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없애려는 윤석열이 대통령인 시대, 여성부 설립한 김대중을 돌아본다

[프레시안 books] <김대중의 성평등 :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바꾸다>

구조적인 성차별을 인정하지 않으며 여성가족부를 해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제22대 국회의원총선거 패배 이후에도 공약 이행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부를 설립하고 성평등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온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삶을 조명하는 책이 출간됐다.

7일 김대중 학술원은 '김대중학술원 연구'시리즈 <김대중의 성평등 :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바꾸다>를 내놨다. 이 책에는 김 전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성평등 철학과 실제 법안 및 정책에 이러한 철학이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자세히 서술돼 있다.

이 책은 김대중 정부 당시 여성정책 수립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역할을 했던 9명의 연구진이 함께 만들었다. 저서의 책임편집자는 이상덕 우송대학교 특임교수, 연구책임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한 박진경 박사가 맡았다.

이들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당시 한국여성개발원에서 여성인권과 성평등 관련 법제 연구책임자였던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명예교수, 김대중 정부 초대 여성정책담당관을 지냈던 나영희 박사, 여성부 여성정책 5개년계획 수립에 참여하고 광주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낸 김미경 광주대 교수, 전남여성가족재단 원장을 역임한 안경주 박사, 여성 및 인권과 소수자 등의 강의를 하고 있는 차선자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김정수 박사 등이 집필진에 이름을 올렸다.

이상덕 교수는 "성주류화라는 임무가 완성되기 전에 여성가족부 폐지가 논의되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오랫동안 헌신해온 여성주의 운동과 여성단체를 부정하는 '백래시'가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김대중의 여성주의 철학과 젠더거버넌스의 힘을 다시 한 번 소환하여 대한민국 여성에게 닥친 최대의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이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이 "이미 50여 년 전인 1971년 첫 대통령 선거에 나서며 유엔의 여성지위향상기구를 통한 전 세계 노력과 많은 국가들이 정부기구를 만들어 여성 인권과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집권하면 대통령직속 여성지위향상위원회를 설치하여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능력이 최대한도로 발휘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했다"며 그의 정치 기반에 성평등 문제가 언제나 자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이 보여준 주목할만한 여성주의 실천은 제1야당의 총재로서 여성계의 오랜 숙원사업인 가족법 개정 과정에서의 든든한 지원과,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성부'를 설치하여 성주류화 정책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었던 점"이라며 "또 여성정치인 발굴과 지원에 직접 나섰고,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정부위원회 여성비율확대, 여성고용채용목표제 등 실질적 여성대표성 확대의 변곡점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특히 대통령 재임 5년간 성평등 실현을 위해 추진된 입법은 145종이며, 그중 136종의 법령이 제정되거나 개정되었다. 이것은 김대중이 역대 대통령 중에서 성평등 추진체계 관련 입법과 정책을 가장 많이 추진한 사실을 분명히 실증한다"며 "입법 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기간에 우리나라 최초로 '성평등 추진체계'(성평등을 추진하기 위한 법령과 권리구제제도, 행정·입법기관, 전문연구·교육기관)가 구축되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입법사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것인데, 여성의 삶과 지위를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주었으며 오늘날의 여성과 성평등 관련 입법과 정책의 기반이 되고 있는 입법이 84종에 이를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 지난 2006년 11월 3일 '김대중도서관' 후원회 행사에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 부부. ⓒ프레시안

백학순 김대중학술원장은 발간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성평등' 철학과 정책은 젊은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보여졌다"며 "그의 여성주의 철학과 젠더 거버넌스, 여성인권과 성평등에 대한 믿음은 민주주의, 인권, 평화, 평등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적, 사상적 가치, 진리와 연결되어 있어 흔들림이 없었다"고 전했다.

백 학술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을 '여성주의자'라고 불렀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김대중·이희호 이름을 나란히 써서 동교동집 문패로 사용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21세기는 지식정보화 시대이자 '여성의 세기'라고 불렀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임기 중에 성평등을 위해 추진된 입법 145종 중 최초로 이뤄진 것이 84종에 달한다면서 김 전 대통령의 이러한 업적이 "오늘날 성평등 관련 법제와 정책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는 '김대중의 성평등 철학', 2부 '김대중의 성평등 정책', 3부 '김대중의 성평등 추진개혁'으로 나뉘어져 있다. '김대중의 성평등 철학'에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생애와 대통령 집권 과정에 보여준 여성주의 철학 및 젠더주류화, 인권, 여성인적자원, 평화통일을 중심으로 여성정책의 초석을 만드는 구체적 전략 등이 설명돼 있다.

제2부 '김대중의 성평등 정책'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됐는데 제1장 '대한민국 여성정치사에 한 획을 긋다'는 김 전 대통령의 여성 정치인 발굴과 지원 및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추진 등이 소개됐다. 제2장 '여성 경제활동의 컨트럴타워를 세우다'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확대를 위한 지원정책을 중심으로 기술돼 있다.

▲<김대중의 성평등 :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바꾸다>, 이상덕 외 공저, 지식산업사 펴냄. ⓒ지식산업사

제3장 '여성 대상 폭력을 국가 의제화하다'에는 "젠더기반 폭력에 대항한 한국의 여성인권운동을 기본 동력으로 법과 제도의 수립 및 정책화 과정을 기술한다"고 이상덕 교수가 전했다. 성희롱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위한 최초의 법제 구축, 가정폭력특별법의 시행과 피해자 보호강화를 위한 입법, 디지털 성폭력과 청소년 대상 성폭력, 성매매 규제를 위한 최초의 법제 구축, 그리고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기념사업을 위한 최초의 법제 구축 등을 주로 살펴본다.

제4장 '성평등한 가족의 기본을 만들다'는 대통령 재임 시기의 가족법과 가족정책 변화 등을 다루고 있다.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인식 및 이에 따른 정당한 평가, 동성동본금혼제 폐지, 호주제 폐지 등에서의 김 전 대통령의 선도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제5장은 '햇볕정책으로 여성·평화·통일정책의 싹을 틔우다'라는 제목으로 햇볕정책과 여성정책의 만남에 대해 다뤘다.

제3부 '김대중의 성평등추진체계'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성평등 추진체계를 구축한 근거와 기본방향, 방법과 의의를 살펴보고 관련 법제를 구축‧추진한 구체적인 배경이 설명돼 있다.

백학순 학술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사상은) 어떤 현실적인 유혹과 탄압에도 흔들림이 없었고, 그것이 '행동하는 양심'으로 실천되면서 우리의 삶을 바꿨고, 역사를 바꿨다"며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하여 이룩된 그의 실천적 업적과 유산은 시공간적 경계를 넘어 보편적인 생명력을 갖게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덕 교수는 "연구진 모두는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김대중의 진정성을 자서전과 어록 등을 통해 확인하면서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이 책이 김대중의 여성주의 철학과 실천을 소개함으로써 성평등 퇴보의 시대를 겪어내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물론, 남녀가 평등하다는 보편적 가치를 지닌 다수의 남성에게, 다시 한번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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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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