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기후정의동맹에서 활동하는 한재각입니다. 저는 지난 일요일의 '남태령 대첩'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남도에서부터 트랙터를 몰고 온 농민들과, 함께 추운 밤을 지샌 청년 여성들이 만들어낸 남태령에서의 승리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공권력에 의해서 고립되고 해산되고 연행되었던 2016년과는 달랐습니다. 우리가 연대하면, 불의에 맞서는 민중들이 손을 맞잡으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왔습니다. 세상을 바꿀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농민들은 왜 트랙터를 몰고 올라왔어야 했을까요? 양곡관리법 등 농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법안에 대한 윤석열의 계속된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힘들여 농사를 지어도 손해만 보니 누가 농사를 짓겠나, 정부가 책임을 지고 농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요구였습니다. 이는 단지 농민들의 생존권 요구만이 아니라, 이 땅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의 식량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이기도 했습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이 거부하는 것은 농민의 생존권과 모든 이의 식량권이었던 것입니다.
지난 총선 즈음에 때아닌 대파 값 논쟁이 있었습니다. 치솟는 대파 가격은 모른 체하고 대폭 할인된 가격만 두고 합리적이라 한 윤석열의 말에 기가 막혔습니다. 가뜩이나 살림이 어려운데 대통령이 세상 물정도 몰라 우리의 삶을 지켜주지 못하리라는 실망과 분노가 터져 나왔습니다. 어떤 이들은 투표장까지 대파를 들고 갔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 많은 이들이 놓쳤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체 왜 대파는 그렇게 비싸진 것일까요? 대파만이 아니었습니다. 사과니 배니 하는 과일 가격은 왜 폭등한 것일까요? 이 질문이 부족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상인들의 폭리를 고발하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가격이 그리 올라도 농민들의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상 기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파값 논쟁에서도 금값 사과 걱정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농민들이 계속 요구하고 있으나, 윤석열이 재정 부담 증가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 중에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후위기 때문에 발생하는 재해들에 대책을 세우고 보상하려는 요구의 대응 법안입니다. 농민의 생존권, 그리고 사람들의 식량권이 기후변화에 의해서 위협받고 있었지만, 윤석열은 계속 외면하고 무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내란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유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트랙터를 몰고 남태령을 간 농민들은 농민과 농업을 말살하는 '살농 정책'을 윤석열 퇴진의 이유로 더했습니다. 추운 밤을 함께 세운 성소수자와 청년 여성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거부를 윤석열 퇴진의 이유로 추가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기 기후정의 오픈마이크에 모인 우리는 기후위기를 외면하고 핵발전 정책에만 매달린 것을 규탄하며, 윤석열 퇴진의 이유를 더하려고 합니다.
윤석열과 그 내란범 일동은 한국 정치의 시계를 멈추고 뒤로 되돌리려고 했지만, 지구의 기후 시계는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1.5도를 지키겠다는 전 세계의 약속은 점차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기후위기는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기후재난으로 죽거나 삶이 송두리째 뽑혔습니다. 멀리 아프리카 케냐의 가뭄과 남아시아 파키스탄의 홍수에서부터, 신도림 반지하 방과 오송의 지하차도를 채운 폭우, 들판을 타들어가게 하는 가뭄과 야외 작업장의 폭염까지, 그 속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이들을 잃고 있습니다. 또한 삶이 파탄 나는 것을 고통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음은 우리가 될지 모릅니다. 절망스럽게도, 앞으로도 꽤 오랫 동안 이 추세는 이어질 것입니다.
이 절망감은 한국과 같은 기후악당 국가들이 경제 성장에 집착하면서 온실가스의 과감한 감축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데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온실가스를 과감히 감축해야 한다는 국내외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오로지 핵발전을 확대하고 수출할 명분으로만 여겼습니다. 대기업과 부유층의 불평등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고,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을 무시했습니다. 기후재난 속에서 모두가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외면했습니다. 우리가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고 외치는 이유는 단지 12월 3일 밤의 내란 시도 때문만은 아닌 것입니다. 명확히 합시다. 윤석열은 오래전부터 기후 내란의 수괴였습니다. 기후부정의와 기후불평등 쿠데타의 수괴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윤석열 퇴진을 기후정의의 이름으로 요구합시다. 그리고 윤석열이 만들어 낸 기후 부정의 체제의 해체를 요구합시다.
퇴진 광장이 열리기 이전, 매년 9월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기후정의행진을 했습니다.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절규를 구호로 삼고, "석탄발전소가 폐쇄되고 노동자의 삶은 폐쇄될 수 없다"는 발전비정규직의 호소와 "불평등이 재난이다"는 반빈곤 활동가의 구호를 함께 외쳤습니다. 에너지 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공재생에너지를 확대하라고 함께 주장했습니다. 아름다운 갯벌, 강, 산과 바다를 메우고 끊으면서 생명을 죽음으로 내는 가덕도, 새만금, 제주의 신규 공항 건설 반대, 4대강 보 해체의 깃발을 함께 들었습니다. 살처분된 동물들을 애도하며 대규모 공장식 축산을 금지하고 전환하라고 함께 요구했습니다. 여기에 다 담지 못한 수많은 주장을 함께 외쳤습니다.
그 사람들이 윤석열 퇴진을 위해 여기 다시 모였습니다. 더 크게 모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길은 윤석열 퇴진에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길은 윤석열 퇴진 너머로 이어질 것입니다. 9월 기후정의행진진에서 외쳤던 요구를 달성하기까지 계속 행진할 것입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이 글은 12월 28일(토)에 기후정의동맹, 기후위기 비상행동, 탈핵시민행동, 종교환경회의가 공동 개최한 3차 '윤석열 퇴진 기후정의 오픈마이크'에서 필자가 발언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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