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리영희상 본상에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밝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선정됐다. 또한 1942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 추모 사업을 30년 넘게 벌여온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리영희 재단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해 복구를 돕다가 억울하게 숨진 고 채수근 상병의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군 당국과 용산 대통령실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은 채 싸우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12회 리영희상 본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리영희 재단은 선정 이유를 두고 "박정훈 대령은 군과 정부 고위층의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수사 외압을 거부하고 법과 원칙, 양심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등 공직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며 "또한 이 사건을 통해 위험한 수해 현장에 충분한 안전 조치를 강구하지 않은 채, 병사를 위험에 빠뜨리면서도 생색내기용 전시 효과에 집착하는 군 상층부의 폐습과 문제점이 드러난 점도 특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3년 징역형을 구형받은 피고인의 신분으로 군사재판을 받고 있는 박 대령의 소신있는 공직자로서의 처신이 폐쇄된 군 내부에서 발생한 수많은 인권 유린 및 군 사망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으며, 군의 정치적 중립화와 전문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하였다"고 덧붙였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은 수상소감에서 "2023년 7월 19일 고 채수근 상병은 상부의 명에 따라 수해현장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강물에 휩쓸려 사망했다"며 "오열하는 수근이 아버지와 함께 있던 저는 마음속으로 수근이에게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게 하겠다'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박 전 단장은 "그간 군사재판, 국회 청문회, 국정감사, 공수처 수사 등을 통해 진실은 세상에 드러났다"며 "'대통령의 격노'는 사실로 밝혀졌고, 대통령실과 국방부, 경찰청, 검찰까지 조직적으로 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박 전 단장은 이어 "국회에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3차례 통과시켰으나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좌절되었고, 또다시 국정조사와 특검법 재의결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며 "진실은 아무리 감추려고 하여도 반드시 밝혀진다. 비록 더딜 수는 있어도 영원히 감출 수가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전 단장은 "오늘 제12회 리영희상을 받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이 상은 저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고 수근이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진실을 밝히라는 엄중한 말씀으로 알고 겸허히 받겠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12월 2일 오후 4시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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