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 겸임)이 1.19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해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부정일뿐 아니라 사법부·국회·정부 등 모든 헌법기관 전체에 대한 부정행위"라며 "저도 그렇고 다른 대법관들도 30년 이상의 법관 생활을 하면서 초유의, 미증유의 사태라는 데 대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20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서부지법 소요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다", "오늘 오전에 여러 대법관이 모여서 (사태에 대한) 많은 걱정을 나누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천 처장은 "(대법관들이)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이와 같은 극단적인 행위가 일상화될 경우에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걱정들을 많이 피력했다"고 했다.
이어 천 처장은 "이와 같은 행위가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것과 함께, 불법적인 난입·폭력에 대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런 분명한 메시지를 전체 헌법기관에 종사하는 분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주실 필요가 있다는 그런 말씀도 있었다"고 대법관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천 처장은 '이 사태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묻는 야당 측 의원의 질의에는 "여러 가지 말씀을 드릴 수 있다"고 직접적인 답변은 피하면서도,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법치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심각한 위기상황의 징표"라고 평가했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리(차관)도 "서부지법 사태는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법원행정처가 국회에 제출한 '서울서부지방법원 사태 경과보고서'에 따르면 1.19 폭동 사태로 인한 피해액은 약 6~7억 원으로 추산된다. 법원 직원들의 정신적 충격 등을 제외한 △외벽 마감재 △유리창 △셔터 △당직실 및 CCTV 저장장치 △출입통제시스템 △컴퓨터 모니터 △책상 등 집기 △조형 미술작품 파손 등 시설물의 물적 파손으로만 산출한 결과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이 보고서 및 천 처장의 국회 보고 내용에 따르면, 당일 새벽 3시께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사실이 확인되자 3시 7분께부터 극도로 흥분한 윤석열 지지자들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월담해 법워 경내에 침입했다. 직원들은 자판기 등으로 현관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고, 지지자들은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법원 정문 유리창을 부수고 법원 내부에 진입했다. 이들은 소화기 등을 던져 법원 유리창과 집기들을 부수고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를 찾기도 했다.
법원 직원들은 옥상으로 대피하며 방화벽을 작동시켰고, 24~25명의 직원들이 옥상에서 출입문에 의자 등을 대고 만일의 침범에 대비했다. 이후 3시 32분경 출동한 경찰 병력이 청사 내 시위대를 퇴거시켰고, 직원들은 이후로도 2차 침입에 대비해 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 지하 2층 설비실로 이동해 대기했다. 경찰이 청사에 진입한 지지자들 퇴거를 완료한 시점은 새벽 5시 15분께고, 청사 외부의 산발적인 시위대가 해산한 시간은 오전 7시 28분께가 되서야였다. 천 처장은 "법원 직원들은 옥상, 지하 등으로 대피해서 신병 안전을 도모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일 폭동 가담자들의 습격은 법원 7층까지 이어졌고, 다른 층에 위치한 차 부장판사 사무실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천 처장은 "7층에 위치한 판사실 중에서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됐고 그 안에 들어간 흔적이 있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가담자들이) 알고서 오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현안질의에서 여야는 윤 대통령 체포·구속의 적절성과 1.19 폭동 사태 대응 방향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을 두고 '이재명 대표는 구속되지 않았다'며 공정성 논란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사법절차를 부정해온 국민의힘 측이 의원들의 발언을 통해 폭동을 사실상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천 처장을 겨냥 "(법원은 이 대표에 대해) 불구속수사 원칙을 강조하고, 자기방어권 보장을 해주겠다고 하고 '공적 감시·비판의 대상인 점을 고려해서 구속을 안 했다'(고 했다)"며 "윤 대통령은 공적 감시대상이 아닌가"라고 했다. 조배숙 의원 또한 "이재명 대표하고 비교했지만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도 보라", "법정구속이 안 돼서 출마까지 했다"며 "(윤석열의 경우에만) 대통령이라고 해서 너무 가혹한 잣대를 받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 자체가 불법적'이라는 이 같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천 처장은 "(법원 결정에 대해) 사후적인 비판이나 평가는 가능하지만 결국 사법 질서에 따른 재판 자체는 저희들이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1.19 폭동 사태 당시 초기 월담자들의 '훈방 조치' 등을 언급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겨냥 "폭동을 일으켜도 '국민의힘에서 도와주나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장경태 의원), "(폭동을) 선동한 자가 있다. 윤 의원이 (월담자들이) '곧 훈방 조치 될 거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겠나"(서영교 의원)라고 '폭동 선동'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경찰이 법원 진입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길을 열어줬다'는 취지의 조배숙 의원 의혹 제기를 두고 은 "폭동을 옹호하지 마시라. 폭동을 옹호·비호하지 마시라"며 "(촬영된 당시에는) 이미 폭도들이 집기를 부수고 사무실에 들어가 있고 침입한 상태다. 폭동을 나무라야지 경찰을 나무라고 있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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