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보다 더 나쁜 윤석열, 한국은 기후 악당 국가"

[픽터뷰] <1.5도 이코노믹 스타일> 저자 김병권

"한국은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이 10%가 안 되는 OECD에서 거의 꼴찌 수준인 기후 악당 국가입니다. 재생에너지 등 기후 대응 쪽으로 문재인 정부 때는 약간 진전이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크게 퇴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와 비슷하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등 여러 후진적인 정책을 취했습니다. 사실 현재 한국의 상황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라서 연방정부와 달리 50개의 주정부 중 일부는 기후 대응 정책을 자체적으로 시행했습니다."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긴 열대야를 기록하고 있는 올 여름, 한국인들 모두가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있다.

<1.5도 이코노믹 스타일>(착한 책가게 펴냄)을 쓴 김병권 경제학자는 21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무한 성장'과 '무한 소비'를 추구하는 경제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1.5도는 인류가 지구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온도 상승 한계선이다.

그러나 2023년 1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4도에서 1.5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김병권 작가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2040년 어느 시점에서 1.5도 경계선을 넘지 않겠냐고 전망했지만 이제는 2030년 이전에 넘어갈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고 있다는 인공지능(AI)이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 슈퍼리치가 꿈꾸는 화성 이주를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김 작가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1991년 미국 애리조나주에 화성과 동일한 생태 조건의 폐쇄된 공간을 마련해 8명의 자원자가 2년 동안 거주 실험을 했지만 "1인당 월 2억 원의 전기료"와 "하루 10시간 이상의 노동"이 생존에 필요한 조건이었다. 또 인공지능은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생성형 AI 경쟁이 본격화된 2023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을 지라도 '80억 지구 인구 중 나 하나 노력한다고 되겠어?', '개인의 실천 방안으로 텀블러 들고 다니고 분리 수거 열심히 하는 거 이외에 뾰족한 수가 있어?' 등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김 작가는 "한국인 1명이 1년에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12톤으로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라며 "출퇴근시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으면 2톤, 해외여행을 가지 않으면 1톤, 육식을 줄이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면 1톤 가량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며 '1.5도 라이프 스타일'을 권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프레시안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한달 내내 열대야, '기후재난'으로 올림픽 사라질 지경

프레시안 : <1.5도 이코노믹 스타일>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김병권 : 대한민국 국민들께서 이제는 기후변화가 실존하고 그게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굉장히 심각하다고 알고 계세요. 그렇다면 대처를 해야 하는데, 이는 자연과학이 말해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은 주로 우리들의 경제활동 때문에 대량으로 발생되는 것입니다. 경제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기후위기 원인을 알았다고 해도 해결할 수가 없어요.

프레시안 : 과학자들이 기후위기와 관련해 마지노선으로 이야기하는 온도가 1.5도입니다. 그러나 이미 2023년 1월에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4도에서 1.5도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현재 기후위기는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가요?

김병권 : 올해 열대야가 한 달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1907년도에 기상관측을 한 이래로 가장 긴 열대야라고 하는데, 이런 일들이 기후재난이라는 형태로 옵니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비용은 개인적으론 무더위에 에어컨을 더 많이 틀어야 되고, 국가적으로는 야외 작업하시는 분들이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들고, 심지어는 야구 경기도 취소가 되기도 했어요. 이런 상태면 조만간 여름 올림픽을 하기도 쉽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2040년대 어느 시점에서 1.5도 경계선을 넘을 것이라 전망했는데, 최근에는 과학자들이 2030년 이전에 넘어갈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1.5도를 넘는다고 해서 당장 지구가 망하지는 않겠지만 과학자들이 얘기하는 '티핑 포인트', 이전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는 변곡점들을 넘게 되는 것이죠.

이미 '고성장' 시기는 끝났다…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 1.4%

프레시안: 기후위기 심화를 막기 위해선 '성장'을 중시하는 경제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하셨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김병권 : 우리가 경제를 바꿔야 된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경제에 투입되는, 특히 화석연료가 중심이 되는 에너지의 투입량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거든요.

한국은 지난 60~70년 동안 다른 어떤 나라보다 고속 성장으로 선진국 대열까지 진입한 나라인데 기후위기가 아무리 무섭다고 한들 이걸 갑자기 중단시킬 수 있냐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근데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성세대들은 1970-90년대 정도까지 연 10%대, 8%대 경제성장을 했던 고성장의 기억이 있을 거예요. 근데 이미 2010년대부터 한국 경제 성장률은 3%를 달성하기도 굉장히 부담스럽고, 이미 2020년대에 넘어오면서는 2% 달성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작년에 1.4% 달성했죠. 대한민국 무너졌나요? 그렇지 않거든요.

