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발 감세론에 야권 분분…조국 "종부세, 청년들 월세만도 못해"

진성준, '금투세 면세 1억 상향론'에 "李 개인 입장…예정대로 시행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소득세 완화 입장을 시사한 데 대해 야권 내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형식으로 종부세 감세론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조 대표는 31일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정부와 보수언론은 종부세 때문에 중산층 허리가 휜다고 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종부세 내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종부세가) 1주택만 가진 시민에게 지나친 고통을 준다고 하지만, 지난해 종부세 납부대상 1가구 주택자는 17만 명이고 공시가격은 평균 17억1000만 원, 시가로 24억~28억 원 정도인데 1인당 평균 납부세액은 82만 원 정도"라며 "서울에서 청년들이 사는 보증금 5000만 원 이하, 10평 미만 집 월세가 평균 63만 원 정도다. 시가 20억 원이 넘는 집에서 살면서 1년에 80만 원도 못 내겠다는 것이냐"고 조목조목 따졌다.

조 대표는 "최근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 부부 공동 소유인 40억원 시세 아파트의 종부세가 25만5000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종부세 폐지 이유로 1주택자를 드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보수언론을 비판하는 형식으로 이같은 비판을 했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이는 최근 나온 이재명 후보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1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 부과를 하지 말자', '조세 저항을 인정하자'는 것은 최근 이 후보가 했던 이야기이기 때문.

이 후보는 민주당 8.18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조세는 국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이지 개인에게 징벌을 가하는 수단은 아니다. 그 점에 대해서 반발이 있다는 현실을 우리가 인정하자", "내가 집 한 채 가지고 평생 돈 벌어서 가족들 오손도손 살고 있는 집인데, 그 집이 좀 비싸졌다는 이유로 거기에 대해서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너무 심하니 1가구에 대한 실거주 1주택에 대해서는 대폭 완화하고 대지·임야·건물에 대한 세금은 더 올려서 충분히 균형을 맞춰갈 수 있다"(이상 7.24 TV토론),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한 채, 1가구 1주택에 대해서 저항을 감수하면서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겠나", "얼마 안 되니까 매달리지 말자. 이 문제 때문에 당이 종부세에 갇혀서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이상 7.30 TV토론에서)라고 했다.

조 대표는 종부세 완화 반대의 또다른 근거로 "종부세를 줄이거나 없애면 지역은 완전히 망한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이 지역 소멸 위기"라며 "종부세는 모두 부동산 교부세라는 이름으로 지역에 간다. 이게 줄거나 끊기면, 지역 살림은 대단히 힘들어진다"고 했다.

앞서 조국혁신당은 지난 5월 중순 박찬대 원내대표의 언급으로 민주당 내에서 종부세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서왕진 정책위의장 명의로 논평을 내고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서 의장은 당시 "민생입법을 이끌어야 할 제1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자 감세'와 궤를 같이 하는 종부세 폐지를 검토한다는 사실에 유감"이라며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의 '1주택 종부세 폐지' 주장은 재고돼야 한다"고 했었다.

서 의장은 "종부세는 이미 종이호랑이가 됐다는 지적까지 나옴에도, 민주당이 자산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윤 정부를 막아세우지는 못할망정 그에 가세하는 듯해 실망스럽다"며 "22대 국회 제1당이자 제1야당인 민주당은, 윤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종부세 폐지 주장 대신 사회격차 해소와 민생 안정을 위한 논의를 주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금투세에 대한 이 후보의 언급도 당 안팎에서 파장을 낳고 있다. 이 후보는 24일 TV토론 당시 "우리나라만 주가가 떨어져서 소액 투자자들이 너무 피해가 크다"며 "지금 5년 동안 연간 5000만 원, 2억5000만 원 이상을 벌어야 세금 대상이 되는데, 저는 이것을 연간 한 1억 정도 올려서 5년간 5억 정도 버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를 해주자"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 당시에는 금투세 문제에 대해 "시행 시기 문제를 좀 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유예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으나, 당내에서 비판·우려가 제기된 이후 '시행 시기 유예'가 아니라 '면세한도 상향'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5일 민주당 내 최대 의견그룹 '더좋은미래'가 "현재 우리나라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비해 자산소득이 대한 과세가 미약하다"며 "더 이상의 유예에 반대하며, 과거 여야 합의 및 현행법에서 예정한 대로 금투세를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돼야 된다"면서도 "여러 우려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일정하게 손을 봐야 될 부분이 있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진 의장은 "큰 틀에서는 정책적 일관성이나 또 시장의 예측 가능성 등을 생각하면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가 면세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2배 상향하자고 주장했다'는 질문이 나오자 "질문과 토론 과정에서 그런 당신의 견해를 말씀하셨다. (다만) 그것은 이 후보의 개인적인 입장이고, 그런 다양한 의견들이 당내에 있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해서 당론을 정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진 의장이 "여러 우려에 대해 일정하게 손을 봐야 될 부분이 있다"고 언급한 것이나 더좋은미래 등 민주당 내부 논의 상황, 앞서서는 금투세 시행 유예 입장을 시사했던 이재명 후보가 '면세한도 상향'으로 사실상 방향을 선회한 사정 등을 종합해보면,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지는 않되 면세한도를 조정하는 선으로 민주당 내 의견이 모이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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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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