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숙의단 결정 뒤집은 국회 기후특위…'후기 감축'은 위헌적 선택지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기후특위 공론화위, 시민대표단 선택지에 '볼록 경로' 포함 검토 안 된다

국회 기후특별위원회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른 '탄소중립법 개정'을 위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시민사회 측 의제숙의단은 개정 탄소중립법에 포함될 '감축 경로'에 있어서 후기 감축 모델인 볼록 경로를 제외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최근 특위 공론화위원회가 이를 뒤집고 볼록 경로를 시민대표단에 대한 제안안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었다. 숙의단 측은 감축 의무를 후대에 떠넘기는 모델인 볼록 경로가 '헌재의 판결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아래로 전한다.(편집자.)

2022년 8월 수도권에 내린 극한 폭우는 관악구 지하에서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던 세 모녀의 현재와 미래를 앗아갔다. 2022년 9월에는 태풍 힌남노로 포스코 포항 제철소가 큰 피해를 입었다. 가뭄으로 땅과 나무가 말라 봄마다 대형 산불이 반복되고 있다.

이미 한참 전에 와있는 기후위기가 여러 다른 모습으로 '미래'가 아닌 '지금' 덮치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9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법률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0, 즉 '2018년 순배출량 대비 100% 감축'이라는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제정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수치화된 감축 목표가 2030년까지만 있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는 없어서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써 필요한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한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과 함께 "국회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아 2026년 2월 28일을 시한으로 법률을 개정하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개정 시한을 지키지 못한 채 법률 개정 절차가 시작되었고, 이에 따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가 지난달 개최한 의제숙의단 워크숍에 주거·빈곤 분야 전문가로 참여했다.

밤 9시까지 이어지는 토론으로 집중력이 떨어질 때 마다 이 자리에 오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서로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2박 3일 동안 충분한 시간을 두고 토론한 결과, 의제숙의단은 가까운 미래보다 먼 미래에 감축이 집중되는 '볼록 경로'(후기 감축 모델)를 340명의 시민대표단에게 제시할 선택지에서 제외하기로 투표를 통해 의견을 모았다.

볼록 경로는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에 전가할 수밖에 없어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법률 개정 기준에 위배될 뿐 아니라, '감축을 늦출수록 누적 배출량이 늘어난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그런데 최근 공론화위원회에서 수 십 명의 의제숙의단이 밤낮 없이 토론한 결과를 뒤집고 '볼록 경로'를 선택지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애써 좁혀 놓은 논의의 범위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 처음부터 시민대표단이 토론하게 할 것이라면, 의제숙의단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의문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의 기후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공론위의 이 같은 결정은 시민대표단으로하여금 감축 경로 논쟁을 되풀이하게 만들 수 있다. 볼록 경로를 선택지에서 배제해야만 동일한 논의가 무한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 감축하는 목표(2035 NDC)를 정했기 때문에 이번 법률 개정 논의에서 다루고 있는 감축 목표 연도는 2035년 이후이다. 한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1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볼록 경로로 설정하자는 것은 '달성하기 어려우니 목표를 세우지 말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더 뒤로, 더 뒤로 미루어서는 온실감스 감축을 위해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감축 경로 논쟁을 되풀이하기 보다는 감축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고, 이를 위해선 볼록 경로를 시민대표단 제안 안건에서 배제하기로 했던 애초의 토론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기후적응법안에 관한 입법공청회에서 김록호 전 WHO 과학부 표준국장이 진술인 자격으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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