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되는 게 싫어 광장 안 나간다'? 이제 관성적 사고 버릴 때"

[인터뷰]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 下

촛불은 본디부터 비극과 희망 모두를 상징했다. 비극 속에서 태어나 희망을 전하기 때문이다.

난데 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 국민은 21세기 들어 가장 비극적인 시절을 맞이했다. 그러나 정해진 운명인 듯 어김 없이 촛불은 타올랐고, 많은 이들이 벌써부터 그 속에서 희망을 본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도 먼저 희망을 본, 그런 이 중 한 명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몇 번이나 탄핵 이후 '새로운 공화국의 발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 전 의원은 2030 여성들의 높은 탄핵 집회 참여율을 희망의 근거로 삼으면서도,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은 언제나 모든 광장에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집권할 세력은 약자‧소수자들이 지금 광장에서 목이 터져라 이야기하는 사회적 과제들을 받아안아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다원주의의 제도화'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이후 사회 대개혁에 실패한 문재인 정권의 전철을 결코 밟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공화국을 발명해야 하는 지금 모든 시민과 정치가들을 향해 '관성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탄핵되면 당연히 이재명이 대통령 되고 정부도 문재인 정부 때나 비슷하겠지' 이런 식으로 우리 스스로가 상상을 제한해 버리는 순간, 실제로 다른 가능성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기대는 자기 실현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완전히 새롭게 열려 있는 광장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서 진짜로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이고 대통령제가 문제라면 어떤 방식으로 보완해야 되는지 이런 얘기들을 차분하고 끈질기게 해나가야 된다."

물론 대전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다. 그는 여전히 탄핵소추안 표결을 주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역사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탄핵을 거부하는 의원들에게 "'내란에 동조한 변절자'로 역사에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장 전 의원과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프레시안>에서 '탄핵 촛불 이후의 과제'에 대해 장 전 의원과 나눈 대화 전문이다. (☞지난 기사 보기 : "'집게손가락'서 시작된 반페미니즘 광풍, 어떻게 '계엄'까지 왔는지 보라")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 ⓒ프레시안(박상혁)

"탄핵 소신 투표한 김예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울 것"

프레시안 : 이번 사태가 과도하게 남성화된 정부의 말로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정부에서 고위직 여성이 특히 적었는데, 대통령 가까이에 여성 참모들이 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장혜영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생물학적 여성이기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여성인가가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김현숙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이번에 임명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 같은 이들이 윤 대통령 곁에 참모로 있었다고 해서 뭔가 대단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페미니즘의 가치에 입각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여성이 있다면 달랐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여성이라면 윤 대통령이 아닌 좀 더 좋은 사람과 일을 하지 않았을까. 그나마 국민의힘에서 김예지 의원 같은 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프레시안 :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때 김예지 의원의 부결 당론을 어기고 소신 투표를 해 화제가 됐다. 장 전 의원도 의원 재직 시 당론에 반하는 투표로 당내에서 비판도 많이 받지 않았나. 김 의원에게 동질감을 느꼈을 것 같다.

장혜영 : 탄핵은 시간의 문제라고 본다. 왜냐하면 국민의힘이 하는 주장에 아무런 명분이 없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정신 차리고 당론을 탄핵 찬성으로 정하지 않는 한, 그 당은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해산되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은 '역사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하고자 했던 정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개별 헌법기관이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국회법에 성문화돼 있다. 모든 상황에서 정당이 옳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입법자는 최초의 준법자'라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회의원으로서 자격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자격 없는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매우 준엄할 것이다. 그냥 국회의원으로서가 아니라 역사에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다. '내란에 동조한 변절자'로 말이다.

김예지 의원님하고 통화를 했는데 굉장히 답답해하고 계시더라. '고구마 100개 먹은 것 같다'고 고통스러워하셨다. 김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저에게는 매우 소중한 동료 의원이었다. 어떤 정책들에 대해서는 서로 굉장히 생각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인권에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초당적 협력이 가능했던 몇 안 되는 상식적인 정치인이었다. 그 상식을 지금도 국민들 앞에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개인은 굉장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생각보다 또 단단한 사람이니까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되리라 본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집권 세력, 광장의 다양한 목소리 승화시켜 나가야"

프레시안 : '탄핵은 시간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탄핵 이후의 이야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에게 '박근혜 탄핵 촛불 이후에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하면 다들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장혜영 : 계엄 전까지 광장을 채우던 이들의 고민은 '왜 이 광장이 더 커지지 않는가'였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 이후에 개혁의 실패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학습 효과이지 않겠느냐고 많은 분들이 분석했고, 저도 그러한 분석에 동의한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마치 BC/AD(기원전/기원후)를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완전히 다른 국면이 되었으니까 이제는 다른 광장, 모두의 광장, 다른 공화국을 발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장이 달라질 수 있어야 이 이후의 정치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광장에서 터져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잘 받아안아 승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7년 전 촛불은 왜 사회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보나.

