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대회를 폭파하라' 작가 "여성, 성적 대상화 움직임 더 강화됐다"

[인터뷰] 김신명숙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문화 여전…포르노와 미스코리아 맥락 같아"

'미스코리아 대회를 폭파하라'라는 파격적인 제목으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성 상품화'를 풍자한 김신명숙 작가가 딥페이크 관련 질문으로 논란이 확산된 '2024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와 관련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움직임이 더욱 강화됐다"고 비판했다.

1999년부터 미스코리아 대회를 비판하며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를 주도해온 김신명숙 작가는 26일 <프레시안>과의 통화 인터뷰에서 "미스코리아 대회가 여성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지성미도 본다고 하지만, 이번 사태는 대회의 성격이 여성의 성 상품화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 24일 한국일보 자회사 글로벌이앤비(GLOBAL E&B)가 주최한 제68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에서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딥페이크 영상 속 내가 더 매력적이라면, 진짜 나와의 갭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같은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자 대중들은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현 시국과 맞지 않는 부적절한 질문이라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26일 글로벌이앤비 홈페이지는 마비되고,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해명을 촉구하는 댓글이 수백 건 달렸다.

이에 글로벌이앤비는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리고 "페이크를 이용한 불법 영상물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딥페이크 단어 자체를 사용한 것은 주최 측의 분명한 잘못"이라고 밝혔다.

김신 작가는 그러나 미스코리아 대회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전보다 미스코리아 대회의 영향력은 크게 줄었으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움직임은 더욱 강화됐다"며 "미스코리아 대회는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잘못된 섹슈얼리티 문화가 만들어낸 현상이라는 측면에서 포르노와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억누르려는 가부장제의 왜곡된 섹슈얼리티가 여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섹슈얼리티는 본래 인간관계과 영성을 가장 아름답게 고양시킬 수 있는 요소다. 섹슈얼리티의 본연을 회복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신명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24일 글로벌이앤비가 개최한 2024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에서 참가자들에게 딥페이크 관련 질문이 나와 대중의 비판이 쏟아졌다. ⓒX(옛 트위터)캡처

프레시안 : 미스코리아 대회의 주최 측이 참가자들에게 딥페이크 영상과의 '매력 대결'을 물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신명숙 : 미스코리아 대회가 여성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지성미도 본다고 하지만, 이번 사태는 대회의 성격이 여성의 성 상품화에 있음을 보여줬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 운동으로 그 영향력이 크게 줄었고 행사가 열린다는 걸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하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대회의 움직임은 더욱 강화됐고, 여성들을 성적 대상으로 끝내 누르려는 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제가 포르노이며, 미스코리아 대회는 포르노보다는 덜 폭력적일지언정 결국 같은 맥락이다.

프레시안 : 과거 미스코리아 대회의 영향력은 어땠나.

김신명숙 : 1990년~2000년대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 운동을 벌일 때만 해도 미스코리아 대회는 국가적 행사처럼 치러졌다. 전야제부터 대대적으로 방송하고 미스코리아를 선발하는 본선 이후에는 카퍼레이드까지 했다. 내가 어렸을 적엔 국가대표를 뽑는 대회인 줄 알았고, 남자아이들의 장래희망이 대통령이었다면 여자아이들의 장래희망은 미스코리아였다.

프레시안 : 대회의 영향력이 줄었음에도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신명숙 : 여전히 인간의 주체가 남성이고, 여성은 남성 주체를 위한 성적 욕망이나 성적 쾌락을 위한 물건으로 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권익이 크게 향상됐고 젠더 권력 관계도 변화했다. 이에 따라 힘을 잃은 남성들은 여전히 권력을 갖고자 여성들을 섹슈얼리티 영역으로 데려가려 한다. 섹슈얼리티의 영역에서는 능력과 무관하게 여성이 성적 대상으로 격하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판매하는 여성이 생기는데, 가부장제 문화가 만들어낸 현상이기에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프레시안 : 계속해서 사회가 여성에 성상품화를 강요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김신명숙 : 가부장제가 폭력과 권력의 오물을 뒤집어씌운 섹슈얼리티의 본연을 회복해야 한다. 섹슈얼리티는 인간관계를 가장 아름답게 고양시킬 수 있고 생명의 탄생이라는 신비한 작용이 일어나는 인류의 축복이다. 가부장제는 이런 섹슈얼리티를 폭력, 범죄, 두려움으로 전락시켰다. 불법촬영, 딥페이크 등의 성범죄는 어디서 나를 찍는지 알 수 없고 상대를 믿을 수 없게 해 사람들을 행복하지 못하게 하고 외롭게 만든다.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 가부장제가 왜곡한 섹슈얼리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해법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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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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