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국회에서 개최된 '쿠팡 청문회'에서 택배·물류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하며 사회적 대화 참여 의향을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쿠팡이 뒤늦게나마 사회적 대화에 나선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강한승 쿠팡 주식회사 대표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최한 '쿠팡 택배 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도출되는 (노동 문제) 결론에 대해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심야 물류 연속적 심야 노동 해법을 위한 사회적 대화 테이블을 만들면 이에 동참하고 합의 내용들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 약속한 적이 있나. 합의안이 도출되면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동의하는가"라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질의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배송기사의 캠프 입차를 제한시킨 행위에도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다. 쿠팡CLS는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2023년부터 최근까지 송정헌 쿠팡노조 일산지회장 등의 쿠팡 캠프 출입을 제한하는 '입차제한'으로 사실상의 해고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홍용준 대표는 "입차제한 때문에 장기간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현실적으로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서 보상을 지원하고, 캠프 내 노조 활동도 보장하겠다"라고 밝혔다.
배송 기사들에게 분류 노동을 강요하는 '상차 분류' 문제에 대해서도 "영업점과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쿠팡 청문회 개최에 앞서 이날 새벽 쿠팡 측과 쿠팡 사망 노동자 유가족 간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도 전했다.
김 의원은 "진작에 좀 합의가 됐었으면 좋았는데 늦게나마 쿠팡 측에서 성의를 갖고 협상에 임해주셔서 이렇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면서 "그동안 성실하게 협의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같은 당 강득구 의원은 그러나 "김주영 의원께서 세 분의 유가족과 합의했다는 데 대해 '늦었지만 수고했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정반대다. 만약에 청문회가 오늘 열리지 않았으면 합의했을까"라며 "합의를 피해가며 소송을 통해 질질 끌고 온 게 쿠팡의 전형적인 문화였다"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에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이유로 불참한 데 대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강 의원은 "청문회 결과를 봐서 다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음에 출석을 요구할 때는 김 의장이 반드시 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트럼프 취임식은 가고 청문회는 안 나오나"며 "맹탕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트럼프 취임식에 갔다고 하니 황당하다. 국회를 이렇게 무시하고 청문회를 (이렇게) 대하는데 고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도 "대통령의 취임식이 노동자들의 죽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냐"며 "노동자들의 죽음을 발 딛고 쿠팡이라고 하는 회사를 만드신 CEO답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與, 쿠팡 청문회서 난데없이 '민주노총 청문회' 주장
한편 이날 국민의힘은 청문회에 앞서 환노위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해 야당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은 "간부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아서 환노위 차원에서 규탄 성명을 낼 것을 제가 제안드린 바가 있는데 아무런 진척이 없다"며 "우리가 다음번에는 민주노총 간첩 사건 청문회를 열어주실 것을 제안드린다"고 했다.
우 의원은 "최근에 트랙터 시위 또 있었는데, 트랙터 시위에서도 똑같이 '대북제재 해제' (구호)가 나온다"며 "어디까지 간첩 활동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어떠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노동, 소중한 노동조합이 다시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위협받지 않도록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간첩 사건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다시금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오늘 이 자리는 쿠팡의 임금 체불,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 모인 자리에서 난데없이 민주노총을 매도하고 그 의도가 뭔지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했다.
정 의원도 "민주노총 등 단체들은 지금 현재 무너져 있는 헌법 질서, 법 질서를 바로세우기 위한 과정에서 가장 제일 앞에서 헌신하고 투쟁을 하고 계시다"며 "그런 조직을 종북, 빨갱이로 몰아붙여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상당히 유감"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이날 열린 쿠팡 청문회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성사됐다. 쿠팡 심야 로켓배송으로 일하다 숨진 고(故) 장슬기 씨와 쿠팡CLS 캠프에서 프레시백 세척 작업을 하다 쓰러져 숨진 고 김명규 씨, 칠곡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고 장덕준 씨 유가족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국민동의청원이 29일 만에 청문회 개최 기본 요건인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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