장혜영 : 이 이야기는 사실 책 한 권짜리 분량이라고 생각하는데(웃음), 문재인 정부는 엄청난 사회 대개혁의 기회를 소위 말해 '날려버렸다'. 상대를 청산하는 일에만 골몰했다. 당시의 광장을 돌이켜보면 재벌 개혁부터 굉장히 다양한 사회 개혁의 의제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은 그때도 광화문에서 1500일 넘게 장애등급제 철폐, 탈시설 이야기를 했는데 그와 같은 개혁 과제들을 제도권 정치에서 받아안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 탄핵 국면이 마무리된 후 19대 대선 직전에 성소수자들이 여성의날에 무지개 깃발을 들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를 찾아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그런데 거기 모여 있었던 군중이 "나중에! 나중에!"라면서 쫓아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굉장히 상징적인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다당제 제도화'라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오늘은 바꿔서 표현해 보고 싶다. '다원주의의 제도화'. 산업화, 민주화 다음에는 다원화라고 생각한다. 힘 있는 사람들이야 언제나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누리지 않나. 그래서 다원화의 핵심은 소수자들이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을 제도화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었는데 그 사명을 제대로 받아안지 못했다. 그게 가장 큰 실책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지금의 민주당 세력이 그런 과제를 실천할 수 있다고 보는가.

장혜영 : 안타까운 일이다.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으로 법률안을 단독 처리하고 있는데,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하고 가상자산 과세는 유예하면서 장애인 권리법은 처리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광장에 여성이, 장애인이 있네, 기특하네"라고 한다고 하지 않나. 이미 말했듯, 장애인들은 23년을 광장에서 투쟁해 왔고, '왜 우리는 여전히 권리를 구걸해야 하느냐'고 묻고 있다. 민주당이 이제라도 대답을 해줘야 할 때라고 본다.

차별금지법도 발의 직전에 좌절되는 너무너무 참담한 일이 있었다. 준비한 분이 어떤 분인지 알지만 말하지 않겠다. 진보 정당의 의원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정치는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제까지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던 사람도 오늘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선택을 지금은 독려해야 하는 시기이고, 용기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줘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 또 다른 개혁 과제들이 있다면 짚어달라.

장혜영 : 제가 오늘도 '폭풍 트윗'을 하고 왔는데, 인터뷰하는 오늘이 공교롭게도 12월 10일 세계 인권선언 기념일이다. 여기에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다원주의를 제도화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도 주권자로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는 뜻이다. 그 기본이 차별금지법 제정이고, 4년째 제정이 안 되고 있는 낙태죄 위헌 판결에 따른 여성의 성과 재생산 권리에 대한 보완 입법이고, 그리고 비동의강간죄 개정이고 노동자들에게 손배소 폭탄을 때려서 사실상 노동3권을 박탈하는 일을 방지하는 노란봉투법을 제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해야 한다. 특히 이제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게 됐고 일정 기간 견뎌내야 한다. 이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나라 곳간이 '부자 감세'로 텅텅 비어 있다. 대한민국처럼 소득과 자산이 불평등한 국가에서 민주당이 나서서 부동산 과세인 종부세를 국민의힘과 사실상 관짝에 집어넣어 버렸다. 부동산 과세는 이렇게 형해화 시켜놓고, 여야 합의로 금융 과세 합의했다가 폐지하고, 가상자산 과세는 끝없이 유예하고… 이러면 나라가 무슨 돈으로 국민에게 기본 소득을 줄 수 있겠나.

국가 경제가 나빠지면 취약해지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다. 이 사람들의 민생을 책임질 수 있는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다음에 출범할 정부가 해내야 할 일이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연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관성적으로 가정하지 말자, 지금은 새로운 눈으로 정치를 볼 때"

프레시안 : 탄핵 이후 사회 대개혁을 하기에 국회 지형이 21대보다도 더 열악하지 않나 싶다.

장혜영 : 맞다. 3당이라고 할 만한 당이 없고 두 당만 있기 때문이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전 대표가 만든 당이고 나머지는 위성정당이기 때문에 사실상 두 진영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서 우리가 희망을 품기가 참 어려운 문제이지만, 한강 작가가 말씀하셨다. '희망을 갖는 것이 희망일 수 있다'고. 그래서 저도 저의 희망을 보태고 싶다.