한국도 어느새 정치 공간이나 선거 때 몇 퍼센트 성장을 하겠다고 공약하는 사례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대한민국 국민들도 성장 숫자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는 거예요. 성장을 하는 데도 고용이 안 되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 얘기가 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거든요. 이제 한국 국민들도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고용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불평등이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화성 이주? 1인당 전기세 월 2억 필요하다…인공지능도 구원투수 될 수 없어

프레시안 :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등 미국의 기업가들은 화성 등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김병권 : 1991년에 미국 애리조나 주에 1만여 제곱미터 되는 폐쇄된 유리공간을 만들어 화성 같은 공간을 만들고, 거기서 살 수 있는지를 실험을 해본 사례가 있습니다. 8명을 2년 동안 살게 했는데, 어쨌든 살기는 했습니다. 거기 안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 매일 10시간 이상씩 일을 해야만 했고, 그나마 사람은 살았는데 함께 집어넣었던 동물들은 거의 죽음에 이르렀고, 심지어 인간도 막판에는 그 안의 생태계에서 산소 공급이 잘 안 돼서 외부에서 산소를 넣어줬어요. 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밖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투입했어야 하는데, 그 비용을 환산해서 8명에게 전기료를 부과하면 1인당 월 2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미국 환경운동가 빌 맥과이어는 화성에서 인간이 살기 가장 최적의 조건조차도 사하라 사막보다 1000배 정도는 나쁘다고 얘기합니다.

프레시안 : 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기후위기 극복 가능성은 없을까요?

김병권 : 구글 서치 엔진으로 한 번 검색하면 하는데 에너지가 약 한 0.3와트가 필요하다면, 생성형 인공지능에 똑 같은 질의를 하면 10배 정도인 2.9와트 정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최근에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로 이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데이터센터 확장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소비되는 전력량이 향후 상당히 큰 부담이 될 거라고 합니다.

캐나다의 저널리스트이자 환경운동가인 나오미 클라인이 영국 <가디언>에 관련된 글을 기고했어요. 기후위기에 대한 해법을 인공지능이 가르쳐줄 거라고 하는 게 얼마나 큰 착각이냐 하면 우리가 기후위기가 왜 일어나는지를 모르냐? 압니다. .기후위기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모르냐? 압니다. 다만 정치적으로 의지가 없고, 이해관계 때문에 해결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인간 대신 정치적인 이권이나 이해관계를 조정해주거나 정치적 의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아니라는 거죠.

프레시안 : 책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도넛 경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김병권 : 영국의 생태경제학자인 케이트 레이워스가 2012년에 제안한 것입니다. 도넛의 안쪽 경계선은 '사회적 기초'로, 바깥 쪽은 생태적 한계로 잡았습니다. 도넛 안쪽으로, 바깥쪽으로도 떨어져선 안된다는 거죠. '도넛 도시' 모델은 기존에는 복지만 생각하면 되는데 이제는 복지만 생각하면 안 되고 생태와 복지를 함께 생각하자. 여기에는 성장 얘기는 이제 조금 제쳐두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성장이냐, 탈성장이냐 이 프레임에 갇히지 말자.

재생에너지 비중 10%도 안되는 한국, 기후 악당 국가

프레시안 : 이런 개념에 비춰볼 때 한국 경제는 지금 어떤가요?

김병권 : 한국은 현재 OECD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거의 꼴찌 수준입니다. 태양광, 풍력 등 모두 합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10%가 안됩니다. 독일 같은 나라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절반을 넘어가 버렸고, 중국도 10%를 넘은 지 꽤 됩니다. 일본도 10%를 넘겼구요. 현재 우리나라는 기후 악당 국가입니다.

프레시안 : 기후위기와 관련된 정치적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병권 :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문가들 800명한테 설문조사를 했어요. 380명 정도가 응답했다고 해요.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얼마 몇 도까지 오를 것 같냐? 그랬더니 77%가 '2.5도 이상 오를 거다', '왜 그렇게 그렇다고 생각하냐' 물었더니 복수 응답을 하게 했는데 '인류가 과학 지식이 부족해서' 이건 5%도 안 되고, '돈이 없어서'도 1/4 정도였습니다. '기득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걸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과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정치적인 의지'는 우리가 만들어내면 얼마든지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겁니다.

한국은 정치권이 대체로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에는 관심이 되게 많으신 것 같은데 기후 문제는 관심이 많이 없으신 것 같아요. 그럼 중앙정부가 안 되면 지방정부들이라도 제대로 기후대응을 할 수 있도록 2026년 지방선거 때 국민들이 잘 결정을 내렸으면 합니다.

프레시안 : 개개인의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김병권 : 고작 할 수 있는 게 텀블러 갖고 다니고 이런 거밖에 없다고 생각되니, 어떤 분들은 기후 우울증을 얘기하시기도 합니다.

근데 막상 내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할까는 별로 생각 안 하시는 것 같아요. 국가는 대한민국은 6억 5천만 톤 정도 매년 배출해요. 그러면 우리가 1인당 한 12톤 정도씩 배출하는 겁니다. 대한민국보다 일본이나 독일이 국민소득이 높고 경제 규모도 큰데 이들은 1인당 8톤, 9톤 정도 밖에 배출 안 합니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1인당 5톤 정도 밖에 안 해요. 물론 우리는 산업적 영향도 있지만 의외로 크게 신경 안 쓰고 생활하는 대목이 있어요. 자가용만 집에 놔둬도 2톤 이상이 줄어요. 해외여행 한 번 안 가면 1톤에서 2톤 정도, 육식에서 채식 쪽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1톤 이상 줄어듭니다.

▲<1.5도 이코노믹 스타일>, 김병권 지음, 착한책가게 펴냄ⓒ착한책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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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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