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지인 딥페이크, 멸시를 놀이로 보는 'XX능욕'은 개인 일탈 아니다"

한국여성민우회·군인권센터 "지인 딥페이크, 개인 일탈 취급하고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돼"

여성 지인의 사진을 합성(딥페이크)해 성적 모욕을 가하는 'XX능욕' 문제가 친족, 학교, 군대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 취급하지 말고 정부가 나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6일 성명을 내고 "여성 지인을 성적 도구로 보고 멸시하고 능욕하는 것을 놀이처럼 행하는 수십만 명. 이는 현 사안이 특정 개인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고도 남는 숫자"라며 "여성들은 아주 가까운 (남성) 지인들에게조차 '몸평·얼평'의 대상, 나아가 '벗겨서 망가뜨릴' 수 있는 '여자'로 취급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N번방' 사건 당시 수사가 제대로 착수되지도 않다가 '추적단 불꽃' 활동가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 가해자를 특정한 이후에야 사건이 '진지하게' 다뤄졌다. 하지만 혐의가 특정된 참가자 378명 중 실형이 선고된 건 12.4%에 불과하며 집행유예는 69.1%"라며 "수사·사법기관의 안일한 태도가 성범죄의 반복을 방조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우회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에 "수많은 여성들의 사회적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구조적 성차별 및 여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평등 전담부처를 강화하고 전 부처에 걸친 종합적 장·단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도 27일 성명을 내고 "국방부는 책임지고 여군을 능욕하는 딥페이크 관련자를 발본색원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텔레그램 '여군능욕방'에서 모인 남군 900여명은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으로 훈련병을 사망케 한 '얼차려 훈련병 사망' 사건에서 여군 대위가 훈련병을 살해했다며 여군들의 사진을 딥페이크해 제작·유포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상담소는 "여군능욕방은 여군을 '군수품'으로 명명하고 여군 딥페이크 사진을 스티커로 제공하는 등 여군들을 철저하게 성적으로 유린하고 조롱해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가 군에서 여군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나타난 것이며 누군가는 그로 인해 이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군은 필수인력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성폭력과 성차별로 인해 군을 떠나는 여군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만약 국방부가 '여군능욕방' 사건을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여군이라는 귀중한 자원을 상실하는 것이고 이는 국토방위 불안이라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여군능욕방에는 인사정보에 있는 군 증명사진도 다수 있었다. 국방부가 의지만 있다면 인트라넷 로그기록을 통해 피해 규모와 가해자들을 많은 부분 추적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은 원한을 가진 병사들 등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다. 국방부의 발본색원 의지를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피해자가 미성년인 경우가 많고 가해자가 대부분 10대로 드러났다"며 "단순한 장난이라고 둘러대기도 하지만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 기술을 악용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 누구나 이런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관계 당국에서는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이런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주기 바란다. 또한 건전한 디지털 문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교육 방안도 강구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텔레그램 '친족능욕' 단체 채팅방에서 이뤄진 대화ⓒ프레시안(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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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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