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마르는데 원칙만 따지나"…익산시 임대 아파트 입주민의 절규

290여 입주민 '대출 연장-조기 분양' 간절히 소망

"입주민들은 피가 마르는데 각급 기관은 대책 없이 자꾸 원칙만 따집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송학동의 한 전세 아파트 290여 입주민들의 절규가 2일 익산시청 앞에서 주변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입주민들은 지난 2020년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보증보험 보장 광고를 보고 8년 전세 아파트를 계약했다.

▲익산시 송학동의 한 전세 아파트 290여 입주민들의 절규가 2일 익산시청 앞에서 주변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프레시안

2022년도 11월에 꿈에 그리던 아파트에 입주해 살던 중에 2023년 허그 보증보험 갱신기간이 되어 일년간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시기에 아파트 건설사인 H사 측이 회사 재정악화로 보증보험료 중 건설사 부담금에 해당하는 75% 금액을 납부해 줄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

입주민들은 건설사 측의 재정난이 일시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보고 올 연말 각 세대 전세계약 종료 시 건설사가 전세금을 반환해 줄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 판단해 약 2억5000만원의 전세금을 지키기 위해 회사 부담금을 포함한 약 270만원의 보증보험료를 세대별로 납부했다.

이전의 세대별 보험료 부담액은 대략 60만원에서 70만원 정도로, 이보다 4배 가까운 보험료를 감내하면서 건설가 측이 책임져야 할 부담을 감내한 것이다.

입주민들은 동일한 금액의 보증보험료만 매년 납부하면 전체 계약기간인 8년간은 이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얇은 희망은 곧바로 절망으로 변했다. 전세자금을 대출해준 은행 측에서 묵시적 연장에 의한 대출 연장이 힘들게 됐다고 최근 연락해 온 것이다.

은행 측은 건설사인 임대인 측의 경영악화로 임대차계약 종료 시 임대보증금 반환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대출을 연장할 수 없다는 통보였다.

"대부분의 입주자들은 적게는 2억원에서 최고 2억5000만원 가량의 대출을 안고 있는데 연장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올 10월이면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는데…"

입주민들은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계약기간 만료 후 잔류를 고민하던 사람들조차 은행의 대출연장 불가 사유로 사실상 아파트에서 쫓겨나게 되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입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익산시의 '시민청원' 코너에 지난 6월 19일 게시했고 무려 3800여명이 글을 읽고 격려를 보내는 등 지역사회 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시민청원에 대한 댓글은 "입주민들의 입장을 공감한다. 꼭 해결해주길 기대한다"거나 정치권과 익산시 등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봇물을 이뤘다.

익산시는 시민청원에 대해 500명 이상이 공감을 표시한 만큼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입주민들은 "294세대가 현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대처할 수 있도록 건설사와 허그 담당자, 입주민 간 공론의 장을 조속히 요구한다"며 "은행측의 대출연장과 조기분양 등을 서둘러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성희 비상대책위 위원장은 "익산시나 은행, 허그 측은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만 말한다"며 "시민의 생존권과 행복권 확보 차원에서 법과 원칙만 고수하지 않고 보다 긍정적인 조율이나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주시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위원장은 "퇴거 준비를 하려는 입주민들도 막상 '갈 집이 없다'며 발만 동동 구르며 대책을 하소연하고 있다"며 "자꾸 법과 원칙만 따지기보다 입주민 입장에서 대출연장과 조기분양 등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주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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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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