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목회 "공정 무너지는데 침묵, 비겁"…김건희·채상병 특검엔 "때 되면 이야기"

김재섭 "의견 달라 언급 않은 것이지 반성·성찰 없었던 건 아냐"…황우여 비대위도 주목, '룰 개정' 공개 언급도

국민의힘 내 수도권·소장파 낙선자를 중심으로 꾸려진 '첫목회'가 "공정과 상식"의 붕괴와 당의 "침묵"이 총선 패배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당 주류인 친윤계와 각을 세웠다. 다만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목회 구성원 중 한 명인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인은 1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첫목회가 총선 패배를 자성하면서도 채상병 특검이나 김건희 특검에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는 질문에 "부분적 찬성, 찬성, 내지는 반대 (의견이) 다 있었기 때문에 첫목회의 이름으로 무조건 이렇게 (입장이) 나간다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였다"고 답했다.

그는 "자성과 성찰이라는 면에는 다들 동의했지만, 특검법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영부인과 채상병 문제에 대한) 일관된 목소리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지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반성을 안 하거나 성찰을 안 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그는 "더 경계했던 것은 첫목회는 첫목회의 속도대로 특검법 이슈라든지 이런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지, 그날 이야기 가운데 더 중요한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특검법 이야기를 하면, 첫목회 이야기는 특검법 이야기로 장식될 것이기 때문에 '이슈에 끌려가고 싶지는 않다. 때가 되면 다 이야기할 거다' 이 정도로 입장 정리가 됐다"고 밝혔다.

앞서 첫목회는 지난 14일 오후부터 15일 오전까지 회원 23명 중 14명이 참여한 '끝장 밤샘토론'을 벌인 뒤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바랐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부응하지 못했고 당은 무력했다. 우리는 침묵했다"고 발표했다. 공정과 상식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강조하던 가치다.

총선 참패 원인으로는 △ 이태원 참사에 비친 공감 부재의 정치 △ '연판장 사태'에서 보인 분열의 정치 △ '강서 보궐선거' 아집의 정치 △ '입틀막' 불통의 정치 △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회피의 정치를 꼽았다. 모두 윤석열 정부와 친윤계 주도 하에 일어난 일이다.

첫목회는 "우리의 비겁함을 통렬히 반성한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보수정치의 재건을 위해 용기있게 행동하겠다"며 "오늘을 우리가 알고 있던 공정이 돌아오고,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 돌아오는 날로 만들겠다"고 했다. 마지막 문장은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 있는 문장을 그대로 쓴 것이다.

다만 첫목회는 영부인 특검과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는 당 주류와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박상수 전 국민의힘 인천 서갑 후보는 '채상병 사건'에 대해 "공수처에서 수사하고 있다.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특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승환 전 국민의힘 서울 중랑을 후보는 영부인 명품가방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처의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사과했고 검찰이 수사 중"이라며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강하게 입장을 냈겠지만, 진행 중이라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는 영부인 의혹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이 교체된 데 대해서도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문제가 없고, 이미 검찰총장이 전담팀을 꾸려 수사 중"이라고 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과 친윤계를 총선 패배의 주요 책임자로 지목한 첫목회는 '한동훈 총선 패배 책임론'에는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박 전 후보는 "여러 사건은 어떤 한 인물의 책임이 아니라 날줄과 씨줄처럼 엮여있다"며 "앞으로도 사건을 중심으로 들여다볼 생각"이라고 했다.

당내 현안인 전당대회에 관해서는 첫목회 간사인 이재영 국민의힘 서울 강동을 전 후보가 "우리는 전당대회 룰을 '당원투표 50%, 일반 국민여론조사 50%'로 바꿀 것과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며 "비대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인 '황우여 비대위'에서도 첫목회의 목소리에 주목하는 반응이 나왔다. 전주혜 비대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첫목회가 밤샘토론 후 성명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경선 룰 관련 의견도 있었다"며 "다양한 의견을 조속히 수렴해서 국민·당원 눈높이에 맞는 룰을 신속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 비대위원은 총선백서 관련 논란에는 "총선백서는 누구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책임보다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과정과 참패에 이르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를 어떻게 할지를 우선시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비대위도 철저히 (패배) 원인과 그 이후의 보완에 대해서 집중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엄태영 비대위원은 "(경선룰) 논의를 시작도 안 했는데 친윤이다 비윤이다, 관리형이다 혁신형이다 여러 보도가 나오는 것을 봤다"며 "저희는 모두 '친 국민'으로 국민 뜻 수렴해서 전대 시기와 룰을 정할 것이다. 5대5든, 7대3이든, 100(%)이든 다 열려 있다. 전대 시기를 당기든 늦추든 별 차이도 없다"고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 소속 이재영 간사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연구원 앞에서 총선 패배 원인과 당 수습 방안 등에 대한 끝장 밤샘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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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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