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98명 사상 '가습기살균제' 판매 애경·SK케미칼 유죄 파기

"실형 선고받은 옥시와 성분 달라 공범 안 돼"

대법원이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2심 판결을 일부 뒤집었다. 앞서 실형을 선고받은 옥시레킷벤키저 등과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74)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65)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해 98명에게 호흡기 질환을 앓게 하고 이 중 12명을 사망케 한 혐의로 2019년 9월 기소됐다. 피해자 중 94명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옥시레킷벤키저 등 여러 회사의 가습기살균제를 함께 사용한 '복합 사용자'다.

검찰은 이들 회사의 임직원을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으며, 2심 법원은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등과의 공모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옥시 살균제의 원료와 다른 업체 살균제 원료가 달라 공동정범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옥시 사건) 피고인들이 제조·판매에 관여한 가습기살균제의 주원료는 PHMG 등이고, 이번 사건 살균제의 주원료는 CMIT/MIT로, 그 주원료의 성분, 체내분해성, 대사물질 등이 전혀 다르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활용하거나 응용해 개발·출시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어떤 제품이 개발·출시된 후 경쟁업체가 '기존 제품과 주요 요소가 전혀 다른 대체상품'을 독자적으로 개발·출시한 경우에는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을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옥시 측과 공범이 아니라고 판명나면 일부 피해자들에 대한 범죄는 면소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 다수는 2010∼2011년에 숨졌는데 검찰이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를 기소한 시점은 2019년이다.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지만, 검찰은 공범이 기소되면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근거로 공소시효 만료 전에 옥시 측이 먼저 기소됐음을 들어 이들을 기소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은 피고인들과 관련 사건 피고인들(옥시 등) 사이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했고 이를 전제로 공소시효 완성에 관한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했다"며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 결과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봤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각 회사에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해 98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2019년 기소됐다.

1심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유죄로 판결을 뒤집고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2심 법원은 복합사용자그룹 피해자들의 사망 원인을 구체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 유죄 선고를 호소하는 피해자·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 열린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의 2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유아, 임산부 등이 원인불명의 폐 손상을 앓는 사례가 늘어났고 보건당국 조사 결과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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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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