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코롬 좋은 시상도 있는 갑소"…한글 깨우친 어르신들 글 '뭉클'

2024년 전국 성인 문해 시화전에서 해남 한순자·김만자씨 수상

▲2024년 전국 성인 문해 시화전에서 글꿈상(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한순자씨 작품.ⓒ해남군

'띠링' 오매 우리 갱아지 결혼사진이네 / 우리 금미 이삐다 이삐 /'♡♡'하트도 보내본다 / 문자가 와도 온 줄도 몰랐었는데 /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찰칵' 어짜까 얼굴이 반만 나와부렀네 하하하 / 다시'찰칵'/ 인자됐다 이삐게 나왔네 / 얼굴은 쭈구렁 쭈구렁, 허리는 꾸부렁 꾸부렁 / 인자는 다 됐다 다 됐다 했는데 / 80이 넘어 만난 시상 /"어짜쓰까 글자가 막 하늘로 올라간다 올가가" 하하하하 /"오메 내 정신 보소 한글자 빼묵어 부렀네" 깔깔깔깔 / 시상근심 다 잊어부러서 좋소 / 요로코롬 좋은 시상도 있는 갑소.

2024년 전국 성인 문해 시화전에서 글꿈상(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해남군 한순자씨(84·여·문내면) 작품이다.

한씨는 '요로코롬 좋은 시상도 있는 갑소'라는 제목으로 한글을 알게 되면서 느끼는 행복한 경험과 새로운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화사한 색채의 그림과 또박또박 눌러쓴 글씨가 야무지게 살아온 어르신의 일생을 보여주는 듯 해 뭉클해진다.

▲ 2024년 전국 성인 문해 시화전에서 글꽃상(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수상한 김만자씨 작품.ⓒ해남군

또한 이번 시화전에서 글꽃상(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수상한 해남군 김만자씨(67·여·화산면) 엽서 작품 또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해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비록 맞춤법은 완벽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진솔한 마음을 가득 담아 하늘에 계신 엄마에게 엽서를 띄웠다.

엣날에 없이 살아 두 자매를 못 가르칬다고 원망했어요 /"우리는 눈은 떴지만 눈뜬 사람이 아니야" 엄마한테 항시 말했조 / 친구들은 부모 잘만나 동창회 가는대 갈 동창회가 있어야 가지요 / 엄마, 한자 한자 알아가니 예럽지만 재미있어요 / 글을 모를땐 눈뜨면 일하고 먼 재미로 살았나 몰라요 / 인자 글씨를 조금 아니 엄마 원망해서 미안해요 / 하늘나라에서 엄마도 공부하고 여행도 다니새요 / 거기서는 일하지 마새요 / 엄마 사랑해요.

10일 해남군에 따르면 이번 2024년 전국 성인 문해 시화전은 문해교육이 주는 행복한 경험과 새로운 일상을 표현한 '문해, 온 세상이 다가온다'를 주제로 전국에서 총 1만 8937명(시화 부문 1만 1792명, 엽서 부문 7145명)이 참여해 시화 부문 115명, 엽서 부문 51명을 선정했다.

해남군 교육재단에서 운영하는 꿈보배학교(꿈을 보며 배우는 학교)는 이번 대회에서 글꿈상과 글꽃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타 자치단체의 부러움을 샀다.

해남군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에서 큰 상을 수상하신 한순자, 김만자 두 분 어르신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시는 어르신들이 배움을 통한 기쁨과 행복을 계속 누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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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광주전남취재본부 박진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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