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장제원·김태효·한오섭 뉴라이트' 지적에 "그걸 왜 알아야 하나"

韓 "野가 국민 색깔칠, 미몽에서 깨어나시라…가짜뉴스는 마약에 버금가는 처벌해야"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뉴라이트' 인사 논란과 관련, 야권을 향해 "미몽에서 깨어나라", "제발 색깔 칠하지 마시라"고 역공을 폈다.

한 총리는 2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정부의 국무위원들이 뉴라이트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취지의 더불어민주당 측 지적을 듣고 "국민을 자꾸 분열시키지 마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최근 윤 대통령이 '뉴라이트가 뭔지 모른다'고 발언한 일을 두고 "총리님은 뉴라이트를 아시나"라고 질의하자, 한 총리는 "뉴레프트도 있나", "가치가 없는 (논쟁)", "이념이라고 포장하시는 분들의 문제"라고 다소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 총리는 신 의원이 "뉴라이트라는 것은 실제 보수에서 만든 용어"라고 재지적하자 "보수가 만들었는지 좌파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의미가 없다)"며 "의미는 자유민주주의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도 뉴라이트를 친일 성향 진영으로 정의하는 데 대해서는 "엉터리 같은 데피니션(definition. 정의)"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한오섭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뉴라이트 이력을 지적하며 "이런 분들이 대통령 주변에 계신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한 총리는 이에 대해서도 "그 분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가 그걸 뉴라이트인지 아니지를 왜 알아야 하나"라고만 했다.

신 의원은 특히 김영호 통일부장관, 김문수 신임 고용노동부장관 등 국무위원들을 둘러싼 뉴라이트 논란을 지적하며 한 총리에게 "본인이 제청하신 인사 아닌가" 꼬집기도 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그분들의 (과거가 아니라) 지금 그 직책을 맡아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좀 봐달라"며 "미몽에서 깨어나시고 그런 이념주의로 몰아치지 마시고 그분이 어떤 걸 하시는지… (보라)"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신 의원이 반발하면서 두 사람 간엔 고성을 동반한 말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총리는 "(김영호 장관은) 자유민주주의에 원칙을 둔 통일을 해야 한다는 안을 만드신 분", "도대체 뉴라이트랑 무슨 상관인가"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제발 색깔칠 하지마시라", "국민을 자꾸 분열시키지 마시라"고도 했다.

신 의원이 '이념이 가장 중요'하다는 윤 대통령 발언을 인용해 '국정기조가 문제'라는 취지로 지적하자, 한 총리는 "이념하고 아무 상관 없고 국정원칙을 자유민주주의와 지성에 기초를 둬서 국정을 하시겠단 얘기"라며 "그럼 우리가 전체주의 밑에서 국정을 해야하나"라고 맞받았다.

한 총리는 신 의원을 향해 "오늘 (국회 개원식에서) 선언도 하시지 않았나. 국정을 위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했잖나"라며 "국민을 가르는 게 그게 오늘 선언하신 건가"라고 훈계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새 고등학교 교과서를 둘러싼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신 의원은 이주호 교육부총리를 겨냥해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가 친일파를 두둔하는 듯한 서술을 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해당 교과서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 구체적 표현을 빼고 '끔찍한 삶' 등으로 표현한 점 △이승만 정부에 대해 묘사할 때는 독재라는 표현을 빼고 장기집권, 집권연장 등으로 표현한 점 △제주 4.3 사건에 대한 표현을 과도하게 생략한 점 △집필진의 일부가 뉴라이트 출신인 점 등을 들어 "장관이 (검정을) 결재하며 문제점을 못 느꼈나"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장관은 "모든 내용들은 교육과정개정상 중립성 지침이란 게 있어 그것을 판단기준으로 해서 검정위원들이 심사해서 통과한 것"이라면서도 "만약에 문제가 제기되면 수정할 수 있는 절차가 또 있다", "교과서 비판에 대해선 종합적이고 균형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여당 측도 방어에 나섰다.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최근 민주당의 '독도 지우기' 공세 등을 비판하며 "민주당의 친일몰이야말로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뉴스이자 선전·선동"이라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그렇다, 참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동의를 표했다.

엄 의원은 이어 "반 국가 세력들이 거짓·선동 정치에 편승해서 가짜뉴스에 가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도 문제지만 무분별한 확산이 이뤄지는 온라인 플랫폼도 문제"라며 한 총리에게 대책을 묻기도 했다.

'온라인 플랫폼 내 가짜뉴스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최근 이어지고 있는 야권의 의혹제기를 겨냥한 질문으로 풀이됐는데, 한 총리는 이에 "적어도 마약에 버금가는 그러한, 우리의 모든 처벌과 차단과 교육과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야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뉴라이트는 친일활동이 아니'라는 취지의 반박도 나왔다. 엄 의원이 뉴라이트 논란 당사자인 김영호 장관을 향해 '2007년도 뉴라이트 운동의 취지와 활동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하자, 김 장관은 "자유민주주의를 더욱 튼튼히 하자고 하는 그런 새로운 보수주의 운동"이라며 "뉴라이트 운동이라 하는 게 친일이랑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일 오전 국회에서 2023 회계연도 결산심사를 위해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친일 논란'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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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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