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지원 중단' 통보에 아리셀 참사 유가족 "시장이 해결해야"

정명근 시장 "빈틈없는 지원" 말했지만, 유가족 농성에도 입장 변화 無

아리셀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화성시의 유가족 지원 중단 결정에 항의하며 시장실 앞에서 이틀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족들은 "빈틈없는 지원"을 강조한 화성시장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화성시는 지난 3일 참사 사망자의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는 오는 31일, 친인척과 지인은 10일까지 숙식비를 지원하겠다고 유가족들에게 통보했다.

이틀 뒤인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명근 화성시장은 화성시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유족분들 중에는 한국에 처음 방문하시는 분이 많아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사소한 일 하나라도 불편함이 없도록 빈틈없는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성시 결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에 아리셀산재피해자가족협의회·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는 참사 사망자 친인척·지인 지원 중단 예정일을 하루 앞둔 9일 화성 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화성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성시는 피해 가족의 특성과 취약성을 고려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현행대로 유가족에 대한 숙식 제공을 유지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참사 피해자는 중국 동포가 절대다수다. 중국에서 입국했거나 한국에 있는 유가족이 직계 가족이 아닌 경우도 있고, 상대적으로 친척 간 유대가 깊은 문화 특성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본국에 비해) 고물가인 한국에서 지내야 하는 취약성 또한 있다"고 강조했다.

회견을 마친 뒤 유가족들은 정 시장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 앞에서 연좌 농성을 시작했다. 이에 당일 오후 화성시와의 면담이 한 차례 성사됐지만, 유가족협의회는 시 고위 관계자가 '유가족 숙식비 지원을 연장하고 싶으면, 유가족이 구상권을 청구하면 아리셀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합의서를 받아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저녁 유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시장실 앞에서 시민추모제를 열었다. 고(故) 김재형 씨 유가족 김진복 씨는 "어떤 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데 유가족을 내쫓으려 한다. 화성시도 잘못이 있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계획 수립, 교육, 홍보,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지원을 위한 사업장 지도 등을 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김 씨는 "화성시장이 나와 이야기해라. 그래야 우리도 이 자리를 떠날 수 있다"며 "이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풀어달라. 희생자 가족의 이 마음을 당신은 알고 있나? 이 마음을 화성시장이 보듬고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제발 나와서 진상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화성시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친인척, 지인 지원을 10일 중단하는 이유에 대해 재해구호법상 재난 피해자 지원은 "원인 제공자에게 구상권 청구를 전제"한다며 "민법상 가족"에 속하지 않는 친인척, 지인 지원은 "구상권 청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가 작성한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에 숙박시설 사용경비 지원기간이 "7일 간 한시적"으로 담겨있다고도 주장했다.

대책위는 같은 날 소식지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에서 화성시가 주장하는 지원 제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며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은 "수익적 처분(권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부여하는 행정행위)이기 때문에 행정청의 재량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실제 재해구호법 시행령을 보면, "구호기관이 구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람"도 재난 피해자에 포함된다. 또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의 숙박시설 사용경비 지원기간 항목에는 "7일간 지원을 원칙으로 하되, 예산 범위 내에서 주거시설 및 임시주거시설 거주가 가능할 때까지 지원 연장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 아리셀 참사의 구호기관인 화성시의 결정에 따라 친인척, 지인 지원 연장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책위의 반박에도 화성시의 입장 변화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참사 친인척·지인 지원 중단 예정일인 10일에도 유가족들의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청에 설치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영정과 위패를 안치한 후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