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직 내려놓는다…탄핵, 여전히 후회하지 않아"

韓 "극단주의에 동조하면 보수에 미래 없어"…지지자들에게 "포기하지 않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을 공개 주장한 것을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대표로서의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비판 기조를 유지했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2024년 선진국 대한민국에 계엄이라니 얼마나 분노하시고 실망하셨겠는가"라고 했다.

한 대표는 본인의 대표직 사퇴 계기가 된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독려에 대해서도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 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면서도 "탄핵이 아닌,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이 위대한 나라와 그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들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며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한 대표는 또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 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에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본인의 탄핵 찬성 결정에 대한 당 일각의 반발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민의힘은 12월 3일 밤,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한 대표는 짧은 모두발언을 마치고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대표실을 퇴장했다. 다만 이날 국회를 찾은 한 대표의 지지자들이 한 대표가 탑승한 차량을 둘러싸고 '한동훈'을 연호해 퇴장이 지체됐다.

한 대표는 차량에서 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저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퇴 발표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아래는 한동훈 대표의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문 전문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습니다.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대표로서의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2024년 선진국 대한민국에 계엄이라니 얼마나 분노하시고 실망하셨겠습니까?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합니다. 그런 마음 생각하면서 탄핵이 아닌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미안합니다.

여러분, 우리 국민의힘은 12월 3일 밤,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불법 계엄을 막아냈습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습니다.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 힘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 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에 미래가 없을 겁니다.

그날 밤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날 아침부터 거리로 나온 우리 시민들과 우리 젊은 군인들 사이에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수 있습니다. 그날 밤 저는 그런 일을 막지 못할까 봐 너무나도 두려웠습니다.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이 위대한 나라와 그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겁니다.

그제 의총장에서 일부 의원들의 격앙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올 때 어느 젊은 기자 한 분이 제가 당 대표에서 쫓겨나는 이유가 된 이번 탄핵 찬성을 후회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잠깐 동안 많은 생각들이 그리고 제 인생의 많은 장면들이 스쳐갔습니다.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들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와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재명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습니다. 얼마 안 남았습니다.

국민들께 감사드립니다. 비판해 주신 국민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당원 동지들과 우리 당직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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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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