세 유예 등 "부자감세에 동조하고 노동시간 규제 완화까지 검토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내란수괴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와 친기업 규제 완화 정책을 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는 '중도층 확장'이 아니라 보수경제 기조에 편승하는 것일뿐이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즉각 우클릭 행보를 멈추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위기 해법 마련에 힘써라"고 촉구했다.

▲ 양대노총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시도 교탄 및 논의중단 촉구' 양대노총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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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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