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 어디로?…정부 "증원 유예 없다" vs 민주 "尹은 사과부터"

의료계에선 '2025년 증원 백지화' 분출…與 안철수도 "증원 1년 유예해야"

의료 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가 협의체 구성도 전부터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 요구인 2025년도 증원 재논의에 선을 긋고 나서자, 야당은 "정부가 또 다시 초를 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을 역으로 촉구했다. 여당에선 2025년도 증원 백지화를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2025년도 정원은 이미 끝난 문제"라며 정부 손을 드는 목소리가 동시에 분출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8일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의료 대란 해결 노력에 정부가 또 다시 초를 치고 있다.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경질 요구는 외면한 채 '증원 유예는 없다'는 예의 고집을 또 반복한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일이야말로 의료 대란 해결의 출발"이라고 밝혔다.

조 수석대변인은 특히 "(정부 입장은) 본격적으로 (의대 증원을) 재논의할 수 있다던 전날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라며 "국민 생명이 걸린 일을 놓고 또 오락가락이다. 윤석열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로도 모자라 이제 협의체마저 뺑뺑이를 돌리려 하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식이라면 기껏 등 떠밀려 수용한 여야의정 협의체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국무조정실은 전날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에 보도된 2026년도 의대 증원 유예 결정은 사실과 다르다"며 "의료계가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조실은 "정부가 지난 1년 8개월 넘게 줄기차게 의료계에 요청해온 '과학적 근거에 의한 합리적 의견 제시'는 불변"이라고도 했다. '과학적 근거에 의한 증원규모 제시' 없이는 2026년도 이후의 증원 규모 조정도 힘들다는 협의체 국면 이전의 입장을 다시 꺼낸 셈이다.

이와 관련, 브리핑에서 조 수석대변인은 "정부는 계속 '과학적 근거'라는 말만 반복하는데, 정작 증원 규모와 과정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건 정부"라며 "결국 윤석열 정부는 아직도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이미 의료 대란의 최고 '빌런'으로 등극한 지 오래"라며 "다시 한번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 책임자들의 경질을 요구한다"고 했다. 앞서 전날엔 의료계에서도 경기도의사회 등 일부 의료단체가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윤 대통령의 사과, 막말·실언을 일삼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박민수 차관, 장상윤 사회수석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같은 요구를 전한 바 있다.

여당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2026년 정원논의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아 내년에는 인턴, 공중보건의, 군의관이 충원되지 않는 사상초유의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라며 의료계 측 입장인 '2025년 증원 백지화'에 힘을 실었다. 증원을 1년 유예하고 2026년부터 증원규모를 전면 재논의하자는 게 안 의원의 주장이다.

안 의원은 "(전공의 미복귀 시) 정부는 대안이나 플랜 B를 준비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증원 1년 유예와 공론화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붕괴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5년 정원은 이미 끝난 문제"라며 "2026년도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실에서도 '제로 베이스'부터 검토하겠다고 한 이상, 의료계가 빨리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의료계의 입장 전환을 촉구했다.

앞서 송영훈 국민의힘 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여야정 협의체 환영 입장을 인용해 "이러한 입장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가 협의체 성패의 관건임을 강조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기도 의정부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을 찾아 응급 의료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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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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