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한 상법 개정안 추진 의사를 강조하는 한편으로 기업인 배임죄 적용 완화 문제를 재차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 본인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이 배임죄를 적용한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경총 방문 때도 본인 재판 사건을 간접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15일 당 최고위원회 공개발언에서 "경제상황판을 보면 심각하다.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해 외환위기 당시 상황을 걱정하게 만들고, 주가도 2400이 깨졌고 코스닥도 황당할 정도로 폭락하고 있다. 퍼렉트스톰"이라고 경제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경제 펀더멘털이 무너진다. 일시적 경기 변동으로 치부하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 구조 자체에 심각한 손상이 오고 있고, 방치하면 회복불능 상태로 추락할 수 있다"고 위기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주식시장이 투명하지 못하고 불공정하다. 주가조작을 해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 세계에 몇 년 동안 광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해괴한 기업 지배구조 때문에, 두산 상황처럼, 멀쩡한 우량주에 장기투자한다고 갖고 있었더니 어느날 불량잡주가 돼 있다. 누가 투자하겠나"라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당론 채택한 상법 개정안이 이런 상황에 대한 해법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만큼은 선진국 수준으로 반드시 바꿔놓겠다"며 "재계가 반대한다고 하는데, 사실 전 세계를 상대로 글로벌 경쟁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 불공정·부당함에 기반한 이익을 노려서야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나"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전날 의총에서 수사기관 공무원과 그 가족의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함께, 주식시장 선진화와 투명성 강화, 주주 권리 확대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의결했다. 상법 개정안은 기업 전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직접 책임을 강화하는 '충실의무' 도입,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골자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배임죄 문제를 경총 방문 후 나흘 만에 재차 언급했다. 재계가 반발하는 상법 개정안 도입을 주장하면서, 재계의 숙원 사안 중 하나인 배임죄 적용 완화를 일종의 반대급부처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대표는 "혹여 기업 경영에서 걱정되는 검찰 수사·처벌 문제, 특히 배임죄 문제는 여당도,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적한 바 있다"며 "검찰권 남용의 수단이 되고 있는 배임죄 문제는 신중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경총 방문 당시 손경식 경총 회장 등에게 배임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의 법 개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 등이 배임죄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 이 대표가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재 대장동 사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두고 있는 핵심 혐의가 바로 배임이다. 이 대표는 경총 면담에서도 이 사건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나도 겪어보니 문제가 있더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상법·배임죄 등 주식시장 관련 대책을 "엄중하게 들여다보고 대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하며, 정책위 등 당 관련조직에도 "정기국회 내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를 강력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는 재판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