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이른바 '방송3법' 처리 과정에서 '대통령의 비공개 국무회의 지시에 따라 정부안을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다음주 국무회의부터 참석을 불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오후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대통령께 방통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다음주 국무회의부터 현직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그 이유에 대해 "국무회의는 국정을 논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로, 비공개 회의 발언이나 토의 내용을 대통령실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 외에 기사화하거나 왜곡해 정치에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공직기강 해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해당 원칙은 다른 국무위원들과 다른 국무회의 배석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최근 감사원은 방통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함으로써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위원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은 공직사회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크기에 주의도 따랐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고 이와 더불어 개인 소셜미디어에 정치적 견해를 개재해 공무원의 (정치적)중립의무 위반 행위를 거듭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 필수 참석 대상은 아니기에 국무회의 의장인 대통령이 참석·불참을 결정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령 '국무회의 규정'에 "국무회의에는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국무조정실장, 인사혁신처장, 법제처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금융위원회위원장,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통상교섭본부장 및 서울특별시장이 배석한다. 다만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중요 직위에 있는 공무원을 배석하게 할 수 있다(8조)"라고 돼있는 점을 언급하며 방통위원장은 "관행상으로 참석해온 것"일뿐 "배석하지 않게 하는 것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의 권한"이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방통위 등 국무회의 참석·배석이 명문화되지 않은 부처의 경우 "국무총리에게 의안을 제출하고 (참석을) 건의해 받아들여지면 올 수 있다"며 "이를테면 이번에도 조달청이 보고를 위해 배석한 경우가 있었다. 방통위가 필수적으로 매주 배석해야 하는 위원회가 아니기 때문에, 필수 배석인원으로 필요하지 않고 앞으로 필요에 의해 다시 의장 뜻에 따라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앞서 이날 오전에도 이 위원장을 겨냥해 "'지시'와 '의견 개진'이 헷갈린다면 국무회의에 참석해서 발언할 자격이 없다"고 질타한 바 있다. 강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비공개 회의 내용이 노출돼서, 방송통신위원장과 관련된 부분만 개인 정치에 활용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방송3법이 처리된 지난 7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석상에서 "대통령 직속 방통위원장으로서 대통령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하지만 방송법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은 "(대통령으로부터) '별도 지시사항이 내려온 것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반박했고, 대통령실 역시 브리핑을 통해 "업무지시가 아닌, 이 대통령이 이 위원장의 의견을 물은 것에 가까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회의 내용을 개인 정치에 왜곡해서 활용해선 안 된다"고 직접 질책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배석자인 이 위원장이 국무회의 말미에 "한말씀 드리겠다"고 발언을 하자 이 대통령은 "발언 그만하세요. 발언하지 마시라"고 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진숙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국회에서 관련 의견을 물었기에 대통령의 지시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며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의견을 물었다고 설명했는데, 지시한 것과 의견을 물은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이 위원장은 또 자신이 국무회의 논의 과정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언론에 보도된 기사가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을 때 정정해 준"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위원장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두 가지 오류 사항을 짚겠다"며 "잘못된 부분을 정정했다라는 표현을 했는데 올바르지 않다. 그리고 지시와 의견 개진이 헷갈린다면 더더구나 국무회의에 참석해서 발언할 자격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한편 방송3법 등 법안 처리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여당 간 온도차가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신임 장관과 당정 협의를 거치고, 재정이 수반되는 법안일 경우에는 재정 당국과 협의해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혁 법안의 신속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여당과, 입법부 내에서나 관계부처 등과 숙의를 거쳐 추진할 것을 강조한 최근 대통령실 기류 간 충돌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과 관련 △신임 장관과의 협의 △재정당국과의 협의 등 원칙을 강조한 답변인 셈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에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국무2차장에는 김용수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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