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외주화 종식 위해 백기완재단이 '아리셀 1호 희망버스' 운행합니다

[아리셀 희망버스 ①] 아리셀 참사 현장으로 가는 백기완 연대버스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외국인 18명을 포함 23명이 숨진 중대재해 참사가 일어난 지 50일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사측은 유족들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유족들은 화성을 떠나지 못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위험의 이주화를 끊어내고 유족들에게 힘을 싣고자 오는 17일 전국 각지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그 버스에 타는 이들의 마음을 담은 글을 싣는다. 편집자

2018년 12월 10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김용균 동지가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일하다 작업 현장에서 사망했다. 김용균 동지는 홀로 일하다 석탄을 이송하던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김용균 추모제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며 투쟁해 왔다. 투쟁의 성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지 2년 6개월이 흘렀지만, 노동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자본의 이윤 때문에 죽음의 외주화는 멈출 줄 모르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재해예방 대책은 되지 못하고 사후약방문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2024년 6월 24일 10시 31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 산업단지에 위치한 일차 리튬 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와 폭발로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으로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8명이 부상 당했다.

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는 저임금으로 이윤을 배가시키려는 자본의 속성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고용형태는 대부분 인력업체에서 파견된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리튬 전지에 대한 전문성은 고사하고 위험에 대한 인지도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리셀 참사는 노동현장의 민낯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은 직원 100여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용직 근로자로 운영되고 있다. 참변을 당한 이주 노동자들도 인력업체에서 파견된 인력들이다.

고용형태를 봤을 때 아리셀은 불법적으로 이주 노동자를 상시 고용하고 있는 셈이니 불법파견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 아리셀은 화재가 발생하기 불과 이틀 전에 불량 배터리 폭발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관련 기관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안전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하고 전지가 폭발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대피하지 않고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시도했던 정황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대부분 대피하는 문조차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참변을 당했다. 안전교육은 고사하고 작업장 구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위험의 외주화는 비상구조차도 없었다. 폭발물이 쌓여 있는 통로를 비집고 이동하는 공간은 비상구가 될 수 없지 않은가.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대피해야 한다는 교육이나 대처방안에 대한 안전교육은 없었다고 한다. 불을 끌 수 없는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려고 시도하다 탈출하지 못해 고인이 되었기에 안타까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아리셀 참사는 죽음의 위험이 상존하는 우리 노동현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고 책임은 원청과 정부에 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후 유족들은 지금까지 화성시청에 분향소를 차리고 교섭도 하지 않는 아리셀 사측에 맞서 싸움을 하고 있다. 군납품이라는 리튬 전지가 이미 군대에서도 폭발사고가 여러 번 있었다는데 왜 그 위험성이 제도적으로 보완되고 예방되지 않았는지 유족들은 궁금하다. 작업할 때도 뜨거운 생산물에 손이 데기도 했고, 평상시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이런 죽음이 발생했는지 유족들은 묻고 있다.

리튬에 대한 정부의 관리 기준도 허술하다. 리튬은 자연발화 가능성이 있고 화재가 발생하면 물로 진압이 어려운 데다 폭발 가능성도 높은 위험물질이지만,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특별한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관리자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없고 정기 점검도 받지 않는다. 소방당국의 화학사고 위기 대응 매뉴얼에도 빠져 있다. 이번 화재도 소방당국에서는 화재 진압 시 특별한 대응 없이 물로 진화작업을 벌였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사고에 대한 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일을 시킨 원청업체와 정부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원인 조사나 해결방안은 늦어지고 있으며 사측은 유족들을 회유하며 분리시키려고 하는 한편, 법무법인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책임을 면해보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또 안전관리 감독을 책임져야 할 화성시는 유가족 지원 중단을 발표했고 시청 내 분향소조차 철거하라고 했다. 이들의 태도에서 떼죽음을 당한 노동자들의 비극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백기완재단은 백기완 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라 '아리셀 1호 희망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 희망버스 자체가 희망을 일군다는 보장은 없지만 사회적 연대의 깃발을 움켜잡고 아리셀 유족들의 아픔에 함께하려고 한다. 나아가 죽음의 외주화가 종식되고 진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자의 죽음을 예방하는 날까지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노동자, 민중의 아픔과 함께 할 것이다.

▲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열린 '아리셀 공장 화재 희생자 49재'에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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