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에 물총쏘는 바르셀로나 사람들,'과잉관광'은 우리에게도 닥친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⑭ 오버투어리즘과 항공산업 규제 없이, 생태 전환 없다

관광객에 물총을 쏘는 바르셀로나 사람들

여름 휴가철이 한참이던 지난 7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과잉관광(Overtourism)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2800여 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선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Tourists Go Home! You are NOT Welcome!)" 같은 피켓이 등장했고, 시위대는 관광객들을 향해 물총을 쏘기도 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유럽 전체에도 유명한 관광지이다.

바르셀로나 시의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바르셀로나시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1560만 명이다. 이를 바르셀로나주 전체로 넓히면 관광객은 2600만 명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제주도의 2023년 국내외 관광객 숫자가 약 1340만 명 정도 된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시의 면적(101.3㎢)은 제주도 면적(1,848㎢)의 1/18에 불과하다. 많은 관광객으로 바르셀로나시의 관광 수입이 96억7600만 유로(약 14조2,080억 원) 에 이를 정도이지만, 주택가격과 물가상승, 수도·폐기물 등 공공서비스 부담, 관광산업으로 인한 불평등 증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바르셀로나의 임대료 상승률은 68%로 이로 인한 지역 주민·상인들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집회는 100여 개 지역단체가 연합한 '관광 탈성장 지역회의(Assemblea de Barris pel Decreixement Turístic)'가 개최했다. 주최 측은 관광객 폭증과 함께 아메리카 세일링 컵(America's Sailing Cup), 루이비통 퍼레이드, 도심에서 열리는 포뮬러 1(F1) 대회를 앞두고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 탈성장 지역회의는 집회를 개최하면서 13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공항 인프라 확장 철회·국내외 노선축소·개인용 항공기 금지, △바르셀로나 항구의 터미널 영업권 조기 취소·축소 △도시 내 관광 숙박 금지 △관광용 아파트 면허 취소 △거대 행사 개최 시 직장·주택·이동성·건강 등 사회적 영향과 환경영향 보고서 작성, 구속력 있는 공공 협의 △관광 부문 물 소비량 통제 △공공장소의 박물관화·상품화 중단 △접객·요식업 분야 노동조건 향상 △공공자금을 통한 도시 관광 진흥 보조금·면세 중단 △지역 주민의 휴식·여가를 위한 공공정책 수립 등이 담겨 있다. 시민단체의 반대가 이어지자,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도시 관광세를 1인·1박당 4유로(약 6000원)로 인상하고, 2028년부터 에어비앤비와 같은 주거시설의 단기 임대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86아시안게임이나 88올림픽 같은 행사가 열리던 1980년대는 물론이고, 국민과 지역 주민의 염원이라며, 잼버리대회나 엑스포 유치에 열을 올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고, 공적자금을 통한 관광 진흥을 멈추라는 요구는 낯설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과잉관광에 대한 피해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2019년 경기연구원이 전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4.5%가 과잉관광이 가장 심한 지역으로 제주도를 꼽았다. 서울 북촌한옥마을(10.5%)과 전주한옥마을(9.5%)이 2위와 3위에 올랐고, 그다음으로 부산 감천문화마을(5.2%), 부산 해운대(3.1%)가 꼽혔다. 이들 지역은 높은 혼잡도로 인한 불편, 소음·쓰레기, 부족한 편의시설 등 관광객들이 느끼는 불편함도 크지만, 임대료 인상과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한 생활 불편을 느끼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도 높다. 결국 서울 북촌한옥마을은 작년 11월부터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출입을 제한하는 조처를 하기도 했다.

▲ 황금빛 태양 쏟아지는 항구도시, 바르셀로나. ⓒ연합뉴스

정의로운 이동 체계를 촉구하는 항공산업 대항 네트워크, Stay-Grounded

42개국 2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연대체 '스테이 그라운디드(Stay Grounded)'는 항공산업에 대항해 정의로운 이동 체계(Just Mobility System)를 고민하는 네트워크이다. 2016년 결성된 이 단체는 2019년 11월 독일 베를린의 테겔공항에서 50여 명의 활동가들이 연좌 농성을 벌인 것을 비롯해 신규 공항 건설이나 기존 공항 확장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코로나19 기간에는 항공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반대하는 청원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국내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에서 적극적인 신규 공항 건설·증설 운동을 벌이거나 코로나19 당시 항공산업에 대한 국유화·지원 확대를 외쳤던 것과 전혀 다른 흐름이다.

또한 스테이 그라운디드는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준다는 지속가능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s)이나 항공사의 탄소상쇄(Offsets)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이오연료나 탄소포집을 통한 이퓨얼(e-Fuel)을 통해 만들어지는 지속가능항공유는 이름과 달리 제3세계 생물다양성 손실, 물 부족 같은 다른 환경적 문제를 일으키는 바이오연료를 기반으로 하거나 제조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e-Fuel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항공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선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항공사의 탄소상쇄 정책 또한 계산상으로만 존재하는 탄소배출 저감이기에 적극적인 항공수요 감축정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항공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지난 4월, Stay-Grounded는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광고 중단 운동을 하는 '배드버타이징(Badvertising)'과 함께 항공사 광고와 후원, 그린워싱에 반대하는 국제행동주간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광고는 상품 소비를 늘리고, 기업 이미지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항공산업 광고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 환경파괴를 친환경 이미지로 포장하며,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많은 나라에서 담배나 술 광고를 제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항공사는 길거리 광고판과 전통적인 대중매체는 물론이고 스포츠나 예술행사에 후원하며 항공산업을 알린다. 하지만 항공산업에 대한 광고 규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암스테르담, 스톡홀름, 런던 시의회는 지방정부가 '고탄소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1차적으로 근거 없는 '친환경'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하고,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각종 광고판 등에 대한 광고를 금지하는 사회운동이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모' 아니면 '도' 식 접근이 아니라, 생태 전환을 위한 항공산업 규제정책을 고민할 때

기후·환경운동을 하다 보면, '너는 비행기 안 타냐?''는 식의 문제 제기를 받곤 한다. 전력수요 감축이나 탈핵·탈석탄 언급에 대해 '너는 전기 안 쓰냐?''는 식 문제 제기와 비슷한 것이다. 평생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한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나 '전기 없는 삶'을 선언한 생태 활동가들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렇게 살기는 힘들다. 현대사회에서 항공산업이나 전력산업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해당 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 문제도 기후정의운동에서 중요한 의제이다.

현세대는 기후위기로 '추석 폭염'과 '배추 한 포기 2만 원'를 경험한 첫 세대이다. 기후위기 문제를 인식한다면, 낯설지만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의 동네를 찾은 손님에게 물총을 쏘는 모습, 공공자금 관광 지원 중단, 항공사 광고 금지, 공항 폐쇄 운동 등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 수 있다. 또 누군가는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무한 성장주의 시대 다양한 부작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흐름이기도 하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가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항공산업과 공항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 정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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