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대해 사법부가 판단을 내리는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비상계엄과 관련해 확립된 판례 및 계엄 발동 요건을 살펴봤을 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2.3 계엄사태로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오전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본인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대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며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실제 사법부의 판단을 받지 않는 통치행위인지에 대해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대법원은 지난 1979년 12월 7일 "대통령의 계엄선포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띠는 행위라고 할 것이어서, 그 선포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은 헌법사 계엄의 해제요구권이 있는 국회만이 가지고 있다"며 계엄 선포가 사법심사의 대상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이어 "그 선포가 당연무효의 경우라면 모르되, 사법기관인 법원이 계엄선포의 요건구비나 선포의 당‧부당을 심사하는 것은 사법권의 내재적‧본질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되어 적절한 바가 못된다'고 밝혔다.
이 판례만 놓고 보면 비상계엄이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맞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997년 대법원은 비상계엄이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다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1997년 4월 17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수괴 등 재판에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 전두환 장군 등 군인들이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폭력으로 정권을 장악한 것은 통치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그 군사반란과 내란행위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판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 이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전수미 변호사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무장한 군인들을 국회에 진입시키고 경찰들은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한 행위들, 계엄군의 진술을 통해서 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국회의원 150명 이상을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행위들은 국헌문란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비상계엄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로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있다. 전수미 변호사는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있다. 국무회의 심의뿐만 아니라 비상계엄의 발동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77조에는 계엄에 대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번 비상계엄이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전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사를 하게 될 때 "우선 비상계엄이 통치행위인지 먼저 확인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윤 대통령 측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통치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요건, 비상계엄의 행태를 봤을 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닌 통치행위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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