새로운 눈으로 정치를 보는 시도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민주당을 지지하시는 분들이나 민주당 정치인들은 탄핵이 성사되면 '이제 이재명이 대통령이다' 이걸 먼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고 우리가 살아갈 공화국을 지금 발명하는 과정이다. 정치인들이든 시민들이든 마찬가지다. 지금 역설적으로 이 윤석열이 저지른 쏘아 올린 큰 공 때문에 시민들의 정치적 감각이 어느 때보다 활짝 열려 있다. 이렇게 감각이 열려 있는 이 시기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게 새로운 공화국을 발명하는 것보다 중요할 수 없는 것처럼, 탄핵이나 국민의힘 정당 해산도 공화국을 지어나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 무엇이 우리의 목적이고 수단인지 혼동하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게 싫어서 탄핵 광장에 나올 수 없다'라고 하는 말도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반대로 '탄핵되면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라는 말도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탄핵 이후 어느 세력이 집권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차기 집권 세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장혜영 : 좀 전에 한 말과 연결되는데, 관성적으로 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탄핵되면 당연히 이재명이 대통령 되고 정부도 문재인 정부 때나 비슷하겠지' 이런 식으로 우리 스스로가 상상을 제한해 버리는 순간, 실제로 다른 가능성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기대는 자기 실현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완전히 새롭게 열려 있는 광장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서 진짜로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이고 대통령제가 문제라면 어떤 방식으로 보완해야 되는지 이런 얘기들을 차분하고 끈질기게 해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 ⓒ프레시안(박상혁)

"계속 지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싸움을 한다"

프레시안 : 촛불 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국내외 언론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번 촛불 광장이 열리기 직전에 있었던 누구나 알 법한 집회 중 하나가 동덕여대 집회였다. 그런데 여의도 탄핵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달리, 동덕여대 학생들은 결과적으로는 고립됐다.

장혜영 : 지금이라도 동덕여대 학생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동덕여대 사태의 본질은 학교 본부 측의 몰역사적인, 몰가치한 기습 공학 전환 논의였다고 생각한다. 대학 본부의 경영 실패와 비민주적 공학 전환 논의 과정이 문제로 다뤄졌어야 하는데, 반대로 학생들의 시위 양상에 논점이 형성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대학교였던 하워드 대학교는 지금은 백인이나 아시안을 받고 있는데, 정책이 바뀐 이유는 미국의 인종차별, 교육에서의 차별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를 기억하고 그 역사를 알리기 위한 차원이었다. 한국의 여성 대학들도 그런 역사적인 맥락과 현대에서의 사회적 역할이 충분히 조명되어야 하는데 동덕여대 사태에서는 그 부분이 텅 비어 있다.

이렇게 시각이 뒤틀어진 것도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이 말을 보탠 결과로 보는데, 괴롭힘의 일종이었다고 생각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동덕여대 학생들과 연대하고, 그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 우리가 계엄에 분노하는 이유가 민주주의의 붕괴 때문이라면,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으로 비민주적 일상을 겪는 사람들과도 함께 연대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동덕여대 사태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 가운데 운동권에 대한 혐오도 있는데, 그 또한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데는 그 '권'이 중요하다. 인권, 노동권 말이다. 물론 권리를 위해서 싸우는 모든 사람의 투쟁에 아무런 흠결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흠결이 있었다면, 투쟁의 역사를 직시하면서 어떻게 더 나은 투쟁을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후에는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딥페이크 문제 등을 접점으로 해서 활동을 같이 하고 있다. 합이 잘 맞나.

장혜영 : 초당적으로 협력을 아주 잘하고 있다. 원외가 되니까 이렇게 잘 되는구나 싶다(웃음). 원래는 낙선한 원외 인사로서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밥이나 먹자 하고 만났는데, 그때가 8월이었다. 딥페이크 문제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는데도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제대로 반응하는 이가 없었고, 그래서 '우리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해서 긴급하게 토론회를 열었다.

그 후 양당에서도 각자 딥페이크 전담 팀을 만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권력의 패턴을 알기 때문에 이 국면이 지나가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후속 조치 같은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회 후속 조치를 모니터링하는 작업을 했다. 일단은 정기국회 마지막까지로 예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제 마지막 방송을 했는데, 역시나 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논의는 많이 부족한 상태로 끝이 났다.

그러니 지치지 않고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성소수자연대 '행성인(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의 이호림 활동가가 "우리 싸움은 '루징 포워드(losing foward)'"라고 하더라. 계속 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싸움이라는 뜻인데, 자기가 활동을 지속하는 데 되게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 하더라.

맞는 말인 것 같다. 소수자가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지난한 싸움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싸움이고, 앞으로도 '이제 끝났어' 이런 날은 없을 것이다. 계속 새로운 현장이 발생하고 또 화내고 연대하고 싸우고 하겠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현재의 투쟁을 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시대에는 우리의 싸움이 있는 거니까 여기서 절대 물러설 수는 없다.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

프레시안 : 원외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정의당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정의당과 장 전 의원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

장혜영 : 일단은 이 탄핵 국면에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광장이 모두의 광장이 될 수 있도록 이 광장에서 약자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려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주 작은 마이크로라도.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광장에 있는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장혜영 : 이제는 우리 모두를 위한 공화국을 발명할 때다. 함께 잘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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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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