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민주당이 국가수사본부를 사실상 지휘"하고 "경찰은 물론 법원까지 내통"한다고 주장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 내란수괴 혐의 수사와 관계된 모든 수사·사법기관들을 향해 '야당 내통설'을 제기했다. 국정 책임을 지닌 여당이 국가기관의 적법절차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그러면서도 당정협의회를 통해서는 '여당 주도의 민생경제 회복'을 주장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모두발언에서 "경찰 출신의 민주당 이상식 의원은 '메신저' 운운하면서 민주당이 국수본을 사실상 지휘하고 있음을 자인했다"며 "언제부터 야당이 경찰 수사를 지휘했는가. 만약 경찰이 민주당의 지휘를 받아 대통령 체포 작전에 나서고 있다면 이야말로 심각한 국헌문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전날 본인의 SNS에 "저희 당과 국수본 간의 메신저 역할을 하느라 전화기에 불이 나고 회의가 이어졌다"며 "국수본과 경찰 후배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조언해서 내란 수괴 윤석열을 반드시 체포할 것"이라고 적었는데, 국민의힘은 이를 '국기문란 범죄'로 규정하고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권 위원장은 이어 "뿐만 아니라 (이 의원은 SNS에) 체포영장 발부 시점과 집행시점까지 적어 놓았다"며 "경찰은 물론 법원까지 내통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역시 전날 이 의원이 본인 SNS에 "오늘 저녁쯤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이 다시 나오고 내일 내란 특검 재표결이 진행되면 다시 폭풍 같은 날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쓴 것을 두고 '법원·민주당 내통설'을 제기한 것이다.
권 위원장은 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주체인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에 대해서도 국민의 의구심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에 대해 많은 헌법학자와 교수 등 전문가들이 나서서 추후 심각한 절차적 하자를 초래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시 이번 탄핵심판에서 '내란행위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과 '내란죄에 대한 형사적 판단'을 분리하자는 취지의 국회 탄핵소추단 측 주장을 헌재가 받아들일 경우, 헌재 판단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남을 것이라고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사실상 탄핵심판 결과 불복 시사로도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 또한 수사·사법기관의 윤 대통령 수사절차를 전방위적으로 공격했다. 권 원내대표는 먼저 "윤 대통령 측은 수사와 관련하여 '기소하거나 사전영장을 청구하라'고 밝혔다. 즉 적법절차의 요건이 구비되면 재판에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현재의 수사·사법 절차가 '불법'이라는 대통령 측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서부지법의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은 형사소송법 제137조를 근거로 '군사상·공무상 비밀장소 수색'에 필수적인 책임자 승낙을 무력화했다. 그런데 이 137조는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지금 윤 대통령은 기소된 피고인이 아닌 기소 전 피의자 신분"이라며 "서부지법이 발부한 수색영장은 기소 후 피고인과 기소 전 피의자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야 할 법조문을 교묘하게 이어붙여서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적법절차의 흠결로 인해 경호처와 수사기관 간의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의 위기이며 국격의 추락"이라며 "공수처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훼손하고 감당 못할 만용을 부리며 수사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수처의 윤 대통령 수사와 이를 '적법절차'로 인증한 서부지법의 영장 발부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당 '투톱'의 이 같은 발언들은 수사·사법 절차에 대한 이견이나 비판을 넘어 국가기관의 권위 자체를 부정하고 야당과의 '결탁설'을 주장한 것이어서 시민사회 안팎의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수사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국민의힘 측 주장의 핵심은 '서부지법의 영장발부 자체가 불법·무효'라는 것인데, 이에 대해 대법관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 법사위에 나와 "당시 (영장전담) 판사는 주도적인 견해를 따른 것"이라고 하는 등 수사기관은 물론 사법부에서까지 윤 대통령 체포가 '적법절차'임을 확인하자 국민의힘은 돌연 법원에 대해서까지 '야당 내통설'을 제기한 셈이다. 여당이 국가기관의 권위와 적법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그러면서도 민생경제에 대한 정부·여당의 역할을 연일 주창하는 등 국정주도권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전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함께 '비상 경제 안정을 위한 고위당정협의회'를 진행한 데 이어 이날도 '설 성수품 가격안정 및 소비진작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고 내수경기 활성화 등 민생경제 정책을 논의했다.
이날 당정협의회에선 △할인 지원을 통한 설 성수품 수급 가격 안정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 전국 5개권역 10개소 설치·운영 △1월 27일 임시공휴일 지정 및 비수도권 숙박 쿠폰 3만 원권을 최대 100만장 신규 배포 △중소기업 근로자 15만 명에게 40만 원 상당의 국내 여행 경비 지원 등 정책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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